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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1. 2022

천국으로 변한 우리 동네

-이탈리아 남부의 종려주일(棕櫚主日)에 만난 공원 풍경 


호산나.. 호산나(Hosanna)..!!


    서기 2022년 4월 10일 일요일 아침(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교회 종소리가 울렸다. 지근거리에 위치한 교회는 미사 혹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종을 울린다. 사람들은 종소리를 듣지 않아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고 곧 출입문 앞까지 사람들이 가득하다. 



한 때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는 사람들이 교회를 찾지 못하고 텅 비어있었다. 그때 신부 님이 두들기는 종소리는 짜증이 묻어있었다. 종소리만으로 신부님의 마음 상태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교회의 풍경.. 이탈리아에서도 남부에 사는 사람들은 신심이 깊다. 보수적인 성격에 낙천적이고 착한 사람들.. 



이들의 문화는 교회로부터 시작되고 교회에서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어떤 행사를 해도 반드시 미사를 거치며 축복을 받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장례식까지.. 모든 시작과 끝은 교회로부터 시작되고 교회에서 마무리되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되는 것도 아닌 오랜 전통이 교회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이런 풍경은 낯설었다. 나의 신앙의 정체성은 애매모호했다. 유소년기에는 불교에, 청년기 이후에 기독교(개신교)에 올인했다. 그리고 현재는 방학(?) 중이다. 긴 방학이 이어질 때쯤, 우리는 한국에서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서 살다가 이곳 바를레타로 이사를 오게 됐다. 독자님들이나 이웃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아무튼 이탈리아서 살아가는 동안 가톨릭교는 낯설었지만 점점 더 익숙해졌다. 도시마다 하나씩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은 두오모(Duomo, 돔)이며, 도시를 대표하는 성당 혹은 까떼드랄레(Cattedrale, 대성당)를 의미한다. 늦깎기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서 만난 두오모는 정말 아름다웠다. 



두오모는 대체로 항상 개방되어 있어서 출입구를 통해 내부를 바라보거나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경건해지는 것이다. 내부는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으며, 내부 천정에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영혼을 연상케 했다.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이방인의 경험이 이러하므로 태어닌 직후부터 교회에 들락거린 사람들의 가슴에 신(神)은 절대적인 것일까..  



오늘은 종려주일(Domenica delle palme)로 집 앞 교회 입구와 가로등에는 종려나무 장식을 해 두었다. 아침부터 시민들이 주일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문밖까지 서성거릴 정도로 붐볐다. 교회에서는 큰 행사가 있는 날이면 확성기를 바깥에 설치해 두고 사람들은 선채로 미사를 드리기도 한다. 



하니와 나는 오전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작은 손수레를 끌고 집을 나섰다. 그때 만난 풍경들이 종려주일을 맞이한 이곳의 풍경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종려 주일은 십자가 수난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공식 입성(入城)을 축하하는 날로, 사순절의 6번째 주일이며 고난 주간이 시작되는 첫날이기도 하다. 



집을 나서면서 하니가 종려주일에 대한 의미를 되물었다. 나는 종려나무 가지를 가리키며 "예수 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호산나.. 호산나..'를 외쳤지.."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곧 다가올 당신의 죽음에 대해 잠시 설명했다. 갑자기 숙연해졌다.



신약성경에는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무리가 소리 높여 이르되,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 [마태복음 21:9]"고 적혀있는 등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종려주일의 모습을 전하는 한 매체의 종려주일의 유래는 이랬다. 



종려주일의 유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은 주께서 자신이 인류의 구원을 위해 메사야로 오셨음을 공개적으로 선포하는 것이며, 또한 일주일 후에 있을 부활의 승리를 예견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백성들이 이날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을 축하하기 위해 종려 나뭇가지를 흔든 것은 종려나무가 승리의 상징이었고 그리스도를 승리의 왕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종려주일과 관련하여 가장 오래된 자료는 385년경의 에게리아(Egeria)의 순례집이다. 이에 따르면 동로마 교회 중의 하나인 예루살렘 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로 종려 행렬 등이 행해졌다고 한다.(출처: 교회 절기 연구)



하니에게 종려주일의 유래 등에 대해 설명을 곁들이던 중 작금의 우리 행성에 등장한 사악한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께서는 예루살렘에 입성 후 머지않은 시간에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를 메고 고난의 길을 가실 것이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것이며,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실(부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살인과 테러를 일삼는 무리들이 있고 새빨간 거짓말로 사람들을 이간질하는 무리들이 있다. 나는 작금 우크라이나에서 명분 없는 전쟁을 통해 살인을 일삼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낯 뜨거운 일을 연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나의 짧은 설명이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데..! "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본 후 다시 집 앞 공원(Giardini Fratelli Cervi)에 들렀다. 오후의 햇살은 따사로웠지만 바람이 많이 불었다. 이틀 전 새벽에 내린 비가 공원의 풀꽃들에게 떼창을 부르게 했다. 


앙증맞은 모습의 풀꽃들과 극락조화.. 그리고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과 두오모(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는 이맘때 풍경을 제일 좋아했다. 연둣빛 이파리들이 꼬물꼬물.. 부활이 시작된 것이다.



부활의 현장에 등장한 두 사람.. 햇살 따사로운 오후의 공원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공원 관리인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장의자에서 쉬고 있는 시민 몇을 제외하면 공원은 텅텅 비다시피 했다. 그리고 종려주일에 떠오른 생각들을 돌아보니 그곳에는 '기적'이 연속되고 있었다.




영상, BARLETTA, Giardini Fratelli Cervi_천국으로 변한 우리 동네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싸우고 사랑하는 세상.. 기적이 있다면 우리가 이곳 바를레타에 살고 있는 일이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러나 지금쯤 이역만리 먼 나라 대한민국에 있었다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며, 다소 평수 넓은 집에서 편안하게 살아간다고 해도 행복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를 마다하는 사람들이 늘고 박탈감이 지배하는 사회가 '행복'을 말할 수 있을까.. 



공원 곳곳에 부활한 풀꽃들이 떼창을 부르는 한쪽에서는 종려주일 미사가 행해지고 있다. 자유와 사랑과 인권 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정직하고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바를레타.. 그녀와 함께 집 앞 공원을 천천히 돌아보고 오후 햇살을 쬐면서 든 단상들이다. 4월이 무르익어가면서 천국으로 변한 우리 동네.. 바를레타 성을 돌아보며 글을 맺는다.



Castello di Barletta


Il castello di Barletta, situato nell'omonima città pugliese, è il risultato architettonico di varie stratificazioni dovute al susseguirsi di diverse dinastie al potere, succedutesi dall'XI secolo al XVIII secolo. Un tempo fortezza a scopo difensivo, cinta dal mare che occupava il fossato tutt'intorno al castello e lo isolava da potenziali attacchi nemici, costituisce un punto strategico nella vita cittadina nonché un importante cardine urbanistico. È sede della Biblioteca comunale, del Museo civico e di una sala convegni e mostre.

Tra le opere conservate, oltre un presunto busto di Federico II di Svevia  in pietra calcarea, risalente al XIII secolo, è qui posto il Sarcofago degli Apostoli] altorilievo in pietra prima testimonianza del Cristianesimo a Barletta, risalente al periodo compreso tra il III e il IV secolo.



우리 집 앞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를레타 성은 11 세기 때부터 18세기까지 여러 왕조가 거쳐가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지금은 풀꽃들이 말끔히 정리된 성 주변의 해자는 잠재적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대의 바를레타 성은 성의 본래 목적 보나, 도시계획의 중심에 자리 잡으며 시민들을 위한 도서관, 박물관, 회의실,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박물관의 작품 중에는 13세기 통치자 스뵈비아 페데리코 2세 (Federico II di Svevia)의 흉상이 보존되고 있다. (번역: 역자 주)



이제 곧 고난의 주간이 시작된다. 당신께서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게 될 거다.



그동안 나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빼곡한 우리 동네서.. 


Il Nostro quartiere che si è trasformato in paradiso_BRALETTA
il 11 Aprile 2022, La Disfu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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