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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5. 2022

집으로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4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



   서기 2022년 4월 4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서 만난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Región de Los Lagos)오르노삐렌(Hornopirén)  풍경이 담긴 사진첩을 열었다. 뷰파인더의 배경은 해가 뉘엿거리는 저녁나절이며, 바닷가에는 썰물이 막 시작되었다. 잠시 후에는 오르노삐렌 삼각주가 민낯을 드러낼 것이다. 마법의 삼각주.. 


바닷가 언덕에서 서쪽 동태평양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덩치 큰 산자락 밑으로 파르스름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우기 때 흠뻑 젖은 목재로 마는 집과 저녁을 짓는 풍경이 뷰파인더를 정겹게 만드는 한편, 바깥을 싸돌아 다니던 개구쟁이를 불러 모으는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런 풍경은 너무 흔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가슴에 콕 박힌 평범한 풍경들이 비범해질 날이 오게 될 것이다. 파르스름한 연기를 내뿜는 굴뚝에 엄마의 젖 냄새라도 풍기는 것일까.. 평범한 일상이 비범함으로 바뀌는 시간은 한순간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의 시 <집_La Casa>을 음미해 보기로 했다.



LA CASA(집)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


La mesa, hijo, está tendida(아들아, 상이 차려졌다)

en blancura quieta de nata, (크림의 부드러운 흰색과 함께)

y en cuatro muros azulea, (그리고 푸른 네 개의 벽)

dando relumbres, la cerámica.(반짝이는 도자기)

Ésta es la sal, éste el aceite(이것은 소금이고 올리브유..)

y al centro el Pan que casi habla.(가운데는 빵이 먹음직 해)



Oro más lindo que oro del Pan(금 보다 더 곱고 금 같은 빵)

no está ni en fruta ni en retama, (금잔화도 없고 과일도 없지만)

y da su olor de espiga y horno(그리고 오븐에서 풍기는 밀 냄새)

una dicha que nunca sacia.(끝없는 기쁨을 준다)



Lo partimos, hijito, juntos, (귀여운 아가야 우리는 빵을 쪼갠다)

con dedos duros y palma blanda, (굳은 손가락과 부드러운 손으로)

y tú lo miras asombrado(네가 놀라운 눈으로 보고 있는 동안)

de tierra negra que da flor blanca.(검은 땅이 흰 꽃을 피워내지)



Baja la mano de comer, (먹는 손을 내려놓거라)

que tu madre también la baja.(네 엄마도 손을 내려놓는단다)

Los trigos, hijo, son del aire, (아들아, 밀은 공기로 만들어진 것이고)

y son del sol y de la azada;(볕과 괭이로부터 온 것이란다)



pero este Pan «cara de Dios»(*)(그러나 '신의 얼굴'이라 불리는 이 빵은)

no llega a mesas de las casas.(모든 식탁에 오지 않는단다)

Y si otros niños no lo tienen,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가지지 못했다면)

mejor, mi hijo, no lo tocaras, (아들아, 그걸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y no tomarlo mejor sería(그것을 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con mano y mano avergonzadas.(부끄러운 손에서 손으로)



Hijo, el Hambre, cara de mueca, (아들아 굶주림은 찌푸린 얼굴로)

en remolino gira las parvas, (타작하지 않은 밀을 휘감으며 회오리친다)

y se buscan y no se encuentran(그들은 찾으려 하지만 찾지 못할 것이다)

el Pan y el hambre corcovada.(그리고 빵과 곱사등이의 배고픔)

Para que lo halle, si ahora entra, (그래서 당장 찾을 수 있을 거야. 지금 들어오세요)



el Pan dejemos hasta mañana;(빵은 내일까지 먹지 말고 놔두세요)

el fuego ardiendo marque la puerta, (타오르는 불은 문에 표시된다)

que el indio quechua nunca cerraba, (케추아 인디오는 문을 닫는 법이 없다)

¡y miremos comer al Hambre, (먹는 걸 지켜보자)

para dormir con cuerpo y alma!(굶주린 몸과 영혼이 잠들 때까지)




썰물 때의 오르노삐렌 삼각주는 다시 보고 또 봐도.. 보고 또 봐도 참 아름다운 곳이다. 삼각주 너머로 새하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곳은 안데스 산맥이다. 해가 뉘엿거리는 저녁나절에 촉촉한 안개가 가득한 바닷가.. 



썰물이 찾아오시면 이 바닷가에서 놀던 게들과 따개비 혹은 홍합과 파래 등 부지런히 바닷속에서 놀던 녀석들이 잠을 청하거나 어디론가 쉼을 찾아 떠난다. 집으로.. 사람들이 장작불을 피워놓은 곳에는 빵도 굽고 고기도 굽는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가 진동을 한다. 가족들과 함께 난로가에 둘러앉아 불을 쬐며 먹는 빵과 고기.. 



그 맛에 익숙한 사람들이 어느 날 길거리로 내몰렸다. 길거리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만 명 이상이 학살자에 의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요즘 외신이 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은 실로 끔찍함을 넘어 절로 욕을 부른다. 그리고 다시 열어본 조국의 소식.. 한 녀석이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자마자 채널을 돌린다. 집으로 고향으로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 그 평범한 일상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Il Paesaggio della Patagonia affascina a prima vista_HORNOPIREN
il 04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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