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보는 순간 입을 다문다 #3
환상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들추어 환상의 의미에 대해 복습해 봤다. 그중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은 제한적이었다.
1 환상 幻相 : 실체가 없는 형상.
2 환상 幻想 :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3 환상 幻想 : 어떤 사람이나 사실에 대하여 근거 없이 덮어놓고 좋게만 보는 태도.
4 환상 幻像 : 사상(寫像)이나 감각의 착오로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로 보이는 환각 현상.
5 환상 喚想 : 지나간 것을 돌이켜 생각함.
6 환상 環狀 : 고리처럼 동그랗게 생긴 형상.
7 환상 環象 :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일체의 현상.
8 환상 還上 : 조선 시대에, 곡식을 사창(社倉)에 저장하였다가 백성들에게 봄에 꾸어 주고 가을에 이자를 붙여 거두던 일. 또는 그 곡식.
서기 2022년 5월 8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만난 환상(幻想)적인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환상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이 해당하는 경우의 수랄까. 까떼드랄 데 마르몰(Catedral de Mármol)..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성당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의 한쪽 모퉁이에 위치해 있다. 아직 대리석 성당을 만나지 못한 상태였지만 비취 빛깔의 호숫물에 비친 동굴들은 여행자의 입을 다물게 했다.
우리가 말하는 환상은 이런 풍경 앞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늘 봐 왔던 풍경이나 상상 속에 존재하던 풍경이 눈앞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환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실체가 없는 환상도 실제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 행성의 일부분이므로 언제인가 실제의 형상을 만났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현상을 기시감(旣視感, Déjà Vu, 데자뷔)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시감(데자뷔)이란, 처음 겪는 일을 마치 이전에 보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말한다. 데자뷔는 프랑스어로 "이미 본” 이란 뜻으로 최초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이와 같은 경험을 경험한 것 같은 착각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인간이 정리해 둔 이론이 전부라고 말하기는 부족함이 (무조건)따라다닌다. 그래서 다시 들추어본 넬라 판타시아(Nella Fantasia)라는 노랫말..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할 당시 나의 블로그에 끼적거린 글이 있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넬라 판타시아(Nella Fantasia)라는 노랫말이었다. 이탈리아어도 배울 겸 내 삶을 통째로 바꾸어 보고 싶었던 생각이 깃든 노래였다. 그 가사 속에서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느낌 하나가 감동을 주었다.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에 빛과 같은 존재이자, 너무도 착한 노랫말의 실체는 거짓 없는 '올바른 세상(un mondo giusto)'이었다. 이랬지..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ì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à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Pien d'umanità in fondo all'anima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chiaro
Lì anche la notte è meno oscura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Nella fantasia esiste un vento caldo
Che soffia sulle città, come amico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Pien d'umanità in fondo all'anima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노래의 가사는 의외로 착하디 착했다. 직역을 해 보면 이러하다.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ì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à..
나는 환상 속에서 올바른 세상을 봅니다.
그곳은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정직하게 삽니다..
사람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세상과 평화로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노랫말 속에 가득하다.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사람이 구름처럼 살고 싶은 곳.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것인지.. 노래는 영국(Regno Unito) 출신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불렀지만, 느낌은 동양적 서정이 물씬 풍긴다. 노랫말을 참조하면 인류가 목숨을 걸고 지켜온 가치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랄까..
문명사회의 인간의 삶은 땅을 일구는 법을 점점 잊고 살거나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사람 속에서 온갖 술수가 행해지며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것. 그것도 모자라 전쟁을 통해 뺏고 빼앗기고 죽임을 당하는 일 등이 인류문화사에 지문처럼 박혀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행성 곳곳에는 그런 일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 사람 사는 곳이 어디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우리가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걸음을 내디딘 이곳.. 어느 날 이탈리아 북부의 명승지 돌로미티(Le Dolomiti)를 다녀오면서 그때 느낀 단상을 이렇게 썼다.
작은 보트 위에서 일행과 함께 입을 굳게 다물고 들여다보고 만져본.. 태곳적 풍경이 담긴 환상적인 동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e)은 ‘동굴의 비유’를 통해 무지의 상태에서 ‘좋은 것의 형식’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설명했다. 동굴 안은 '가시적 현상'의 세계를, 동굴 밖은 지성의 빛에 의해 비친 ‘좋은 것의 형식’을 비유한 것이다. 플라톤은 동굴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 '수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런 걸 실체가 없거나 모호한 환상을 말하는 것이랄까..
요즘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사노라니 우리가 가진 환상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생명의 현상이 동굴을 들락날락 하면서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조물주가 품은 세상에 만들어진 동굴은 어떤 생명 혹은 현상을 낳거나 만들었을까.. 싶은 생각들..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ì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à..
나는 환상 속에서 올바른 세상을 봅니다.
그곳은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정직하게 삽니다.
유독 인간 세상만..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떠드는 인간의 생각이 환상만 못한 것일까.. 파타고니아의 명소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PUERTO RÍO TRANQUILO)라는 곳에서 까떼드랄 데 마르몰(Catedral de Mármol)의 한 조각을 만나보는 것만으로 입을 다물게 된다. 여행자가 길 위에서 행복한 이유이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Puerto rio tranquilo PATAGONIA CILE
il 08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