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9. 2022

파타고니아, 신의 그림자 바람의 땅

-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25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저만치 호수 위로 훼리호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훼리호 너머로 황량해 보이는 낮은 언덕과 장엄한 바위산.. 이곳은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로 들어가는 관문 뿌에르또 잉헤니에로 이바녜스(Puerto Ingeniero Ibáñez)라는 곳이다. 관련 포스트(매거진 남미 Patagonia)에서 수차 언급되었다. 


서기 2022년 5월 18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그곳에는 이미 낯익은 아름다운 여행사진들이 빼곡하다. 다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기록들.. 하니와 나는 비췻빛 호수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가 바라보이는 전망대 위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던지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던지 이바녜스의 방풍림(미루나무)들이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녀석들은 우리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숙인 허리를 펼 줄 몰랐다. 바람의 땅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통과의례는 그렇게 시작되고 호수를 건널 때까지 쉼 없이 불어 뎄다. 


호수가 바다로 변한 바람의 땅으로 들어가는 관문.. 그때 남긴 기록들을 한데 모아 모둠으로 열어보고 있는 것이다. 사진첩은 죽기 전에 마음만 먹으면 다시 열어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 기록이 방대하여 하루라도 빨리 정리를 해야 했다. 나의 마음은 이미 호수를 건너 광활한 파타고니아 평원에 가 있는 것이다. 



인생은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연습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께서는 두 번 이상은 물론 연습까지 허락한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이 극히 최근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이다. 아마도 이런 공간이 주어지기 전까지 옛사람들이 이런 풍경을 봤다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밀했을 것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 

이제 귀신들이 곡할 이유도 없고 IT세상의 출현과 함께 귀신의 존재는 바람 한 점의 존재만도 못한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여전히 당신의 존재는 아름다움으로 남아있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형형색색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당신의 존재 때문이었지.. 신의 그림자..



파타고니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니 그 이전부터라도 우리는 신의 그림자와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뭇사람들은 당신의 존재를 모르고 산다. 나 또한 그런 적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신께서 나의 달란트를 불 들어 주사 취미를 허락하셨다. 그게 지금 보고 계신 풍경들이자 당신의 존재를 나타내는 신의 그림자라고나 할까..

신의 그림자는 누구에게나 아무 한테나 값 없이 주어지는 하늘의 선물이다. 그런데 질투심이 많으신 신께서는 따로 값을 요구하지 않지만 한 가지 혹은 몇 가지 조건을 전제로 세상을 통째로 여러분들이나 내게 주시는 것이다. 그 조건들은 무엇일까.. 



세상 전부를 품을 수 있는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라고 가르치신다. 세상 전부를 품을 수 있는 마음을 비우지 않는 한 세상이 당신 속으로 들어올 틈새를 찾지 못한다. 천국이 임하는 또 다른 공간인 당신의 마음.. 그곳은 지식으로 비울 수 없으며 계수할 수도 없다. 오감으로 체득한 마음이 가슴으로 느껴져야 한다. 그때 비로소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은 당신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사는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며, 열심히 돈을 벌 궁리를 한다. 그렇게 산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공부하고 일하고 돈을 벌거나 출세를 꿈꾸는 동안 신의 그림자는 당신의 가슴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나 저제나 당신의 존재를 일깨울 때까지 긴 잠에 빠져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사는 동안 여러분들의 삶을 만나봤다. 그 사람들이 주로 이런 모습이었으며, 그동안 신의 그림자는 당신으로부터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하늘나라로 갔다나 뭐라나.. 그들이 말하는 하늘나라가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 곁에 장미 한 송이 혹은 안개꽃 무리가 널브러져 있어도 눈밖에 나있는 것이다. 신께서는 그들을 통해서 당신을 만나고 싶지만 당신의 관심은 딴 데 가 있었다고나 할까..



나는 사는 동안 누구에게 어떤 법(法)을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았다. 돈을 많이 바는 법, 잘 사는 법, 잘 먹고 잘 사는 법, 공부 잘하는 법, 건강하게 사는 법, 어름다워지는 법, 여행 잘하는 법, 이런 법 저런 법 법법법..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 법의 수도 천지 빼까리다. 특히 요즘은 이런 현상이 도드라진 시대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관심병 때문인지, 클릭(뷰) 수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조회 수 100번 보다 1000번 혹은 1만 번 혹은 백만천만 1억 뷰 이상까지 당신의 존재감을 느끼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신의 부재'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사후세계를 책임(?) 진다는 종교가 있고 교리가 있고 교주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은 저 먼 곳에 있다고나 할까..



나는 어느 날 저 먼 곳에 존재할 것만 같은 '신의 존재'를 남미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라 미스뜨랄로부터 알게 되었다. 그녀를 알기 전 신의 존재를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교회에 등록을 하고 기도굴에서 금식기도를 하고, 성경을 통독하는 등 신을 만나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곤 했다. 가히 앙탈을 부릴 정도였다. 


그런 어느 날 은혜의 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때 "신께서 은혜를 베푸셨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참 이상해.. 그때뿐이었다. 그럭저럭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내가 만난 가브리엘라 미스뜨랄.. 나 역시 신의 존재를 곁에 두고 딴짓을 하며 신을 깊은 잠에 빠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화들짝 놀란 나..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곁에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게 아닌가.. 그때 만난 예술가의 십계명.. 사람들은 누구나 예술가였으며 신께서 영원히 사랑하는 존재였다. 그 약속..



예술가의 십계명

-가브리엘라 미스뜨랄 


첫째, 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 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바람의 땅으로 들어가는 관문.. 호수가 저만치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서면 바람이 무시로 불어온다. 



바람에 실린 신의 그림자..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신의 존재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 현장을 천천히 다시 돌아보고 있다. 



파타고니아, 신의 그림자 바람의 땅


























여행자가 길 위에서 행복한 이유..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동행하기 때문이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PUERTO INGENIERO IBÁÑEZ CILE
il 19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