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보는 순간 입을 다문다 #4
Lago GENERAL CARRERA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
서기 2022년 5월 14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놓고 보고 또 보고.. 시간을 거꾸로 돌려 시간여행을 떠나고 있다.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만난 꿈같은 여행지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 이름처럼 참 조용한 마을이다.
마을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산들은 온통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거대한 바위산 곳곳에 언제부터인가 내려앉은 먼지 같은 흙들이 숲과 풀꽃들을 머리에 이고 있다. 마을은 바위산 골짜기에서 쉼 없이 흘러내리는 도랑 곁에 '이발소 그림'처럼 착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풍경을 네 방위신(方位神)을 동원하여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전주작(前朱雀), 후현무(後玄武) 혹은 남주작 북현무라 불렀던가..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Lago GENERAL CARRERA) 호수 한쪽 모퉁이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낸 여행의 백미는 환상(幻想)의 동굴 탐험이었다. 사람들은 그 동굴에 대리석 성당(Catedral de Mármol)이란 이름을 붙였다. 어느 날 우리는 파타고니아를 길게(1240km) 이어주고 있는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을 따라 파타고니아 여행을 이어갔다. 그때 만난 행운의 명소..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 곁에 있는 작은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일행과 함께 이동하고 있는 앞쪽으로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장엄한 산(Reserva Nacional Lago Gral. Carrera)이 보인다. 우리는 곧 대리석 성당을 만나게 될 것이니 이때까지만 해도 이 동굴의 규모 등에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여행지를 알리는 작은 안내 지도에 몇 안 되는 동굴 사진이 호기심을 채울 뿐이었다고나 할까..
목적지가 코 앞에 등장하면서 가슴은 아이들처럼 설렘 반 호기심 반.. 동굴들이 호숫가에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호숫물은 또 얼마나 맑은지 호수 위로 쏟아진 볕들이 물비늘을 동굴 속으로 마구 흩뿌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뷰파인더는 꼼지락꼼지락.. 화들짝 놀라며 동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호기심은 속이 보이지 않는 동굴 앞에 서면 마구 증폭되는 거 있지..
자꾸만 동굴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거.. 그 속에는 반드시 무엇인가 나타날 것만 같은 환상이 스멀스멀..
희한해.. 이런 생각은 호모 사피엔스 후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e)은 ‘동굴의 비유’를 통해 무지의 상태에서 ‘좋은 것의 형식’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설명했다. 동굴 안은 '가시적 현상'의 세계를, 동굴 밖은 지성의 빛에 의해 비친 ‘좋은 것의 형식’을 비유한 것이다. 플라톤은 동굴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 '수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런 걸 실체가 없거나 모호한 환상을 말하는 것이랄까..
요즘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사노라니 우리가 가진 환상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생명의 현상이 동굴을 들락날락하면서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조물주가 품은 세상에 만들어진 동굴은 '어떤 생명 혹은 현상을 낳거나 만들었을까' 싶은 생각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환상(幻想)의 동굴> 편을 열어보니 별로 영양가 없는 기록들이 등장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래전에 입에 담았던 꽤 영양가 있었던(?), 이상주의적이며 관념론적인 사랑..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라 정신적인 사랑을 일컫는 플라토닉 러브를 소환했다.
어느덧 안 청춘에 해당하는 1인에게 매우 부적절한 표현인 순애보 혹은 풋사랑..
유소년 기를 거치며 청년기에 도달했을 때.. 플라토닉 러브는 얼마나 허망했던지
두고두고 후회를 했다. 실화이다.
우리 일행이 동굴 속으로 들어왔을 때.. 동굴 천장에는 거미줄이 발견됐다.
그리고 이끼도 발견됐다.
동굴 속에서 바라본 바깥의 풍경은 내부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한때.. 태곳적으로 부르자.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계수할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 저편..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숲들의 모습 일부가 파편으로 박제되어 있었다. 가까이서 손으로 만져보니 쇠처럼 단단하고 차가웠으며 뺀질거렸다. 동굴 입구에서 보트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 나왔다.
그리고 근처의 동굴 몇 개를 들락날락.. 환상의 크기는 점점 더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고대 플라토닉 러브를 말하던 플라톤이 이 동굴을 탐험했다면 기록은 달라졌을까..
일행은 입을 다물고 나직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환상의 동굴이 선물한 오르가슴..
무릇 생명의 현상은 오묘하고 신묘막측하여 생명의 비밀을 동굴 속에 감추어 둔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굴을 죽음 저편의 세계로 묘사하기도 했다.
명계(황천)와 재물의 신 하데스.. 어느 날 하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불길한 예언을 들었다. 아버지 우라노스처럼 크로노스 자신도 아들에 의해 쫓겨난다는 것이다. 이 운명을 피하기 위해 크로노스는 아내인 레아에게서 자식들이 태어나는 족족 삼켜버렸다. 그중에 명계의 왕 하데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식을 잃을 때마다 고통스러웠던 레아(Rhea)는 한 명이라도 구하고자, 막내이자 신들의 왕인 제우스를 출산할 때 돌덩이(그 돌덩이를 옴파로스라고 한다.)를 강보에 싸서 남편에게 건넸다. 그리고 진짜 제우스는 아말테이아에게 맡겼다. 그렇게 제우스는 남매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그런 연후 제우스는 천둥, 번개, 하늘, 왕권의 신으로 거듭나게 됐다. 그는 올림포스 12신 중에서 으뜸이자 우상들의 왕이며, 하늘을 지배하는 남자였다. 사실상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이 된 위대한 존재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그리스의 크레타섬에는 제우스가 태어난 곳이라는 전설이 내려오는 동굴이 두 곳 있는데, 어느 쪽이 신화 속 장소인지는 모른다. 그뿐 아니라 그리스 본토 남부에 있는 뤼카이온(Lykaion)산에서 제우스가 태어나고 자랐다는 전승도 있다. 아무튼 그 후 제우스는 크레타섬 아니면 뤼카이온산에서 아말테아라는 염소(또는 님프)에게 돌봄을 받으며 자랐다.
제우스가 자랄 때 크로노스한테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님프들이 날마다 축제를 벌이며 소리를 감췄다는 이야기도 있고, 땅과 바다 및 하늘의 신인 크로노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나뭇가지에 밧줄을 묶고 거기에 제우스를 매달아서 키웠다는 전승도 있다. 지금은 21세가.. IT세상이자 대명천지의 세상..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들리는 시대이다. 그러나 신화를 곰 되씹어 보면 환상의 동굴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우스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요즘으로 말하면 막장 불륜남, 강간범애 해당할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신계의 사고뭉치로 불린다. 여신은 물론 님프와 인간을 가리지 않고.. 미인이면 일단 덮치고, 소로 변하면 자기도 소로 변해서 덮치고, 뱀으로 변하면 자기도 뱀으로 변해서 덮치고, 세상에 위험이 닥치면 영웅을 낳아야 한다며 덮친 것이다. 대체로 합의 하에 행위가 이루어지지만, 남편으로 변신해서 강간하고, 끝까지 거절하면 계략을 써서 속여서라도 강간하고 만다.
예컨대 아르테미스와 순결 서약을 한 님프인 칼리스토가 대표적이랄까.. 칼리스토는 빡친 아르테미스에게 버림받고 헤라에게까지 분풀이를 당해 곰이 돼버리면서 나중에 자신의 아들 아르카스에게 사냥당할 뻔하는 등 그야말로 인생 제대로 종쳤단다. 그 과정에서 녀석은 동굴 속에서 원낙이 많은 번식을 한 탓에 웬만한 영웅들 의 호칭 앞에는 제우스의 아들을 쓰게됐다. 결국 사냥되기 직전 제우스에 의해 큰 곰자리, 아들은 작은 곰자리가 된다는 기록이 오늘날까지 존재한다. 이게 다 동굴에 얽힌 야그이자 신화의 풍경들..
그리스 신화의 세계관에서 남성신 최고의 난봉꾼이 제우스라면, 여성신 최고의 난봉꾼은 단연 아프로디테(비너스)이다. 오죽했으면 '음란한 아프로디테'라는 뜻의 아프로디테 포르네라는 공인 별명도 있었다. 신들의 계보에서 헤시오도스 왈 "남근에서 태어났으니 남근을 좋아한다"라고. 배우자의 눈치 따윈 보지도, 아니 신경 쓰지도 않는다. 올림포스 스캔들의 <선데이 서울>로 제우스와 1위를 다툰다고 한다.
미의 여신으로 불리는 아프로디테의 탄생신화에 헤시오도스(Hesiod)에 따르면 크로노스에 의해 잘린 우라노스의 성기(정액 혹은 피)가 바다(폰토스)에 빠져, 뿜어진 거품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아프로디테였다. 아름다운 신의 발자취를 에로스와 히메로스가 따라다녔다고 한다.
암튼 플라톤의 향연에선 아예 아프로디테가 두 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라노스의 성기로부터 나온 것은 천상의 아프로디테(우라니아), 제우스와 디오네의 딸은 지상의 아프로디테(판데모스)로, 전자는 이상적인 플라토닉 한 사랑을 가리키고, 후자는 육체적인 사랑을 가리킨다고 한다. 아폴로도로스(Apollodoro di Atene)에 따르면 13번째 티탄으로 디오네가 있었기 때문에, 아프로디테 우라니아=디오네이고 그녀의 딸이 아프로디테 판데모스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그나저나.. 서두에 나는 플라토닉한 사랑 때문에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불이익 혹은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됐다. 첫사랑은 다 그렇게 끝나는지.. 어느 날 그녀가 "땡땡 씨.. 우리 결혼하면 조그만 집 하나 짓고 아이 한 둘 낳고 잘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즉시 플라토닉 한 오르가슴을 느끼며 그녀의 사랑 고백의 환상에 빠져들었다. 그게 언제 적인가..
참으로 순진했던 나.. 그렇다고 한들 플라토닉과 안 플라토닉도 분간하지 못했느냐고..ㅜ 그때 나의 고향집 터가 이발소 그림처럼 그리고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처럼 조용한 분위기였다면 운명은 달라졌을까.. 하니는 노트북 앞 테이블 앞에서 아이패드를 열어놓고 대한민국의 '땡칠이 가십'을 열어놓고 키득 거린다. 참 재밌는 세상이자 희한한 세상이다.
La Catedral de Mármol (cattedrale di marmo) è una formazione minerale di carbonato di calcio che si trova lungo la costa del 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 in Cile. Accanto ad essa si trova la Capilla de Mármol (cappella di marmo). Nel corso del tempo le acque del lago hanno eroso le scarpate costiere creando queste formazioni spettacolari, che quando il livello delle acque del lago si abbassa possono essere percorse al loro interno con piccole imbarcazioni.
La cattedrale è uno degli isolotti che si trovano a pochi metri dalla riva, e che si chiamano Catedral de Mármol, Capilla de Mármol e Caverna de Mármol. Il porto più vicino alle formazioni è Puerto Río Tranquilo (nel comune di Río Ibáñez, a 223 km da Coyhaique, capitale della regione di Aysén).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atedral de Mármol PATAGONIA CILE
il 14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