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천하절경 돌로미티에서 9월에 만난 첫눈.. 그 마법 속으로..!!
우리는 그동안 빠쏘 치비아나 와 봘레 디 까도레에서 두 곳의 작은 오두막집을 알아보았고 구입이 가능한지 문의해 봤지만 두 곳 모두 우리의 차지가 되지못했던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 국도를 달리는 동안 새하얀 첫눈을 머리에 인 돌로미티의 바위산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각, 그는 우리를 라고 디 산타 까타리나 호수(Lago di Santa Caterina) 옆으로 불러 세우고 토닥토닥 위로를 했다. 이때부터 돌로미티 첫눈의 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 참 별일이야..!! ^^
돌로미티 첫눈의 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는 게 제정신일까.. 지난 여정 여기서 살뻔했다에서 이렇게 끼적거렸다. 하늘의 일을 제 마음대로 제 좋은 대로 마음껏 끼적거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을 연재하면서 다섯 편을 끼적거렸다. 이랬지..
-. 돌로미티, 9월에 만난 눈
-. 실제상황, 불속으로 달린 자동차
-. 가을비에 물든 치비아나 골짜기
-. 돌로미티가 그린 동양화의 반전
-. 여기서 살뻔했다
그동안 일어났던 일어났던 일은 2박 3일간에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하니와 가을여행에 나선 이유는 돌로미티에 우리가 둥지를 틀만한 작은 오두막집을 찾기 위함이었고, 더불어 가을의 돌로미티를 둘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치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 동안 폭우를 쏟던 돌로미티의 비는 사흘째 되던 날 아침에 첫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로 가는 길
자연의 현상들에 대해 신기해하던 때는 새까만 오래 전의 일이었지만 희한하게도 첫눈만 오시면 강아지처럼 천방지축 난리가 아닌 것이다. 나이도 어리지 않은데.. 이런 현상 등을 두고 선지자들 혹은 종교인들은 제각각 의견을 내놓는다. 인간이 죽으면 영혼도 죽는다는 설과, 인간의 육체만 죽고 영혼은 계속 살아있다는 설과 인간도 늙고 영혼도 늙는다는 설 등이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첫눈의 마법 속으로
나는 이 중 육체는 죽을 망정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믿는 1인이다. 그렇다면 그 영혼은 육신을 닮았을까.. 그렇지 않다.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에너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 에너지가 '나의 아버지'라 굳게 믿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느 날 파타고니아 엘 찰텐 여행 중에 산중에서 아버지의 환청을 듣게 된 것이다.
이른 아침, 아직 동이 트기도 전 그 산중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으며 하니는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내가 환청을 들은 곳(기회가 닿으면 포스팅할 예정이다)은 안데스 자락의 나지막한 산이자 피츠로이가 올려다 보이는 곳이며 만년설과 빙하를 끼고 있는 비에드마 호수가 가까운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피츠로이가 아침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변하는 광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바람에 몸이 휘날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어대는 그곳에서 환청을 듣게 된 것이며 나는 기어코 5분 분량의 짧은 시간 동안 황금빛으로 변한 피츠로이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날이 밝아 숙소로 돌아오니 하니가 나더러 "미쳤어..!!"라며 눈을 흘겼다. 그럴만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한 밤중에 산중으로 홀로 나섰으니 죽음을 무릅쓴 것이나 다름없고 목숨을 건 출사였기 때문이었다. 그게 다 뭐라고..ㅜ
지금 생각해 봐도 무모해 보이는 그 일을 통해, 인간이 영원에 이르는 길은 당신 몸을 지탱해 온 에너지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며 장차 머리를 뉠 곳을 꿈꾸어야만 했다.(나 혼자만의 생각) 까마득히 오래전, 유년기의 어느 날 내 손에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낡은 책 속에는 눈을 머리에 하얗게 인 거대한 바위산이 저만치 멀리 있었다. 골짜기에는 옥수처럼 맑은 물이 강을 이루며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유유자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침엽수들이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후 그 계곡에는 어미 곰이 아기곰 두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때 나의 손에는 <알래스카의 회색곰> 이야기가 실린 만화책이 들려있었다. 어린 내가 동경하던 곳이 청정지역 알래스카였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흐른 후 그런 풍경은 내 마음속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먹고사는 일에 회색곰이나 눈을 머리에 인 바위산 따위가 자리를 잡을 틈이 없었다. 있을 리 만무했다.
육신도 지치고 마음까지 혼돈을 거듭하게 되던 기나긴 어둠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어둠을 가끔씩 깨운 건 우리나라의 4대 강이었으며 설악산 등 명산이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한 위정자의 손에 의해 나를 낳아주었던 조국의 젖줄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통탄을 금치 못했다. 하니와 나는 이때부터 약속이나 한 듯 먼 나라 여행을 통해 마음을 내려놓을만한 강과 산을 찾아다녔다.
아니 하늘은 우리를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인도하며 위로하고 토닥거려준 것이다. 실로 마법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이 안데스 산군이 길게 이어진 북부 파타고니아 로스 라고스(Los Lagos)였으며, 남부 파타고니아의 또레스 델 빠이네(Parco Nazionale Torres del Paine)였으며, 엘 찰텐(El Chaltén)이었으며, 엘 찰텐의 리오 데 라스 부엘따(Río de las Vueltas) 등은 우리를 다시 불러 세운 것이기도 했다.
우리는 결국 돌로미티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었던 오두막집을 구하지 못한 채 자동차 머리를 바를레타로 돌리며, 지난번 여행에서 돌아보지 못한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하얗게 눈을 머리에 인 돌로미티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꿈같은 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계곡(Riserva Statale Somadida)에는 회색곰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년기에 꿈꾸고 동경했던 풍경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었다. 2박 4일 동안 일어난 마법 같은 일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돌로미티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깜짝쇼를 연출하거나 마법을 부리며 우리를 환상 속에 가두어두었던 것이다. 그 시간은 무박 2일을 소요하게 만들었다. <계속>
영상, 첫눈의 마법 속으로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03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