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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4. 2019

아껴두면 똥 될 뻔한 우리들의 전설  

#7 아내와 함께한 여행 사진첩


죽기 전에 기록해 두어야 할 '당신의 전설'은 어떤 것들일까..?!



8년 만에 다시 방문한 여행지


이틀 전, 외장하드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우리에게 벅찬 감동까지 주었던 사진첩 속의 풍경과 맞닥뜨렸다. 그곳에는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오른 또레스 델 빠이네(Parco Nazionale Torres del Paine)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남미 칠레의 파타고니아 투어를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큰 감동을 준 빼어난 산이었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우리는 칠레의 산티아고로부터 남하를 계속해 남부 파타고니아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대평원을 가로질러 리오 가제고스(Rio gallegos)까지 진출했고, 다시 그곳에서 마젤란 해협을 따라 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에 도착했다. 



또레스 델 빠이네 베이스 켐프에서 출발한 후 바라본 토레스 델 빠이네의 위용.. 신이 조각한 엄청난 작품이다.


우리가 목적한 여행지까지 도착하는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여 뿌에르또 나탈레스(Puerto Natales)로 이동하는 기나긴 여정이다. 뿌에르또 나탈레스는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배후 도시이자, 남부 파타고니아의 비경을 볼 수 있는 전초 기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을 15년 전에 방문한 후 8년 전에 다시 찾은 것. 뿐따 아레나스와 뿌에르또 나딸레스에 도착한 후 잠시 숨을 돌리고 또레스  빠이네로 향한 것이다. 이번에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위치한 깔라파테(Calafate)는 방문하지 않았다. 오래전 우리에게 감동을 준 여행지였지만 우리의 목적지에 비하면 조금은 흥미가 떨어진 곳이라고나 할까. 





토레스 델 빠이네 켐프에서 트레킹 후 거의 정상에 다다라 내려다본 풍경.. 깍아지른 정상에서 뒤를 돌아다 보니 까마득 하다. 우리네 삶도 이와 다르지 않겠지..



첫 번째 도전에서 실패한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


이번에 방문할 여행지는 또레스 델 빠이네피츠로이(Monte Fitz roy) 두 군데였다. 따라서 피츠로이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또레스 파이네 국립공원을 먼저 탐방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뿐따 아레나스에 짐을 푼 직후 먼저 가벼운 차림으로 현지답사 겸 탑방에 나섰다. 하지만 산은 준비되지 않은 교만한 자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법일까.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 아마추어 여행자라 할지라도 산행을 하려면 그만한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높고 험준한 산과 나지막한 산은 장비가 서로 다른 것. 우리네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산행에 앞선 준비절차인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또레스 델 빠이네 입성의 실패는 준비되지 않은 자가 겪는 절망감처럼 느껴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와 힘들게 이곳까지 온 직후 우리 앞에 난관이 부닥친 것이다. 





참 힘들게 올라선 정상 가까이를 아내가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우리네 삶은 혼자 보다 동행자가 있으면 더 행복할 게 분명하다. 당신의 추억을 보다 더 진하게 공유하는 사랑하는 사람..



아껴두면 똥 될 뻔한 우리들의 전설


아내와 나는 여행사를 통해 편안한 패키지로 여행지로 이동한 게 아니라 청춘들도 힘들어하는  배낭여행이었다. 모든 여정은 우리가 결정하고 실천한 것이다. 그런데 토레스 델 파이네 산행에 빠진 게 있었던 것이다. 숙소를 미리 예약해 놓아야 산행이 가능했다. 산기슭에서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당일치기로 무리가 따랐던 것이다. 

따라서 이곳 베이스 켐프에서 하루를 묵은 후에 이른 아침 동트기 전에 정상으로 가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 마음 같아서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한 바퀴 도는 6박 7일간의 투어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그래서 첫 번째 도전의 실패를 보완한 다음 다시 트레킹에 나섰던 것. 이 같은 여정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게 마련이고 우리에게 전설 같은 배낭여행이었다. 



아내가 방금 자나 간 자리에 에델바이스(Edelweiss_Leontopodium alpinum) 가족들(여러 종들이 있다)이 뽀얀 잎들을 내놓고 나를 반긴다. 한 때 우리나라 설악산에서 서식하던 이 귀한 식물은 요즘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자료를 살펴보니 이탈리아의 북쪽 알프스와 유럽 전역에서 서식하는 식물이다. 또레스 델 파이네 정상에서 만난 녀석들의 취향은 전혀  '오염이 안 된 자연에서 자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힘든 여정 중에서 잠시 잠깐 나의 피로를 덜어주는 풀꽃들의 소담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유년기부터 봐 왔던 조물주의 지상 최고의 작품들..



외장하드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추억들이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는 것. 엄청난 분량의 사진과 영상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같은 자료들은 첫 번째 남미 일주 투어에서 미비한 기록 수단(카메라) 때문에 이 또한 보완된 것이었다. 투어에 앞서 점검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게 카메라 장비였고, 이번 투어에서 기록된 자료들은 평생을 통해 추억을 반추할 수 있는 귀한 자료로 쓰일 게 분명했다. 그런 귀한 자료들이 외장하드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 

이틀 전 자료를 정리하며 속으로 즈음이 놀라고 있었다. 그 많은 자료들을 죽기 전에 다 정리할 수 있을까 싶은 위기감이 닥친 것이다. 방대한 자료의 양과 우리에게 혹은 내게 남은 여생을 감안해야 했다. 짬짬이 자료들을 열람할 수는 있겠지만, 그곳은 작은 외장하드 속에서만 가능했다. 그동안 가끔씩 열어보며 아껴두었던 귀중한 자료들이 시쳇말로 '똥 될 뻔' 했던 것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 정상에 발을 디디면 눈 앞에 펼쳐진 장관들.. 정상을 구성하고 있는 암봉들을 살피면 태초로부터 이어진 지구별의 이야기가 절로 전해져 오는 듯하다. 달님은 그 과정 전부를 기억하고 있겠지..




기록하는 자 만이 전설을 누린다


그래서 부랴부랴 과정은 생략한 채, 토레스 델 파이네 정상에서 기록해 두었던 몇 장의 사진을 다시 보며 감회에 젖는 것. 그리고 여러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글쓴이가 시용하고 있는 브런치는 매우 소중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당시의 모습을 생생한 화면으로 스펙터클 하게 재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최소한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인터넷이 세상을 확 바꾸어 놓았고, 10년 전에만 해도 구축되지 않았던 오늘날 IT기술 등은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깨우친다고나 할까. 내겐 행운이었다. 만약 그때 이런 기록을 준비해 놓지 않았더라면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지경에 이를게 분명했다. 


비록 힘이 들긴 했지만 행복했던 장면들이 전설로 남으려면 기록이 필수였다. 그래서 기억에만 의존해 마음에만 담아온 여행지는 머지않아 흔적도 없이 잊힐 게 아닌가.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우리의 전설이 세상에 기록되고 있는 희한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 현장을 하나하나씩 차근차근히 뒤돌아보며 이웃분들께 소개해 드린다.




#7 아내와 함께한 여행 사진첩


우리끼리 혹은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진귀한 장면들..


아내가 저만치 앞서 가는 가운데 뒤를 쫓던(?) 나의 뷰파인더에 놀라운 장면이 포착됐다.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가끔씩 만날 수 있는 이 꽃은 생김새가 특이하여 망토를 걸친 귀여운 아이 같다.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주인공을 닮은.. 그래서 한 번 만난 이후로 두 번 다시 잊어버릴 수 없는 녀석.. ^^



토레스 델 파이네 정상은 온통 조물주가 조각하고 난 바위 조각들 투성이인데 그 속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산다는 게 신기했다. 우리도 절망하지 말자. 삶이 그대를 속일 수 있을 망정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절대로..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조물주의 지상 최고 최대의 명령.. 생명(生命)이다!!



아내가 나 먼저 정상에 다가선 후 토레스 델 파이네의 전경과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정상에 머무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우리네 삶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정상에 서면 반드시 내려가야 할 길을 준비해야 한다. 아등바등 여기까지 왔지만 다시 먼 길을 철퍼덕 거리며 내려가야 하는 여정들..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으나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상상 이상의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가 그랬다..



우리가 삶 속에서 방황할 대 반드시 필요한 게 현재의 좌표가 아닐까.. 토레스 델 파이네 정상에 도착한 아내가 지도를 펼쳐 들고 현재 위치를 점검하고 있다. 우리는 정상에 다다른 직후 준비해 온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끝으로 인증숏을 날리고 숙소로 되돌아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정상에 설 때까지 어려운 난관들이 많지만 그 직후 하산을 준비해야 한다.



정상에서 바라본 토레스 델 파이네의 속살을 보면 우리가 삶 중에 잊고 살던 조물주가 절로 떠오른다.



조물주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수많은 바위 조각들을 다듬어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몇 개의 봉우리를 완성시키며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것이랄까. 평범해 보이는 듯 하늘로 치솟은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네 삶은 하늘을 향한 해바라기..!



하산을 하기 직전 토레스 델 파이네가 연출한 호수에 들러 손바닥에 물을 적셨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호숫물이 당신의 존재감을 깨운다. 세상에 수많은 비경들이 존재하지만 이렇듯 조물주의 세심한 조각품들은 흔치 않은 광경이다. 우리들에게 차마 잊지 못할  전설을 만들어준 신비한 광경 앞에서 말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IL LEGGENDARIO VIAGGIO DELLA NOSTRA
Parco Nazionale Torres del paine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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