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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1. 2019

돼지 목삼겹살의 화려한 외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가 만든 이탈리아 요리 

국민식품 돼지 목삼겹살을 우아하게 즐기고 싶은 분들께..!


이탈리아 리스또란떼의 낯선 풍경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예술' 그 자체라 말할 수 있다. 리스또란떼에서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요리는 일반의 상식을 확 뛰어넘은 것들로, 일류 요리사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세심한 손길을 거친 것들이며 요리가 작품으로 거듭난 것들이다. 예건데 생선 요리 혹은 특정 식 재료로 만든 요리를 주문했는데 결과물은 전혀 다르다. 

식 재료가 리스또란떼로 반입된 직후부터 요리사의 손길을 거치는 동안 본래의 형체가 사라지고, 접시 위에 올려진 요리는 누군가 따로 설명을 하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리스또란떼에서 손님을 가까이서 접대하는 카메리에라(camerièra_여종업원)는 당신이 일하는 리스또란떼에서 제공되는 리체타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손님들이 "이 요리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라고 물으면 그 즉시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요리' 등으로 설명을 단편적으로 곁들이게 된다. 그리고 천천히 한 점 한 점 맛을 본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고'를 연발하며 엄지 척..! 




요리는 셰프가 만들어낸 작품


요리를 만끽한 어떤 손님들은 이 과정에서 셰프를 정중히 부른다. 여종업원으로부터 듣게 된 못다 한 리체타 등을 세프로부터 직접 듣고 싶어 하고, 셰프는 차근히 당신이 만든 요리를 설명해 준다. 이때부터 손님의 태도가 달라진다. 맨 처음 음식을 먹었다면, 이때부턴 당신이 먹은 요리가 특정 요리사가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 한산해 보이는 이탈리아 리스또란떼가 영업시간이 시작되면 단골들로 붐비는 이유이다. 또 우리가 알고 있는 '구이다 미슐랭(La Guida Michelin)'의 별이 그저 된 게 아니란 걸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유 등으로 현대 이탈리아 요리사는 단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요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예술가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가진 시선을 넘어 세상을 혹은 식 재료를 따로 해석하고 철학을 가미해 요리에 영혼을 불어넣었다고나 할까. 




현대 요리 대가의 가르침


글쓴이는 이 같은 이탈리아의 요리 철학을 대가로부터 직접 전수받는 기막힌 행운을 누렸다. 도대체 이탈리아 요리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싶었던 것. 따라서 이탈리아 요리의 아버지로 불리던 괄띠에로 마르케지 선생께 당신의 요리 철학을 묻게 된 것이다. 당시 선생께서는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리사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해요.."




그때만 해도 이 같은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지 못할 때였다. 요리사들이 일하기도 바쁠 텐데 또 무슨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일까.. 이 같은 물음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부터 늘 나의 머릿속을 맴돌게 됐다. 그리고 어느 날 선생의 물음이 내 가슴에 쏙 들어왔다. 이탈리아의 교육 제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요리사들은 최소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부터 전문대학에 이르는 과정에 자기의 선택에 따라 전문 과정을 이수하게 되는 것. 


따라서 이들이 이 과정을 이수(디플로마)할 때쯤이면 5년에서 10년 정도에 이르는 요리 경험을 쌓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요리실습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셰프의 지시에 따라 특정 요리를 순식간에 현란한 솜씨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놀라운 장면이었다. 이런 현장에서 이제 갓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초보 요리사들은 단숨에 기가 꺾이게 마련이다. 


이들의 모습을 참조하면 요리사의 길은 멀고 먼 길이자, 최소한 10년 이상은 열심히 배워야 실전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리에 영혼을 담아라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탈리아 요리의 대가께서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있겠는가. 대가께서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만들어내는 요리사들에게 공부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 그렇다면 선생께서는 왜 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했을까. 그것도 요리사와 동떨어진 것 같은 미학과 철학 등을 주문하는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만든 요리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과 다를 바 없게 평가하는 것. 요리가 작품으로 탄생하려면 영혼(철학)이 가미돼야 하고, 그 요리를 만들게 된 모티브가 어디로부터 발현되었는지 등에 대해 설명이 가능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냥 보기 좋게 화려하게 치장한 요리들이 선생 앞에서는 찍 소리도 내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오늘날 이탈리아의 현대요리 거장들은 선생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같은 철학 등으로 요리 왕국 이탈리아를 빛내고 있는 것이랄까. 





세상에 하나뿐인 내가 만든 이탈리아 요리


요즘 나는 이 같은 가르침 등에 따라 짬 나는 대로 이탈리아 요리를 작품으로 끌어올리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미된 작품을 구상하는 것. 이 같은 생각을 혼밥에 적용하여 여러분들 앞에 선보이는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가 만든 이탈리아 요리는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돼지 목삼겹살의 모티브는 어디로부터 발현된 것이며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 현장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감자와 풀꽃을 곁들인 돼지 목삼겹살의 화려한 외출 


본문을 읽어 내려오는 동안 맨 먼저 만난 사진 한 장을 주목하기 바란다. 사진은 얼마 전 글쓴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한 해수욕장의 풍경이다. 여름 한 철 사람들이 붐비고 난 다음 널따란 해변을 풀꽃들이 자리매김하며 일대 장관을 이룬 곳이다  나는 그 장면을 브런치에 풀꽃들의 대합창이라며 소개한 바 있다.  


풀꽃들은 지난여름 한 철 숨죽이고 지내다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할 때 꽃잎을 내기 시작하며 그들만의 세상을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나는 이들이 내뿜는 화려한 모습 때문에 녀석들의 정체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런데 사흘 전 해변에서 운동을 마치고 귀갓길에 혹시나 하고 꽃잎을 따 먹어봤다. 그 즉시 입안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꽃잎이 씹히는 즉시 톡 쏘는 맛이 풍긴 것이다. 이 같은 맛은 고추냉이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생김새는 전혀 다른데 꽃과 줄기에서 톡 쏘며 매운맛이 강하게 입안에 풍기는 것. 놀라운 발견이었다. 초가 아닌 다음에야(경우에 따라서는 독초를 법제하기도 한다) 야생의 풀(Erba)들은 현대 이탈리아 요리에서 많이 응용되는 식 재료이다.


귀갓길에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에게 녀석의 정체를 문의하니 이름을 잘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 녀석들은 그저 하찮은 풀꽃에 지나지 않았을까. 귀가 후 녀석의 쓰임새 때문에 검색을 총동원해 보니 바르바포르테(Barbaforte_Armoracia rusticana)와 매우 흡사한 꽃술과 꽃잎을 가지고 있었다.(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또 줄기는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자라는 함초(퉁퉁마디)를 쏙 빼닮았다. 이탈리아어로 바르바는 '턱수염'이란 뜻과 함께 (뿌리를 박고)'정착하다'라는 뜻 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어원을 참조해 보니 일기와 일교차가  변화무쌍한 바닷가 야생에서 자란 또 다른 고추냉이(필자 주)라고나 할까. 





이렇게 요리했다


나는 즉시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틀 전 곧바로 바르바포르테를 이용한 돼지 목삼겹살 구이 구상에 들어간 것이다. 평소 가끔씩 즐겨먹던 돼지 목삼겹살과 잘 어울리는 감자와 함께 , 고추냉이 살사에 바르바포르테를 곁들이면 환상적인 요리로 탄생할 게 분명했다. 귀가 즉시 해변에서 채집한 바르바포르테를 맑은 물에 잘 헹구어 키친타월에서 물기를 제거하면서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프라이팬 바닥에 겨우 묻을 정도의 버터를 두른 후 준비한 감자와 두툼하게(뼈가붙은) 자른 돼지 목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감자는 미리 껍질을 벗기고 보기 좋게 직사각형으로 잘라 고기와 함께 익혔다. 이때 고기는 프라이팬에 올린 직후 뚜껑을 덮고 약불로 천천히 익힌다. 같은 방법으로 고기를 뒤집어 두 번을 익히는데 노릇한 빛깔이 돌면 육즙이 푸짐하게 잘 익은 것. 


그동안 주 요리에 사용될 감자는 핀제떼(Pinzette_핀셋)로 집지 않고 손으로 뒤집어 가며 익혔다.(화상 주의) 감자가 익기 시작하면 핀제떼 흠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요리의 핵심인 모티브를 적용했다. 나는 바르바포르테를 맛보는 순간 강화도에서 만난 화려한 함초를 떠올리는 동시에 바닷가에 있던 큼직한 바위를 생각했다. 그리고 갯벌과 해변에 무수히 피어있던 풀꽃들을 접시 위에 재현한 것이다. 


참고로 널리 알려진 고추냉이의 효능은 소염작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항균,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에 좋고 식욕을 높이며 충치예방에 좋다고 한다. 아울러 본문에 삽입된 사진들은 손님들이 요리를 제공받았을 때를 참조했다. 눈 앞에 놓인 요리를 요리조리 살피며 눈요기를 한 다음에 화려한 외출에 나선 돼지 목삼겹살에 포크와 나이프를 얹는 것. 

풀꽃 하나를 포크에 찍어 마침맞게 자른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면 먼 나라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는 환상을 경험할 것이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럴 때 정중하게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부온 아뻬띠또( buon appettito_맛있게 드십시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FILOSOFIA DELLA CUCINA ITALIANA
Viene il Marchesi_Colorno PARM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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