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10
지금, 여러분들은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우엘 우아피 호수를 보고 계십니다!
어느 날,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루따 꾸아란따(Ruta 40, viaggio in moto sulla più lunga strada Argentina)를 따라서 파타고니아 남부에서부터 북부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까지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바릴로체에서 가장 큰 고층 아파트에서 동화 속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내려다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자 우리가 떠난 곳은 바릴로체를 유명하게 만든 이름도 예쁜 나우엘 우아피 호수(Lago Nahuel Huapi)로 떠난 것이다.
우리는 꽤 오래전에 만났던 이곳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작하고 있다. 그때 늦둥이를 가졌다면, 녀석은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까마득히 오래전 우리가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감흥은 뭐라 형용할 수가 없다. 그때 느낀 행복한 추억들 때문에 다시 찾게 된 바릴로체와 나우엘 우아피..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더 눈여겨보고 있는 하나의 풍경이 유람선 뒤에 숨어(?) 있다. 갈색의 마스터와 선교에 라이프 링이 여럿 걸려있는 유람선 한 척.. 저곳에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는 것이다. 유람선의 이름은 모데스타 빅토리아(MODESTA VICTORIA) 호이다.
선착장을 떠나면 우리를 태운 유람선은 이곳 선착장에서 빅토리아 섬(Puerto Anchorena, Isla Victoria)으로 이동할 것이며, 다시 나우엘 우아피 국립공원(Parco nazionale Nahuel Huapi)을 둘러보게 될 것이다. 선착장을 떠난 고속 훼리호 선상에서 만난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우엘 우아피.. 그 현장을 만나본다.
서기 2022년 4월 18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놓고 추억에 젖어들고 있다. 요즘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여행을 다녀올 때 여행지의 사진이나 영상을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막심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세계여행을 다녀왔지만,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있는 여행지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우리가 파타고니아 여행을 떠났을 땐 나름대로 그 점을 보완하려 애 섰다. 맨 처음 남미 일주 여행을 다녀왔을 때 아쉬움을 두 번째 떠난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어느 정도 보완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해도 아쉬움은 남았다. 대용량의 외장하드를 지참했지만 사진에 비해 영상이 턱 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어느 날 자리에 누워 지난 시간을 더듬어 보면 "아 그때 그랬으면 더 좋았을 걸.."하고 후회를 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시간은 돌릴 수도 없고 우리에 삶은 연습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신의 영역이라고나 할까. 그저 현재에 최선을 다한 결과가 당신의 흔적으로 남는 것이다. 그중 아르헨티나의 북부 파타고니아 산 까를로스 바릴로체의 나우엘 우아피는 나름 괜찮은 족적을 남겼다는 자평을 하고 있다. 어느 날 테마가 있는 사진첩이 내 앞에 등장한 것이다. 그곳에는 하니와 나의 꿈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미국의 작가 리처드 바크(Richard Bach)가 1970년에 발표한 베스트셀러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Jonathan Livingston Seagull)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에게 <갈매기의 꿈>으로 알려진 이 책은 당시 친구들과 돌려가며 읽은 적이 있다.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은 단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다른 갈매기와는 달리 비행 그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는 갈매기였다.
그래서 드높이 날고 멀리 바라보며 진정한 자유와 자아실현을 위해 고단한 비상의 꿈을 꾼다는 내용이다. 조나단의 이런 행동은 그들 무리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의 동료들은 "어이 잘난 체 그만하고 그냥 먹이나 잘 찾아먹어.."라며 비아냥 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을 것. 빵과 자유.. 당신의 삶을 빗댄 갈매기의 꿈에서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랄까..
선착장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우엘 우아피 호수가 꿈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갈매기들이 훼리호를 따라다녔다. 참고로 이곳은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다. 바다가 위치한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로부터 이곳 바릴로체까지 거리(차도)는 320km에 해당하고 자동차로 대략 5시간이 더 소요되는 먼 거리이다. 그 가운데 안데스 산맥이 가로막힌 것.
그런데 녀석들은 가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조나단처럼 안데스를 너머 새로운 삶을 찾게 된 것이랄까..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지역(로스 라고스 주)은 호수가 여럿 있는데 녀석들이 무리를 지어 비행을 하는 것을 참고하면, 어느덧 토착종으로 변한 듯 보였다.
우리가 만난 뿌에르또 몬뜨의 앙쿠드 만(Golfo de Ancud, 灣) 주변은 갈매기들이 무수히 많았으며, 녀석들은 어부들이 잡아온 생선 나부랭이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우엘 우아피 호수에 살고 있는 녀석들은 조나단이 어려운 비행 끝에 찾아낸 천국 같은 곳일까..
녀석들은 관광객들이 손에 내민 과자 부스러기를 낚아채는 데 매우 익숙했다. 우리나라의 강화도 외포리에서 석모도로 가는 선착장에서 만난 갈매기들과 유사한 풍경들..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갈매기들이 사람들과 친해진 모습을 보니 그들의 꿈과 우리의 꿈이 서로 겹쳐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천신만고 끝에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내고, 두 번째로 나우엘 우아피 호수를 찾아 망중한에 빠져들었으며, 녀석들은 안데스 너머 동태평양의 바다에서 이곳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을지라도, 훼리호 선상에서 특별한 만남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선상에서 녀석들을 향해 내민 과자 나부랭이 등은 성에 차지 않을 게 틀림없다. 어쩌면 간식에도 턱 없이 부족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을 기득 태운 훼리호를 따라다니며 비행을 즐기고 있는 듯한 풍경..
그래서 새하얀 몸통의 갈매기들이 배꼽(?)을 보이며 머리 위로 비행하는 이유는 먹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하니와 다시 찾은 나우엘 우아피 호수도 오래 전의 행복한 추억 때문에 다시 찾은 것처럼, 녀석들은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을 기억해 내며 행복을 나누고 있는 모습들..
우리는 늘 인간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그러므로 갈매기의 처지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게 아닌가.. 시간을 지내놓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이 선물한 귀한 추억이자 조나난처럼 먼 길을 다녀온 보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늘 높이 드높이 솟구쳐 올랐던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과 만사를 제쳐두고 무작정 떠났던 파타고니아 여행.. 잠시 후 녀석들이 뷰파인더 앞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갈매기들과 우리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계속>
Il Paesaggio della Patagonia affascina a prima vista_Lago Nahuel Huapi
il 18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