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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1. 2022

세상에 똑같은 봄은 없더라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1


인생의 봄과 대자연의 봄이 서로 달랐을까..?!



   하니와 내가 어느 날 배낭을 짊어지고 찾은 곳은, 필레의 로스 라고스 주에 위치한 오르노삐렌(Hornopirén)이라는 곳이다. 우리는 파타고니아 봄을 만나고 싶어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Santiago del Cile)에서부터 부지런히 남하하여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에 도착했다. 그런 어느 날 그곳 이슬라 땡글로(Isla Tenglo) 섬에서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곳까지 한 걸음에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태운 버스는 오르노삐렌의 버스터미널에 내려놓았다. 버스 터미널이라고 해봤자 허름한 목재건축물 한 채가 전부였으며 그곳에 장의자 하나가 달랑 놓였을 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방을 디딘 곳이 여행자의 천국으로 들아가는 관문이라는 것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다음 터미널 앞에 민박집을 구해 놓고 해 질 녘에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다. 민박집 앞 버스터미널 맞은편에는 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는 쁠라싸 데 아르마스 데 오르노삐렌(Plaza de Armas de Hornopirén) 한편에 서 있었으며, 교화 앞에는 파릇파릇 잎이 돋아난 나무가 남반구에 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세상에 똑같은 봄은 없더라




파타고니아 여행에 나선 여행자들이 오르노삐렌 보스 터미널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풍경이 카메라에 잡혔다. 여행자들의 뒤로 보이는 목재 건물이 버스 터미널이다. 나무 계단 아래 샛노란 꽃잎을 내놓은 풀꽃들.. 이미 봄의 노래가 시작된 북부 파타고니아..     



    서기 2022년 3월 31일 목요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었다. 3월의 마지막 날 파타고니아의 봄이 보고 싶었더. 이틀 후면 4월 초하루가 되어 봄이 무르익어갈 것이지만, 먼 나라에서 바라본 한국의 봄은 곧 잔인한 4월로 바뀌게 될 게 틀림없다. 봄은 그냥 오시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꽃샘추위' 등 복병을 몰고 오는 법이다. 한국의 봄이 그런 모습이며 여행을 부르는 계절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본 순간부터 홀딱 반한 파타고니아의 봄을 소환해 놓고 머리를 식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난 파타고니아의 봄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짙어지면서 가슴에서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주로 사진첩을 들여다보면서 짧은 단상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매거진 <남미 Patagonia>에 여행기를 써 오고 있었지만, 새로 마련된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에는 주로 주제별로 나눈 여행사진을 함께 공유하게 될 것이다. 독자님들과 이웃 여러분들께서 응원해 주시리라 믿고 첫 발을 내딛는다.



세월 저편에서 등장한 북부 파타고니아 로스 라고스 주의 봄은 늘 봐왔던 우리의 봄과 사뭇 달랐다. 



하니와 나는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한 민박집(Hospedaje)을 출발해 깔레따 곤살로(CALETA GONZALO_Rampa Hornopirén) 선착장이 보이는 바닷가까지 진출했다. 


우기가 끝나가는 오르노삐렌..


마을을 가로 지르는 길을 따라가니 원시림이 빼곡하고 강물(Rio Cuchildeo)이 철철 넘쳐흐른다.



그리고 우리를 맞이한 바닷가.. 오르노삐렌 전부를 물들인 샛노란 꽃의 정체는 미나리 아제비과(학명: Ranunculus acris)의 풀꽃들로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풍경으로 가슴속에 오롯이 자리 잡았다.



해가 뉘엿거리는 바닷가.. 이곳은 우리 행성에서 몇 안 되는 피오르드(fjord협만(峽灣)) 중 한 곳이다.



샛노란 풀꽃들이 자지러지면서 떼창을 부르는 곳. 북부 파타고니아의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하니의 손끝에 붙들린 대자연의 봄과 인생의 봄.. 우리는 언제인가 전혀 원치도 않았던 결정에 따라 봄을 뒤로할 것이며 먼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때 당신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선물해 주겠지..



우리가 이곳 오르노삐렌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만난 신의 그림자는 실로 엄청났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 때문에 가리어진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새로운 세상은 전혀 때 묻지 시선으로 바라볼 때 새롭게 보일 것이다. 그게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Il paesaggio della Patagonia affascina a prima vista_HORNOPIREN
il Primo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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