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釋迦誕辰日)이 오시면 생각나는 의형제
세상은 돌고도는 것일까?...
서기 2022년 5월 8일 자정(현지시각)이 넘은 야심한 시각 오래된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사진첩 속에 등장한 지명은 경기도 여주군 북면 상교리 즘골의 저녁답 풍경이며, 서기 2014년 어느 날 의형제들이 모여 도예가 김원주 아우님의 전통 장작가마 터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날이 곧 어두워질 것이며 일행은 함께 저녁을 나누게 될 것이다.
위 자료사진 좌측으로 지붕 아래 전통 가마가 보이고 아우님의 작업실이 우측에 보인다.
자료사진 맨 왼쪽에는 아우님 내외가 살고 있는 곳이며 가운데로 가마가 보인다. 그리고 우측으로는 패가 한 채가 야트막한 숲에 가려져 있고 오른쪽으로 몇 가구가 옹기종기 살아가는 곳.
야트막한 언덕 위에 아우님이 살고 있는 집과 가마 그리고 공방이 나란히 있다.
그리고 시선을 우측으로 돌리면 납작 엎드린 허름한 집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곳의 이름이 즘골이다.
조금 전 나는 장작가마를 터는 모습을 지켜본 후 마을을 한 바퀴 돌아 가마가 잘 조망되는 곳으로 이동했다. 멀리서 카메라 줌을 당겨 본 그곳에 두 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두 사람 중 좌측에 서 있는 사람은 <한계령> 작사자인 정덕수 아우님이고 우측에는 진관 스님이라는 분이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이곳 즘골에 부정기적으로 모여 정을 나누었던 사람은 돌아가신 하주성 형님과 우리 도예가 내외(김원주, 장순복) 그리고 진관 스님과 김종길 아우 님과 정덕수 아우님과 우리 내외였다. 형제들 보다 더 격 없고 가깝게 정을 나누던 사람들..
이날 저녁을 함께 나눈 사람은 도예가 내외 진관 스님과 정덕수 아우님 그리고 나..
우리는 이틀 전 김종길(필명 김천령)의 <남도여행법> 출판기념회(북콘서트)에 참석차 진주로 내려갔는 데.. 신진주역 역사 앞에서 다시 조우한 것이다. (얼마나 반갑던지...!) 우리는 진주의 김종길 아우 님에게 민폐를 끼친 후 다시 지리산 청학동의 삼성궁에서 한풀선사와 막걸리를 나누고 밤을 새운 후 여주로 돌아온 것이다. 잠시 다녀오고 싶었던 남도 여행이 4박 5일로 이어지고 있었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저녁답에 헤드렌턴을 켜고 조심스럽게 열어본 장작가마는 어느덧 식어있었다. 도예가 아우님이 기거하는 안채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곧 불청객을 맞이할 차비를 갖추고 있는 정겨운 풍경.. 나는 당시를 이렇게 기록해 두고 있었다.
도예가 김원주 씨가 아내 장순복 화백과 함께 살고 있는 여주의 즘골은 두 번째 방문이다. 참 묘한 인연이다. 불과 1년 전 어느 봄날 만난 이후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얼굴들. 두 내외는 '참 반듯하다'는 생각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행사를 끝내고 돌아서는 길은 참으로 길었다. 1박 2일 정도로 여긴 남도여행은 4박 5일로 이어지고 있었다. 모든 것을 내 팽개치고 의기투합한 여정. 지리산 삼성궁에서 천부경(天符經)의 화답을 듣게 되다니... 그곳은 김원주 '아트 디렉터'가 연출한 작품이 바위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떠올린 천부경의 시작 '일시무시일'은 아우님으로부터 즉시 '일종무종일'로 화답됐다.
천부경(天符經)
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
天一一地一二人一三
一積十鉅無匱化三
天二三地二三人二三
大三合六生七八九
運三四成環五七
一妙衍萬往萬來
用變不動本
本心本太陽昻明
人中天池一
一終無終一
동방의 현인 선진(仙眞) 최치원이 말하기를 단군(檀君)의 《천부경》 팔십일 자는 신지(神志)의 전문(篆文)인데 옛 비석에서 발견되었다. 그 글자를 해석해 보고 지금의 묘향산으로 추정되는 백산(白山)에 각을 해두었다 (라고 최치원은 말하였다). 나는 살펴보건대 최치원이 당나라에 가서 진사(進士)가 되었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신선이 되고 난 후 이 경문(經文)이 작년 정사년(丁巳年; 1917년)에 와서 처음으로 평안북도 영변(寧邊) 백산에서 출현하였다. 약초를 캐는 도인 계연수라는 분이 백산의 약초를 캐기 위해 깊은 골짜기까지 들어갔는데 석벽에서 이 글자를 발견하고 조사(照寫)했다고 한다. 나는 이미 《정신 철학》을 편성하고 바야흐로 인쇄에 맡길 것을 계획하였을 때 우연히 유학자 윤효정으로부터 《천부경》을 구득하였는데 참으로 하늘이 주신 기이한 일이었다. <출처: 위키백과>
시작과 끝이 없이 돌고 도는 세상. 시작은 끝을 잉태하며, 끄트머리는 다시 시작을 의미하는 순환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온 46억 년 우리 행성의 역사. 그 속에서 우리는 짧은 만남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에서 귀인들을 만나 '청학의 춤사위'를 보는 동안 아우님의 마음은 즘골에 가 있었다. 그곳에는 출산(?)을 앞둔 장작가마가 아우님 내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귀한 현장에서 맨 먼저 반겨준 건 청개구리 한 마리였다. 저녁 8시쯤 되어 장작가마로 옮긴 발걸음 앞에 놓인 작은 점 하나. 우리는 누구로부터 빚어진 산물일까. 용케도 도예가 김원주 님의 장작가마 터는 날에 동행했다. 도예가의 보람은 작은 탄성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마치 출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귀한 장면을 영상에 담아봤다. 지난 100일 동안 흘린 땀이 한 생명으로, 작품으로 발현되는 현장은 이런 모습들...
영상, YEOJU, CERAMISTA WONJU KIM_도예가 김원주 장작가마 털던 날
즘골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었다. 그동안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아우님 내외가 사는 집 바로 곁으로 커다란 도로가 생기며 즘골이 고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유배지로 떠나던 어린 단종이 울며불며 걸었던 길을 지켜보았던 '즘골의 당산수'가 베어진 자리는 공사장으로 변했다. 당산수가 베어지기 전 큰 절을 올리던 아우님. 그 모습을 하주성 감독(필명 온누리)이 쓴 기사를 통해 접하며 얼마나 가슴 아파했던 지..
세월 참 빠르다.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주성 형님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우리 의형제 중 맏이께서 무엇이 그토록 바쁘셨는지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이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죽는 줄 알았다.
부처님 오신 날.. 포스트를 편집하면서 형님과 스님과 그리고 아우님들이 보고 싶은 것이다. 아니 우리 의형제들이 보고 싶어 포스트를 다시 편집하게 됐다. 보고 싶은 얼굴들.. 얼마전 아우님 내외와 통화를 하면서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져 혼났다.ㅜ 진관 스님의 장작가마처럼 깊고 뜨거운 배려심 때문에 울컥해진 마음들..
당신은 이 땅에서 만난 인연들을 일일이 챙기고 계셨다. 그리고 페북을 통해 포스트에 등장한 사진 전부를 공유했다. 하늘나라에도 보냈다.ㅜ 그런 얼마 후 부처님 오신 날 새벽에 스님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ㅎㅎ 감사합니다. 다들 보고 싶어 합니다. 뵙는 날까지 건강하시고요. ^^"
이제부터 한국으로 다녀올 날을 계수하고 있다. 보고 싶은 얼굴들..!
il Giorno del Buddha(釋迦誕辰日), pensando ai fratelli della giustizia
il 08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