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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02. 2020

여기서 살뻔했다

#5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눈만 뜨면 바라보이는 눈을 머리에 인 거대한 바위산.. 여기서 살면 어떨까..?!!


오래된 기찻길로 산책하던 개 한 마리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까. 오래전, 유년기를 행복하게 해 준 누렁이는 첫눈이 오시면 천방지축 뒷마당의 새하얀 눈 위를 뒹굴었지.. 질세라 꼬마 한 녀석이 누렁이와 함께 뒹굴었다. 그 꼬마가 장성해서 돌로미티까지 진출할 줄 누가 알았으랴..
기껏 보따리를 챙겨 돌로미티까지 동행한 하니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돌로미티가 그린 동양화 때문에 얼마나 우울했을까.. 날이 밝자마자 우리는 부동산에서 상담한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곧 다가올 꿈에 부푼 것. 하늘은 가끔씩 우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일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은 하늘의 몫이라지..



돌로미티 주변의 빈 집을 찾아서 


지난 여정 돌로미티가 그린 동양화의 반전에서 이렇게 끼적거렸다. 날이 밝자마자 하니와 나는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오전 9시부터 9시 30분까지 부동산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돌로미티 초입의 봘레 디 까도레(Valle di Cadore) 소재지에 단 하나밖에 없는 부동산 사무실에는 두 사람이 나와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또래의 한 분과 사장(?)으로 보이는 50대 중후반의 남자가 우리를 안내했다. 그는 커다란 데스크톱을 앞에 두고 우리가 찾는 물건을 하나씩 보여주며 소개했다. 



부동산 사무실에서(*알아두면 유용한 돌로미티 주변 부동산 시세)


사장: 이건 2층 집(한국의 3층 집에 해당)에 방이 여섯 개에 응접실 1개 부엌과 화장실이 각각 하나씩 달려있고 테라스가 달린 집에 다락방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공간 몇 개와 주차장과 화단이 있습니다.

: 고맙습니다만 우리는 작은 집을 원하거든요. 침실은 2개면 되고요. 응접실과 화장실 부엌만 있으면 됩니다. 그런 집은 가격이 얼마나 하나요?

사장: 이곳의 부동산 시세는 대략 1억 3천만 원 정도 합니다. 아파트와 단독주택도 비슷한 시세입니다.

: 아무튼 집의 크기와 가격이 우리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흰 연중 몇 차례만 사용할지 모릅니다. 바캉스 시즌과 가끔씩..

사장: 그렇군요. 조금만요.. 찾아보도록 할게요. 흠.. 여기 7천만 원 정도 되는 물건이 하나 있군요.

: 좋아요. 그럼 한 번 볼까요.



Nell'ufficio immobiliare


Presidente: Questa è una casa al secondo piano (che è la casa del terzo piano in Corea) con 6 camere, cucina e il bagno ciascuno con una terrazza, che si trova nella casa con un soppalco. E un paio di piccoli spazi, un parcheggio e un giardino. 
Io: Grazie, ma vogliamo una piccola casa. Ci sono due camere da letto. Tutto quello che serve è un salotto e una cucina, bagno. Quanto costa una casa come questa? 
Presidente: La tassa di proprietà qui è di circa 130 milioni di won. Gli appartamenti e le case unifamiliari sono simili. 
Io: Comunque, le dimensioni e il prezzo della casa non ci piacciono. Forse lo useremo solo un paio di volte. A volte con la stagione di Vacanze. 
Presidente: Sì. Un po'.. cercherò. Beh, c'è un oggetto che costa circa 70 milioni di won.
Io: Va bene! Vediamo..!!



여기서 살 뻔했다


이렇게 이어진 상담 끝에 우리는 나이가 지긋하신 동료분을 따라 사무실에서 대략 1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우리의 시선은 첫눈을 머리에 인 거대한 바위산을 향하고 있었다. 도로 곁으로 옥빛 호수가 풍광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물 좋고 정자 좋은 집을 찾을 수 있을까.. 



하니와 나는 안내를 따라 한 동네에 도착했다. 그곳은 코로나 때문에 대략 1년간 사람들이 찾지않아던 곳이라 했다. 집은 우리나라의 3층 집 구조였다. 가운데 출입구가 있고 양쪽으로 창문이 두 개씩 있었다. 안내인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목재 건물의 약간은 퀴퀴한 냄새가 닫아둔 창틈으로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하얀 커튼이 쳐져 있었고 누군가 이곳에 살다가 이사를 간 후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지만, 아무도 찾지 않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목조로 되어 있었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삐져나왔다. 집안의 침대는 정갈했으나 먼지가 나풀거렸다. 그리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오래된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2층은 넓은 공간의 다락방이었으며 안락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집에는 화장실이 출입구에서 약간 낮게 위치해 있었는데 집 전체의 구조로 보아 빈약해 보이는 게 흠이었다. 그리고 지층에 배치한 거실 겸 주방에는 장작 난로와 오븐이 양쪽에 두 개씩 준비되어 있었으며, 커다란 소파와 탁자 및 책상이 잘 배치되어 있었다. 솔깃했다.  



그러나 집을 구입한 후 수리를 해야 했으므로 웃돈이 들어갈 게 분명했다. 따라서 안내인에게 문의했더니 대략  수백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 생각과 차이가 났다. 제대로 수리하려면 우리 돈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은 들 것 같아 보였다. 안내인은 우리를 집 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대략 3~4평에 해당하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 이 건물의 연면적은 대략 100평 이상 되어 보였지만, 집을 오래 비워두고 먼지까지 가세한 탓에 하니의 마음에 쏙 들지 않았다. 갈등이 시작됐다. 



우리는 안내인을 먼저 사무실로 보낸 후 이 집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나의 의견은 이 집을 구매한 후 수리하여 이곳에 살고자 했다. 집을 구매할 때 초기 비용은 들지만 렌트비용 등 손익을 감안하면 대략 2년 정도면 본괘도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하니가 동의만 한다면 넓은 공간(방)을 누군가에게 세를 놓아도 될 것 같았다. 돌로미티를 찾는 한국의 여행자 등을 상대로 B&B를 열어도 될 것 같았다. 최소한 두서너 팀은 넉넉하게 잘 수 있는 마침맞은 공간과 장소에 위치한 집이었다. 



그러나 하니의 생각은 달랐다. 이 집을 수리한 후 현지인에게 세를 놓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었지만, 현지에서 우리나라처럼 세를 놓기란 불가능하다고 했다. 거기에 하니의 생각은 돌로미티에 집을 구하는 것보다 캠핑카를 더 선호했다. 현재처럼 그림 수업을 하면서 짬짬이 돌로미티 등을 여행하자는 것. 보헤미안의 삶과 붙박이 삶이 충돌하며 결국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돌로미티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일단락시켰다. 



그리고 차를 몰아 돌로미티의 절경이 펼쳐진 아우론조 디 까도레 (Auronzo di Cadore)로 향했다. 차가 아우론조 디 까도레 국도를 달리는 동안 괜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먼 데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지만 목적 하나를 잃어버리고 돌아서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빠쏘 치비아나 와 봘레 디 까도레에서 두곳 의 작은 오두막집을 알아보았고 구입이 가능한지 문의해 봤지만 두 곳 모두 우리의 차지가 되지못했던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 국도를 달리는 동안 새하얀 첫눈을 머리에 인 돌로미티의 바위산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각, 그는 우리를 라고 디 산타 까타리나 호수(Lago di Santa Caterina) 옆으로 불러 세우고 토닥토닥 위로를 했다. 이때부터 돌로미티 첫눈의 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 참 별일이야..!! ^^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02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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