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3. 2022

다시 저무는 하루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


우리가 잘 모르는 우주만물의 생각들..!!



 새파란 풀잎과 샛노란 풀꽃들이 어우러진 이곳은 남미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Región de Los Lagos)에 위치한 오르노삐렌(Hornopirén) 바닷가 언덕이다. 하니와 함께 파타고니아 여행에 나설 때 맨 먼저 가 보고 싶었던 이곳은, 뿌에르또 몬뜨에서 한 번의 답사를 한 후에 곧바로 짐(배낭)을 챙겨 이동한 곳이다.



오르노삐렌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한 민박집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바닷가 언덕이 있다. 그곳에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무르익은 봄을 연출하고 있었다. 해 질 녘..



우리는 이곳에서 떠돌이 개의 우두머리(代母, )를 만나게 됐다. 바닷가에서 만난 떠돌이 개들은 무리를 이루고 실아가고 있었는데 대략 20~30 마리 정도 됐다. 녀석들은 이 마을 곳곳에 흩어져 살았으며 견종도 다양했다. 누군가 반려견으로 입양했다가 버림받은 녀석들.. 그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구걸을 하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우두머리 격인 누렁이(그렇게 불렀다) 주변에는 열 댓마리의 개들이 늘 따라다녔다. 그들 모두 수컷(♂)들이었으며 우두머리가 이동하는 곳에는 몇 마리 혹은 여러 마리가 침을 흘리며 따라다녔다. 누렁이를 처음 만난 날.. 녀석은 해가 뉘엿거리는 곤잘레스 선착장(CALETA GONZALO_Rampa Hornopirén)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누렁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녀석의 눈은 강렬함으로 번득였다. 누렁이의 시선 뒤로는 썰물이 시작된 바다와 안데스가 우기의 촉촉한 안개에 젖어있었으며, 저물어 가던 볕이 산자락을 비추었다.



누렁이의 시선이 담긴 곳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마을이었으며, 우기 때 젖은 목재건축물과 저녁을 짓는 연기가 파르스름하게 피어오르는 곳이었다. 가끔씩 인간들은 우주만물 중에 그들만 최고의 존재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존재의 근원을 밝히려는 철학자들이 형이상학(形而上學, metaphysics) 운운한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Il Paesaggio della Patagonia affascina a prima vista_HORNOPIREN
il 02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나(自我)를 구속하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