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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1. 2019

꿈같은 비경 앞에서 춤추다

#6 아내와 함께한 여행 사진첩

천지신명께옵서 우리의 동태를 늘 살피고 계셨을까..?


우리 앞에 평생을 통틀어 한 번 볼까 말까 한 장관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남들이 잘 안 가는 여행지 북부 파타고니아의 오르노삐렌 삼각주에서 맞닥뜨린 풍경은, 마치 꿈을 꾸는 듯 환상적인 비경을 선물해 주었다. 이곳은 15년 전에 버킷리스트에 담아두었던 여행지로 8년 전에 다시 찾은 곳이다.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의 땡글로 섬(Isola Tenglo)에서 바라본 북부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베일에 싸여있었고, 우리는 몬뜨에서 더 머물 시간이 없어서 귀국했었다. 그리고 짬만 생기면 지도를 펴놓고 다시 방문하게 될 여행지를 꼼꼼히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오르노삐렌은 몬뜨로부터 이어지는 까르레떼라 오스뜨랄(La Carretera Austral )의 경유지 초입에 위치한 곳( 41°57′54″S 72°28′18″O)으로, 칠레를 통해 남미 파타고니아로 떠나는 여행자들이 눈팅만 하고 지나치는 작은 마을이다. 




칠레의 북부 로스 라고스 주에 속한 이곳은 우알라우에(Hualaihué) 현에 소속된 곳으로 몬뜨로부터 109km 떨어진 한적한 곳. 버스와 페리를 번갈아 타면 대략 2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당시 그런 여유 조차 없어서 귀국길에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찾은 꿈만 같은 여행지.. 그곳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보고 싶었던 장면은 파타고니아의 봄이었다. 그래서 칠레의 산티아고 공항에 착륙한 직후부터 부지런히 남하한 것이다. 몬뜨에서 부랴부랴 이곳으로 이동한 것도 우리가 살짝 간만 본 파타고니아의 비경 때문이었다. 파타고니아에 서식하는 식물 등 자연이 내놓은 풍경들이 우리를 매료시켰던 것. 




이곳은 우리가 자료사진 등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곳이었을 뿐, 직접 눈으로 맛본 것은 15년 전에 아주 잠시 만난 게 전부였다. 그리고 다시 찾은 오르노삐렌은 우리 앞에 귀하디 귀한 선물을 내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이곳의 기후는 우기에서 건기로 바뀌는 환절기였다. 


따라서 달님이 모습을 감추고 저만치 안데스 산맥에서 여명이 밝아오면, 희뿌연 안개들이 뭉게뭉게 몽실몽실 아주 천천히 안데스 자락을 베일로 감싸며 하늘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현지인들도 잘 찾지 않는 오르노삐렌 삼각주를 꼭 방문해 보고 싶었다. 




썰물 때만 되면 연둣빛으로 장관을 이루는 삼각주의 비밀(?)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가슴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날 아침 마침내 모험을 감행하게 됐다. 이른 아침 도시락을 준비하고 오르노삐렌의 리오 블랑꼬까지 다녀오는 여정이었다. 


우리는 전혀 모르는 낯선 장소에 발을 디딘 후 평생을 통틀어 한 번 볼까 말까 한 장관을 목격하게 됐는데 아내는 대자연이 선물한 광경 앞에서 카메라를 향해 춤을 추었다. 이런 광경을 물아일체의 경지(物我一體, 物心一如)에 다다른 것이라 표현해도 괜찮을까..




당신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품어주는 대자연 앞에서 아내는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안데스는 서서히 베일을 벗으며 먼 나라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온 이방인들에게 황홀경을 선물한 것. 뷰파인더를 바라보는 나 또한 춤을 추었다. 



그날 우리는 장자가 꾸었던 호접지몽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안데스의 꿈에 우리가 보인 것. 아니면 우리 꿈에 안데스의 정령이 나타나 우리를 살며시 보듬고 함께 춤을 춘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늘은 간절한 바람을 품은 사람을 절대로 잊지않는 것인지.. 꿈같은 비경은 잠시 나타났다 안데스 너머로 사라졌다. <계속>


-이탈리아 남부 뿌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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