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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2. 2022

꽃양귀비 피는 언덕 개구리울음(상)

-이탈리아 남부에도 경칩(驚蟄)이 있을까


봄의 완성을 알리는 개구리울음 소리..?!!



    서기 2022년 4월 1일 오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바닷가 언덕 위에 서면 저만치 아드리아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니와 내가 자주 들락거리는 바닷가 언덕..



4월 초하루가 시작되면서 언덕 주변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땅에 납작 엎드려있던 풀꽃들이 성큼성큼 자라기 시작했다. 봄이 무르익어 가는 계절.. 집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닷가 언덕 위에 서면 시선이 참 아름답다.



바닷가 산책로에 길게 늘어선 종려나무 가로수는 500년도 더 된 것들로 바를레타의 명물이다. 4월 첫날 언덕 위에는 한 송이 두 송이 피던 꽃양귀비가 무리 지어 피기 시작했다.



나는 아드리아해가 저만치 바라보이는 바닷가 언덕(Via mura del camine)을 좋아한다. 바닷가에 길게 이어진 성벽(Mura)이 바를레타 습지와 조화를 이루는 곳. 이곳에는 2차선 차도가 인도 옆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인 공터는 바를레타 시민들을 위한 서커스 등 각종 공연이 이어지기도 한다.



오래된 바닷가 성벽 위로 샛노란 풀꽃과 꽃양귀비가 한창이다. 그 너머로 물고기 모양의 그라피티가 보이고 숲이 보이는가 하면, 우측으로 종려나무 가로수 길과 아드리아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이동하고 있는 목적지는 바닷가 언덕 위에서부터 그라피티가 그려진 곳이다. 좌측 상단이 포스트의 종착지이자 이탈리아 남부서 만난 경칩의 풍경을 목격한 곳이다.



주지하다시피 경칩(驚蟄)은 24절기의 하나로 3월의 절기이다. 날씨가 따뜻하여 각종 초목의 싹이 트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땅 위로 나오려고 꿈틀거린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태양 황경이 345도가 될 때이다. 양력으로는 3월 5일 또는 3월 6일로 대한민국에서는 이때쯤 새 학기를 시작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사람들도 개구리 등 동물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나 할까..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경칩의 풍속 중에는 개구리들이 알을 낳을 때 이 알을 먹으면 몸보신이 된다는 설이 존재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경칩 전후에 개구리알은 물론 개구리가 몸에 좋다고 하여 마구잡이로 잡아먹는 것도 목격했다. 개구리 입장에서 보면 인간들이 미워 죽을 지경일 것이다. 겨우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알을 낳았더니 인간들이 몸에 좋다고 하여 먹는 것. 



경칩의 유래는 땅 속에 들어가 겨울잠에 빠졌던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며 땅 밖으로 나오는 날이라는 뜻에서 붙여지게 되었다는데.. 놀랄 경(驚) 자에 벌레 칩(蟄) 자를 쓴 것으로 미루어 개구리들이 봄 날씨에 놀라 깨어나 알을 낳자 인간들이 벌레를 잡아먹는 형국이다. 아무튼 이런 풍습은 하루빨리 사라져야겠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대한민국의 풍습이 어울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곳 바를레타서 겨울을 네 번째 맞이하는 동안 이곳에 개구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는 불과 한 해 전 작년 6월경이었다. 앞서 살펴본 산책 겸 운동삼아 그라피티 아래 습지를 지나는데 희한한 개구리울음소리(짝짓기)가 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관찰해 보니 이탈리아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였다. 그때가 대략 6월 초였다. 당시 기록한 그들만의 은밀한 짝짓기 소리는 이랬다.


BARLETTA, IL SUONO DELLA RANA ITALIANA_그들만의 은밀한 짝짓기 소리




영상을 열어보면 이탈리아 개구리들의 낯선 울음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영상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기록되었으며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그친 때는 대략 7월 말경이었다. 이때부터 바를레타 습지에서 울어대던 개구리울음 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날씨는 절기상 겨울은 존재하지만 개구리들이 동면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닌 듯싶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날씨는 한 때 영한 수십 도를 오르락내리락할 때도 있었다. 지금도 북한지역이나 중국 등 북반구에서는 개구리는 동면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 화들짝 깨어나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등 한 해를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겨울이 되어도 대략 영상 10도씨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많지 않다. 겨울(우기)이 시작되면 비가 오시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낮아지면서 음산한 날이 지속되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이때부터(절기상 겨울)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른땅을 지가 적시면서 새싹들이 돋아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략 10월 이후부터 2월까지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바닷가는 물론 도시 주변이 온통 파랗게 물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개구리 입장에서 보면 대략 난감한 시기로 보인다. 겨울잠을 잘 수도 안 잘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날씨..



아무튼 녀석들은 겨우내 광천수가 솟구치는 바를레타 습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어느 날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때가 지난 4월 초하루였다. 그동안 한 며칠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지 못했으므로 녀석들은 좀 더 일찍 습지의 웅덩이에서 경칩을 맞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지난해 7월 말경 자취를 감추었던 녀석들이 등장한 것이다. 참 반가웠다.



그래서 그라피티가 그려진 계단을 내려가면서 듣게 된 녀석들의 짝짓기 울음소리와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발걸음 소리를 낮추고 사부작사부작 사아부우자악~ 녀석들의 곁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지금 바라보고 계신 이곳 상벽 아래 습지에 파릇파릇 돋아난 풀이 다름 아닌 미나리였다. 올해 봄의 식탁을 풍족하게 만들어 준 미나리가 이탈리아서도 자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미나리깡에서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국에만 있을 것 같았던 경칩의 풍경을 이곳 바를레타서 만나다니.. 그 현장을 영상에 담았다. 두 개의 영상 중에 하나는 이곳 바닷가 언덕의 꽃양귀비 등을 담은 풍경이며, 또 하나는 이탈리아 개구리들의 짝짓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풍경을 조심스럽게 담았다. 즐감 하시기 바란다.




영상, BARLETTA_꽃양귀비 피는 언덕





영상, BARLETTA_꽃양귀비 피는 언덕 개구리울음(상)




포스트에 담은 사진과 영상은 지난 4월 초하루에 담았던 것이며, 오늘(11일) 오후 다시 녀석들을 만나게 됐다. 이날은 울음소리는 물론 녀석들의 모습을 담는 데 성공했다. 그 장면은 하편에서 만나도록 한다. 이탈리아 경칩(?)에 등장한 개구리울음소리가 무슨 대수인가 싶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 행성과 대한민국의 시절이 하 수상할 때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존귀함을 깨우쳐 준 고마운 녀석들이다. <계속>


Ora, il tempo dell'accoppiamento di una rana nel sud d'Italia
il 11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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