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 사구의 아름다운 5월
꿈자리가 달콤하면 일어나는 일..?!
서기 2022년 5월 3일 오전 6시경(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 언덕이 발그레 물이 들었다. 저만치 아드리아해 곁으로 종려나무 가로수가 길게 이어져있는 낯익은 풍경.. 좌측 하단에 오렌지색 패딩 조끼를 입은 하니가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바람은 멎고 해돋이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날 해돋이 시각은 05:49 분으로 목적지까지 다녀오려면 볕을 머리에 이고 다녀야 한다. 등에 맨 작은 보따리 속에는 커피 포트와 물병 한 개가 전부.. 산책 겸 봄나들이가 시작된 것이다.
하니가 조금 전 지나간 자리 곁으로 미나리가 수북이 자라고 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미나리깡.. 올해 봄에 녀석들은 밥상을 푸짐하고 맛있게 해 준 참 고마운 봄나물이었다.
조금 전 그녀는 삐노(Pino, 소나무) 숲 곁을 지나갔다. 이곳 사람들은 소나무와 전혀 닮지 않은 나무를 소나무로 부르고 있었다. 요즘 이 나무에는 꽃이 무성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버들강아지를 닮았다. 500년도 더 된 종려나무 가로수가 끝나는 지점부터 사구와 바다를 가르는 숲이 조성되어 있다.
아침햇살에 발그레 물든 종려나무 가로수길..
이 길은 시작 지점부터 산책로가 끝날 때까지 2.5km로 이어지고 있다. 하니는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피곤한 줄 모른다고 한다. 이날 돌아오는 길은 바를레타 평원을 가로질러 오게 됐다. 꽃양귀비 때문이었다.
우리는 목적지를 돌아오면서 눈에 띄는 풍경을 만나게 됐다.
바를레타 사구의 밭이랑을 가로질러 길게 이어지고 있는 꽃양귀비 무리들..
5월이 오시면 꽃양귀비들은 하늘나라로 떠날 차비를 하게 된다. 대략 3개월 동안 가슴을 붉게 물들인 꽃양귀비 무리들이 떼창을 부르며 이별식을 하는 것이다. 꽃양귀비의 유혹..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저 끝까지 가서 집으로 돌아가면 어때..?"
대략 난감했다. 평원을 가로질러 가는 길은 따로 없었다. 잘 다독 거려둔 밭이랑이에 발이 빠지는 것이다. 그런 잠시 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밭이랑이 한쪽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이때부터 꽃양귀비 삼매경에 빠져들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초주검으로 변했다. 볕은 따끈따끈 발아래는 울긋불긋 꽃양귀비 무리들.. 꽃잎이 시들어가는 모습이 애처로웠지만 굉장한 유혹이었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우리는 바닷가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아침햇살에 빛나는 꽃양귀비 무리들..
앞서 걷던 그녀가 발길을 멈추고 꽃양귀비의 떼창에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인다.
바람에 살랑거리며 흔들리며 춤을 추는 녀석들..
이른 아침부터 평원으로 나와 일을 하고 있는 농부를 만났다. 농부는 낯선 사람들이 밭을 가로질러 가는 우리가 수상쩍었을까.. 눈길이 마주치자 재빨리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이곳은 천국이군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
농부를 힘들게 만드는 평원. 그래서일까.. 농부의 표정을 보니 천국은 무슨 천국인지 싶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농부들에게 꽃양귀비는 잡초에 불과했다. 걷어내고 또 걷어내도 봄이 오시면 덩달아 평원을 붉게 달구는 녀석들.. 그러나 이방인들에게 꽃양귀비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드리운 천국이 틀림없었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기 전 꿈을 꾸었다.
믿거나 말거나.. 하니와 나는 귀한 분이 살고 있는 어느 집을 방문했다. 그 집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안주인이 내게 식혜(감주) 한 사발을 건넸다. 밥풀이 동동 떠 있는 큼직한 사발.. 나는 그 즉시 등 뒤에 있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식혜야 식혜..!"
잠에서 깨자마자 "달콤한 꿈을 꾸었다"라고 말하자 그녀는 무슨 꿈인지 알고 싶어 했다. 해돋이 명소에서 커피를 나누는 동안에도 꿈해몽을 하고 싶었다. 그런 잠시 후 꿈은 잊어버리고 달콤한 풍경 앞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를 발견한 것이다. 그곳은 천국이었다.
Bella vista sulle dune di Barletta nel sud Italia_Meraviglia in ITALIA
il 03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