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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2. 2022

나(自我)를 구속하는 것들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2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어느 날 하니와 나는 남미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Región de Los Lagos)에 위치한 오르노삐렌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해가 뉘엿거린 저녁나절 간간히 수증기를 닮은 이슬비가 날리고 있는 바닷가.. 오르노삐렌의 피오르드를 바라보며 망중한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무시로 찾았던 바닷가.. 그곳에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묘한 풍경을 연출하곤 했다.


썰물 때가 되면 굵은 밧줄에 묶인 작은 배들이 바닷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바라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및및한 풍경.. 하지만 적당한 의미를 부여하면 우리의 속내를 닮았다. 녀석은 밀물 때가 되거나 주인의 부름을 받을 때 자기를 옭아맨 풍경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아(自我) 실체는 없는 것으로 허상이라고 말한다. 오래도록 도를 닦은 사람들이 간파한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다. 또 한편에서는 부활을 말하기도 한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라고 한다. 한 때 달달 외웠던 신앙고백(사도신경) 속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고전 15:3~4]" 



위 내용은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래서 라틴어로 된 원문(영상)을 돌려봤다. 



희한한 일이다. 우리말과 전혀 다르거나 해석이 어려워도 경건한 느낌이 되살아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이번에는 이탈리아로 된 빕비아(BIBBIA, 성경)의 고린도 전서(Corinzi 15: 3~4)를 찾아봤다. 


[3] Vi ho trasmesso dunque, anzitutto, quello che anch'io ho ricevuto: che cioè Cristo morì per i nostri peccati secondo le Scritture,

[4] fu sepolto ed è risuscitato il terzo giorno secondo le Scritture,


위 내용을 간략하게 직역해 보면 예수께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내용과 함께 성서의 기록에 따라 "장사한 지(죽은 지) 사흘 째 되던 날 다시 부활했다"는 내용이다. 누구인가 당신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쳤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까..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놓고 곧 다가올 부활절(4월 17일)을 잠시 생각해보고 있다. 이런 습관은 꽤 오래됐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가톨릭 등이 혼재해 있지만, 불교와 기독교는 내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유소년기에는 불교가 청년기 이후에는 기독교(개신교)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두 종교의 공통점이나 다른 점 등을 말하면 한쪽에서는 발끈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정치와 종교의 속성이 그러하다. 요즘 먼 나라 이탈리아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풍경이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나를 구속하는 세상의 일들이 무엇인지.. 아름다운 풍경이 드리워진 사진첩을 통해 다시 한번 더 복기해 보는 것이다. 



세상살이는 당신의 힘만으로 해결될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누군가와 함께 더불어 어렵고 힘든 일을 나누면 짐은 덜어지고, 보다 행복한 일을 나누면 기쁨이 배갸될 것이다. 지난 3월을 뒤돌아 보니 적지 않은 분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탈출구가 필요하거나 새로운 힘을 얻어야 했다.



그때 내 앞에 등장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썰물 때 뭍에 붙들린 것은 작은 선박 그리고 세상의 현상에 붙들린 사람들.. 바닷가에 빼곡한 샛노란 풀꽃들을 보면서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봄이 모시고 온 신의 그림자가 우리 가슴을 꼭 보듬어 주었으면 싶은 시간이다.



무엇이 나(自我)를 구속하는 것인가.. 어떻게 자유를 되찾을까.. 함께 고민해 볼 시간인 것 같다.


Il paesaggio della Patagonia affascina a prima vista_HORNOPIREN
il 02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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