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피자 화덕의 땔감이 궁금했다
올리브유 향기와 맛을 아는 자 피자맛을 안다!!
우리에게 낯설었던 올리브 나무를 처음 만났을 때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서양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올리브..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올리브 과수원의 풍경을 처음 맞닥뜨린 곳은 토스카나 주였다. 당시만 해도 설렘 가득한 만남이었다. 그런 어느 날 내 앞에 500년도 더 된 올리브 고목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것이다.
하니와 함께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서 만난 한 예술가 덕분에.. 올리브 과수원의 본향에서 꿈에 그리던 올리브 나무 고목을 만나데 됐다. 그곳은 퓌렌쩨서 만난 한 예술가 루이지(Luigi lanotte)의 아버지 프랑코(Franco lanotte)의 올리브 과수원이었다.(아래 자료사진)
그때가 어느덧 햇수로 4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우리는 지난해 수확한 올리브유 다섯 통(5kg x 5= 25kg)을 예약하고 구매했다.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내가 올리브유의 맛을 알게 된 때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 피에몬테 주의 미셀린 별을 단 한 리스또란떼서 일을 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오너 셰프가 맛보라며 티스푼에 담아 건네준 올리브유 맛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매우 독특한 맛이었다.
아마도.. 아마도 이 맛을 본 사람들이라면.. 올리브유 맛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까무러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기막힌 맛을 낸다. 서양사에 등장하는 올리브유 맛이 주로 그러했을 것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중해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른바 '지중해 식단'에서는 올리브유를 빼놓고 음식은 물론 요리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맛 본 올리브유의 향기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맨 처음 향기를 맡고 다시 입술을 거쳐 혀에 닿는 순간 톡 쏘는 맛과 함께 그윽한 향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올리브유의 참 맛이다. 그다음 혀끝에 당도한 녀석들이 입안에서 마구 날뛰며(?) 존재감을 드러낼 때는 미네랄 맛이 진동을 한다. 그리고 목젖을 통과할 때는 톡 쏘는 매콤한 맛과 함께 도무지 알 수 없는 향긋한 조합 때문에 우주의 기운을 통째로 느낀다고나 할까..
아마도.. 아마도.. 이런 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뻥이겠지.. 대단한 뻥이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날 당신이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에 발을 들여놓으며 맛보게 될 올리브유 맛은, 지금까지 먹어왔던 그 어떤 올리브유 맛과 전혀 다른 매우 특별한 맛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미슐랭(Guida Michelin) 별을 단 리스또란떼의 오너 셰프의 요리실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사용하는 올리브유의 출처는 뿔리아(Puglia)산이었다는 거..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란다. 포스트에 등장하는 올리브 나무 자료사진 전부는 수령이 500년이 더 된 것들 이란거.. 참조하시기 바란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피자(피자라 쓰고 '삣싸'로 읽는다)가 맛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글을 맺는다.
어느덧 이틀 전 수요일(13일)의 일이다. 우리가 바를레타에 살게 된 이유는 하니의 그림 수업 때문이라고 관련 포스트에서 수도 없이 누누이 언급하고 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프랑코의 아들내미 루이지(41)가 하나의 그림 선생님이자 아들벌이다. 하니는 지난 3월 26일 새로 꾸민 화실 개소식에 이어 첫번째로 루이지의 화실(L'OFFICINA DEL'ARTE)에서 그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가 수업을 진행하며 작품을 그릴 때 짬짬이 화실 밖에서 바람을 쏘인다. 그때 만난 어떤 삼륜차..
요즘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삼륜차의 짐칸에 장작들이 잔뜩 실렸다. 나는 궁금증을 오래 참지 못한다. 그 즉시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무엇을.. 이렇게 '6하 원칙'에 따라 취재에 들어간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하는 동안, 사진과 영상을 기록하면 당사자들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특히 이탈리아인들은 사진에 찍히는 걸 너무도 좋아하며 단박에 친근감이 든다. 이때 담은 기록들을 펼쳐놓으니 이러하다.
삼륜차에 실린 나무들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삼륜차 짐칸에 실린 나무들은 이곳 바를레타 인근의 올리브 과수원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적당한 길이로 자른 올리브 나무들의 겉모습을 보면 작지만 고목으로 보인다. 크기도 다양하고 나이테도 다양하다. 굵은 줄기도 있고 상대적으로 가는 줄기도 보인다. 그렇다면 이 나무들은 어디에 쓰일까..
나: 아저씨, 죄송하지만 이 나무들은 어디에 사용됩니까..?
아저씨: 아.. 이거요. 삣싸 구울 때 사용합니다. 화덕(오븐)을 데울 때 쓰지요."
나: 혹시..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저씨: 아.. 이거요. 올리브 나무입니다."
나: 혹시.. 어디서 가져왔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저씨: 아.. 이거요. (손으로 가리키며) 조오기 바를레타 외곽의 과수원에서 가져왔습니다."
나: 그렇군요. 그렇다면 수령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저씨: 아.. 이거요. (나무를 들어 보이며) 100년은 넘었습니다."
나: 대략 100년 정도.."
아저씨: 아니, 100년도 더 됐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삣싸가게 화덕은 올리브 나무 장작을 태운다
땔감을 나르던 아저씨를 귀찮게 했지만, 그는 귀찮은 내색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오며 가며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삣싸가게 주인에게 사진과 영상 촬영 허락을 얻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귀찮게 굴었다. 그분은 귀찮은 내색은커녕 기분 좋게 나를 맞이하며 질문에 대답하곤 했다. 그 장면 등을 영상에 담았다.
삣싸가게 주인의 말씀에 따르면, 삼륜차에 실려온 올리브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여 화덕을 데우는 한편, 올리브 나무 장작불에서 뿜어져 나온 향기가 삣싸에 쓰며든다는 설명이었다. 간판에 그렇게 쓰여져 있다. 이 가게는 월요일 하루만 빼놓고 일주일 내내 영업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화실 앞에 위치한 삣싸리아 라 스트라디나(LA STRADINA)를 찾아봤더니 다양한 삣싸가 눈길을 끌었다. 그중 한 삣싸를 소환해 봤다.
흠.. 그림의 떡 아니 삣싸! ㅜ 그러나 오늘날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삣싸의 맛을 아는 분들이라면 화덕에서 구워내는 삣싸의 맛이 어떨지 짐작이 갈 것이다. 소나무 장작을 땔감으로 사용하면 솔향기가 배어나듯이 올리브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면 화덕 안의 분위기는 환원과정의 올리브 나무 향이 그윽하게 배어있을 것이다.
이곳 바를레타는 물론 뿔리아 주 등 이탈리아 곳곳의 삣싸 화덕에는 올리브 나무를 전지한 땔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눈여겨 봐 둘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바를레타로 여행 오실 분이 계시면 첨부한 주소(Via Samuelli, 17, Barletta, Puglia, Italia)로 발길을 돌려보시기 바란다. 뷔아 사무엘리 골목길 앞에는 바를레타 상징 에라끌리오 동상이 서 있고 삣싸 가게 바로 앞에 새롭게 단장된 하니의 화실이 있다.
한국에서 뱅기로 12시간 동안 날아와서 로마 공항이나 밀라노 공항에 도착하여 다시 이탈리아 남부까지 여행하려면 여간 수고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바를레타를 찾는 관광객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유적지 혹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바를레타는 구도시 전역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매우 특별한 도시이다. 도시 전체는 거대한 백화점처럼 꾸며져 시내 관광을 즐겁게 해 줄 것이며,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과 두오모(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우리가 잘 아는 삣싸 마르게리따(Pizza Margherita) 외에도 다양한 리체타의 삣싸가 존재한다. 특히 우리 동네 바를레타의 삣싸 가게 대부분은 화덕에 올리브나무 땔감을 사용한다. 바를레타 주변은 물론 뿔리아 주의 광활하고 비옥한 농토의 과수원에서 자라는 올리브 나무는, 신비의 나무로 불릴 정도로 관상용은 물론 열매는 올리브유로 지중해 식단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요리사.. 요리사는 음식을 잘 만들기도 하지만,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잘 알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더 힘주어 말하면, 현대 이탈리아 요리의 특징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 일이다. 접시를 아름답게 잘 꾸미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양념을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어떤 요리들은 지나치게 많은 양념 투성이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하고 양념 맛으로 먹는 경우가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 보다 못하다는 것. 가공식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탈리아 요리 가운데 어느 날 삣싸에 풍미를 더하는 화덕의 땔감을 만나봤다. 갑자기 소나무로 땔감을 사용한 화덕에서 구워낸 삣싸가 먹고 싶어 진다. 솔향기 뿜뿜..ㅜ
La legna da ardere del forno a legna del mio quartiere
il 14 Aprile 2022, La Disfu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