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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2. 2022

파타고니아, 연둣빛 스머프의 나라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12


고정관념을 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일까..?!



   새파란 풀잎과 샛노란 풀꽃들이 어우러진 이곳은 남미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Región de Los Lagos)에 위치한 오르노삐렌(Hornopirén) 바닷가 언덕이다. 하니와 함께 파타고니아 여행에 나설 때 맨 먼저 가 보고 싶었던 곳. 뿌에르또 몬뜨에서 한 번의 답사를 한 후에 곧바로 짐(배낭)을 챙겨 이동한 곳이다. 오르노삐렌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한 민박집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바닷가 언덕이 있다. 그곳에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무르익은 봄을 연출하고 있었다. 해 질 녘..



그리고 날이 밝았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시작한 이후 우리는 숙소에서 가만히 눌러앉아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없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곳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에 위치한 오르느삐렌 삼각주는 매일 아침 "아무개야 노올자~~"라며 꼬드기는 곳이었다. 우기가 끝나가던 시절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던 삼각주 위에 볕이 쏟아지면서 이불 홑청에 늘 가리어 있던 안데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새하얀 눈을 머리에 인 안데스..


우리 앞에는 리오 네그로(Rio Negro) 강이 쉼 없이 흐르고 있다. 리오 네그로.. 처음에는 '검은 강'이라고 해서 물이 혼탁한 줄 알았지만 반대의 현상이었다. 강바닥의 자갈이 자갈자갈 구르는 이곳 리오 네그로 강은 오르노삐렌 화산이 뿜어내거나 오래전 화산활동으로 지각이 변동하면서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숙소에서 강가로 나오면 맨 먼저 오르노삐렌 마을 뒤로 새하얀 머리띠를 두른 산이 보인다. 오르노삐렌 화산이 삼각주를 굽어보고 있다. 강가 언덕 위에는 숲이 가리어져 있는데 그 너머 마을이 있다. 그리고 썰물 때가 되면 꿈같은 풍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때를 기다려 오르노삐렌 삼각주를 둘러보는 것이다. 썰물이 시작되자 속을 드러낸 삼각주의 정체.. 세상은 동화의 나라로 급 변신을 하게 된다. 버섯나라에 살던 스머프가 파란색이었다면, 이곳 오르노삐렌 삼각주의 속살은 연둣빛이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리오 네그로 강 하류 오르노삐렌 삼각주이다. 안데스 산맥이 길게 드리워진 이곳은 강 하류이자 칠레의 피오르드가 시작되는 곳이다.



행운이었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시작하면서 처음 맞닥뜨린 풍경.. 마치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오르노삐렌 삼각주는 우리 마음에 쏙 들었다. 아마도.. 아마도.. 여행자의 천국인 파타고니아를 다녀오신 분들이라 할지라도 이런 풍경을 만난 분들은 흔치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처음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매일 바닷가 삼각주로 떠났다. 그때마다 삼각주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지냈다.



 연둣빛 스머프의 나라.. 정체가 궁금했다. 그래서 삼각주로 이동하면서 연둣빛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다행인지 썰물 때의 이곳 삼각주의 바닥은 우리나라의 개펄과 다른 구조를 하고 있었다, 아주 고운 모래에 개펄이 조금 섞여있었다. 신발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삼각주의 개펄을 걷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거의 모래밭 수준이랄까..



리오 네그로 강 하류 가까이서 만난 연둣빛의 정체는 우리나라의 매생이(Capsosiphon fulvescens, Maesaengi)를 쏙 빼닮았다. 녀석들은 밀물 때 삼각주 아래서 잘 놀다가 썰물 때가 되면 볕에 드러나며 초록색이 연둣빛으로 변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겨울에 끓여먹던 매생이보다 결이 더 굵어 보였다.


위키백과는 매생이는 갈매패목의 녹조류의 식물이며, 짙은 녹색에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뭉치인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사각형의 세포가 2개 또는 4개씩 짝을 이룬다는 것. 파래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파래보다 가늘고 미끈거린다고 한다. 한 발 더 들어가보기로 한다.



Maesaengi – 매생이 (Alga Capsosiphon fulvescens)


Maesaengi (매생이), nome scientifico Capsosiphon fulvescens, è un tipo di alga molto particolare, che cresce nelle acque cristalline della regione di South Jeolla. Originariamente consumata sulle coste meridionali della Corea ma diffusasi successivamente in tutta la penisola. Dal gusto delicato, questa alga viene cucinata in una zuppa insieme alle ostriche o per creare un salutare porridge con il riso (maesaengi juk). Può anche essere fritta con una pastella per i pancake di alga (maesaengi jeon).



매생이 개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누에실 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라고 하여 매생이를 표현하였다.

매생이는 오염도가 매우 낮은 깨끗한 지역에서 자라며, 오염된 지역에서는 매생이가 잘 자라지 않는 편이다. 매생이가 출현하는 시기는 10월 중순 경이며 겨울 동안에 번성하다가 4월 경부터 수가 줄어든다. 채취는 11월~2월 사이이며 보통은 1월 경에 채취한다. 채취된 매생이는 포구에서 헹군 뒤에 물기를 빼내어 적당한 크기로 뭉치는데 이를 '좨기'라 한다.



한국의 매생이


매생이는 김 양식장에서 생겨난 잉여 생산물이었으나, 전라남도 해안 지방에서 이것을 버리기 아까워서 식재료로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하였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조선시대에서도 장흥군의 진공품(進貢品)으로 제공되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운반 보관이 쉽지 않았고, 생산량이 적어 인근 해안 지방에서 소비가 주로 이루어져서 널리 퍼지지 않았으나, 유통 기술의 발달과 대중 매체를 통해 매생이가 소개되는 등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영양식으로 알려지며 2000년대 이후부터 양식이 시작되었다.


완도 고금면에는 7개의 양식장이 있는데, 해마다 매생이 약 2,600톤을 생산하며 국내 전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김 양식장에서는 매생이가 붙으면 김 품질이 떨어진다 하여 제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때는 염산을 뿌려서 없애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 이는 오염물질이 있으면 매생이가 사라지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는 염산이 수질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우려로 불법이 되었고 유기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우리가 한국에서 살 때 여러 번 다녀온 완도..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은 해산물 왕국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의 해산물 요리에 관심이 많다. 최소한 대한민국은 해산물에 관한 한 독보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매생이국 한 번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나..



그런데 어느 날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의 삼각주에서 만난 녹조류는 식재료라기보다 관상용으로 매우 적합해 보였다. 그것도 아무 때나 어울리는 게 아니라 우기가 끝날 때쯤 오르노삐렌 삼각주에 널브러진 녹조류를 만나는 건 여간 큰 행운이 아니라 생각한다.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배가시키는 것이다.



여행지는 두 번 다시 가면 감흥이 줄어드는데 우리는 이때 만난 '호기심천국. 때문에 답사를 나왔다가 그 즉시 다시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가 보따리를 싸게 된 것이다. 그리고 외장하드 가득 당시의 풍경을 담아 귀국할 때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봄만 되면 다시 소환해 보곤 하는 연둣빛 스머프의 나라. 우리 가슴에 연둣빛이 곱게 물든 여행지였다. <계속>


Il Paesaggio della Patagonia affascina a prima vista_HORNOPIREN
il 21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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