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눈 앞에 나타난 비현실적인 세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결국 돌로미티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었던 오두막집을 구하지 못한 채 자동차 머리를 바를레타로 돌리며, 지난번 여행에서 돌아보지 못한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하얗게 눈을 머리에 인 돌로미티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꿈같은 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계곡(Riserva Statale Somadida)에는 회색곰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년기에 꿈꾸고 동경했던 풍경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었다. 2박 4일 동안 일어난 마법 같은 일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돌로미티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깜짝쇼를 연출하거나 마법을 부리며 우리를 환상 속에 가두어두었던 것이다. 그 시간은 무박 2일을 소요하게 만들었다.
지난 여정, 첫눈의 마법 속으로
지난 여정 첫눈의 마법 속으로 편에서 이렇게 끼적거렸다. 열대 지방에 산 것도 아니었고 생전에 첫눈을 처음 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첫눈은 무엇이며 회색곰은 다 무엇인가.. 만약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여 살아가고 있었다면 당신이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며 자랑에 빠지거나 급 실망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생로병사의 순환은 종국에는 죽음이 당신을 맞이할 것이며, 죽자 사자 쌓아온 부와 명예 혹은 권력 따위는 한순간에 거품이 될 것이다.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인가.. 누구도 운명 앞에서.. 죽음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라틴어 명언 중에는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Dilige et fac quod vis)"라고 말했을까.
살아있는 동안 꿈꾸어 왔고, 해 보고 싶은 일은 해 보고 죽는 것. 여행은 그중 하나일 것이며 어쩌면 삶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돌로미티 여행을 하면서 점점 더 아이들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우리 윗세대가 목숨 걸고 지켜온 관습과 문화 등은 까마득히 잊고 있는 것. 첫눈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으며 돌로미티가 원흉(?)이었다.
우리를 태운 자동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창밖을 주시하거나 차에서 내리게 만들었다.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탄성이 셔터음으로 이어졌다. 하늘은 하필이면 왜 우리를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에 가두었을까.. 세상의 온갖 가치를 한순간에 파묻어버린 곳. 하늘은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나라에 우리를 데려다 놓은 것이다.
환상 속의 나라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할 당시 나의 블로그에 끼적거린 글이 있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라는 노랫말이었다. 이탈리아어도 배울 겸 내 삶을 통째로 바꾸어 보고 싶었던 생각이 깃든 노래였다. 그 가사 속에서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느낌 하나가 감동을 주었다.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에 빛과 같은 존재이자 너무도 착한 노랫말의 실체는 거짓 없는 '올바른 세상(un mondo giusto)'이었다. 이랬지..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ì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à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Pien d'umanità in fondo all'anima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chiaro
Lì anche la notte è meno oscura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Nella fantasia esiste un vento caldo
Che soffia sulle città, come amico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Pien d'umanità in fondo all'anima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노래의 가사는 의외로 착하디 착했다. 직역을 해 보면 이러하다.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ì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à..
나는 환상 속에서 올바른 세상을 봅니다.
그곳은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정직하게 삽니다..
사람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세상과 평화로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노랫말 속에 가득하다.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사람이 구름처럼 살고 싶은 곳.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것인지.. 노래는 영국(Regno Unito) 출신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불렀지만, 느낌은 동양적 서정이 물씬 풍긴다. 노랫말을 참조하면 인류가 목숨을 걸고 지켜온 가치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랄까..
문명사회의 인간의 삶은 땅을 일구는 법을 점점 잊고 살거나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사람 속에서 온갖 술수가 행해지며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것. 그것도 모자라 전쟁을 통해 뺏고 빼앗기고 죽임을 당하는 일 등이 인류문화사에 지문처럼 박혀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별 곳곳에는 그런 일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 사람 사는 곳이 어디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우리가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걸음을 내디딘 이곳.. 첫눈이 내린 돌로미티의 산중에는 전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환상 속에서 올바른 세상을 봅니다.
그곳은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정직하게 삽니다..
우리는 조물주가 지은 대자연의 장엄하고 빼어난 위대한 작품 앞에서 좋아서 기뻐 날뛰는 것이다.
(물론 속으로만..깡충깡충 ^^)
사는 동안 언제 이런 적 있었던가.. 늘 꿈만 꾸고 환상 속에서만 봐 왔던 황홀한 세상..!
아우론조 골짜기는 걸음을 옮기는 우리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돌로미티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우리 앞길을 시샘하던 하늘이.. 이틀 동안 비를 퍼붓던 하늘이.. 세상을 하얗게 만들며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것이다.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계속>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06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