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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3. 2019

사골 시래깃국 재료를 바꾸어 보니

-사골국물로 맛을 낸 말고기 비에톨라 시래깃국 

따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이틀 전(현지 시간) 오후, 요즘 내가 즐기고 있는 산책 겸 운동을 나섰다.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후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시내 중심에서 도보로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로 나서면 해변이 나타나고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오래된 도시 한복판을 천천히 가로질러 현장에 도착하면 그 즉시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작은 배낭에 넣는다. 그리고 맨발로 해변 모래밭을 따라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 


파도가 쉼 없이 드나드는 해변의 모래밭에 발을 디디면, 물거품으로 변한 바닷물과 모래 알갱이들이 발을 간지럽힌다. 뿐만 아니라 모래밭에 나뒹구는 조개껍질 알갱이들이 발바닥을 기분 좋게 마사지한다. 이렇게 시작한 걷기 운동은 대략 3.5킬로미터에 이르고 왕복 7~8킬로미터를 걷게 된다. 


처음에는 걷는 속도가 조금 느려 왕복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됐지만, 차차 적응이 시작되면서부터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따라서 그동안 거리를 좀 더 늘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편도 5킬로미터, 왕복 10킬로미터로 거리를 늘린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날 오후 시도를 감행했다. 



자료사진 뒤로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어두운 그림자는 이탈리아 지도를 장화에 비교할 때 뒷굼치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평소 먼발치에서만 봤던 또 다른 해변의 풍광이 눈에 쏙 들어온 것이다. 참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사람들이 여름 한 철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겼지만, 바캉스 시즌이 끝나면서 해변을 텅 빈 채로 이방인을 반긴 것. 어쩌다 산책하는 사람이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해변은 먼 나라 꼬레아에서 온 한 남자로부터 접수를 당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약간은 무리가 따른 것 같았다. 거리를 조금 더 늘린 것뿐인데 괘 멀게 느껴졌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해가 저물고 다시 귀갓길에 오르려니 '언제 집에까지 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아드리아 해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몸에서 배어난 땀에 바닷바람이 스치면서 체온이 점점 더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얇은 운동용 외투를 꺼내 입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갔다. 해변에서 귀가할 땐 산책로에 비치된 음료 장치 버턴을 눌러 발을 헹구고 다시 양말과 신발을 신고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날은 유난히 귀갓길이 멀게 느껴지고 배가 출출해진다. 거리를 조금 더 늘렸을 뿐인데 신체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주로 그랬지만, 귀갓길에는 냉장고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생각해 본다. 귀가 즉시 혼밥을 차려먹어야 했다. 





냉장고 속에 든 식 재료를 살펴보니


매 끼니를 혼밥에 의지하는 요즘 나의 생활은 하루에도 몇 번씩 냉장고를 열어봐야 하므로 냉장고 속은 손바닥 들여보는 듯하다. 냉동실에서부터 야채 보관함까지 쏙 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흘 전에 데쳐둔 비에톨라와 대략 두 주 전에 만들어 둔 냉동된 사골국물을 생각해낸 것. 

 

그리고 이틀 전에 구입한 수제 말고기 햄버거(Hamberger di Cavallo)를 사용해 이탈리아식 시래깃국을 끓여보기로 마음먹은 것. 이탈리아의 국민 야채 비에톨라는 살짝 데쳐 올리브유에 비벼 무치면 아싹하고 상큼하며 비에톨라 고유의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냉장고 속에는 녀석이 바닥을 내면 다시 구입을 할 정도인 것. 보통 한 단 가격은 1킬로그램에 1유로 내지 1.5유로로 매우 싼 가격이다. 


그리고 내가 머물고 있는 이곳 바를레타는 피렌체의 과일과 야채 가격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그야말로 '미친 가격'이다. 그리고 바를레타에서 맛보기 시작한 말고기는 이곳에서 햄버거(패티)로 만들어 팔고 있었다. 


수제 햄버거가 얼마나 두툼한지 웬만한 빵 한 조각 크기만 하다. 이틀 전에 구입한 녀석은 한 팩(두 조각)에 2.17유로를 주고 두 팩을 구입했다. 그중 한 팩을 뜯어 요리에 들어간 것. 비에톨라를 시래기 대용으로 생각한 건, 이맘때 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시래깃국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아내가 주로 된장을 이용해 시래깃국을 끓였고, 어쩌다 사골국물에 잘 삶긴 시래기를 넣고 끓이면 환상적인 맛이난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무청시래기는 겉보기와 달리 칼슘이 풍부하여 골밀도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노화를 방지하고 항암작용을 하는 등 인체에 매우 유익한 식 재료였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시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해변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사골 시래깃국 재료를 바꾸어 보니 


그런 반면, 이탈리아의 국민 야채 비에톨라(bietola)는 100그램당 칼륨이 379 mg이나 들었다. 칼륨은 고혈압을 낮추며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뇌졸중 위험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근육 경련을 완화하고 근력을 늘리며, 칼륨이 많이 든 식품을 섭취하면 근육 경련을 줄이고 근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산 나트륨이 213 mg이 포함되는 등 비타민과 탄수화물과 철분 등이 고루 분포된 기막힌 식재료인 것.(아래 자료 참조)


Valori nutrizionali_Bietola
Quantità per 100 grammi 


Calorie 19, Grassi 0,2 g(Acidi grassi saturi 0 g, Acidi grassi polinsaturi 0,1 g, Acidi grassi monoinsaturi 0 g), Colesterolo 0 mg, Sodio 213 mg. Potassio 379 mg, Carboidrati 3,7 g, Fibra alimentare 1,6 g, Zucchero 1,1 g, Proteine 1,8 g, Vitamina A 6.116 IU, Vitamina C 30 mg, Calcio 51 mg, Ferro 1,8 mg, Vitamina D 0 IU, Vitamina B6 0,1 mg, Cobalamina 0 µg,  Magnesio 81 mg


또 이탈리아 요리에 국물(Brodo)로 사용되는 사골은, 공짜나 다름없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기막힌 가격에 구입했다. 대략 200그램들이 한 팩 가격이 40첸떼지모(우리 돈 5~600원)에 해당하는 것. 처음엔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깨끗하게 잘 손질된 녀석을 보자마자, 집으로 잘 모셔와(?) 한소끔 끓여내고 은근히 오랫동안 졸였다. 그리고 기름을 싹 걷어내고 식힌 다음 빈 컵에 담아 냉동실에서 얼린 후 보관해 오던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를 끓이기 전 말고기 햄버거를 프라이팬 위에서 은근한 불로 잘 익힌 다음, 소량의 기름을 걷어내고 준비한 사골육수 덩어리를 투입하고 잘 녹아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낮추어 비에톨라를 투입하고 양파와 감자를 조금 첨가했다. 그리고 뭉근히 끓이는 것. 그동안 샤워를 후다닥 마치고 한국에서 공수해 온 다시마 간장을 간에 맞추어 투입하면 끝.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따끈한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으니 감칠맛을 두른 고소한 향기가 온 몸을 사르르 녹인다. 한마디로 죽인다. ^^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ZUPPA DI BRODO CON LE BIETOLE E CAVALLO
il Motivo per cui in Corea_ 'Sagol-ugeoji-guk'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h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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