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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7. 2019

영상, 멀리 떠나도 여전한 풍경

#8-1 아내와 함께한 여행 사진첩


나 없으니까 편하지..?!!


참, 사람 사는 세상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희로애락 생로병사의 삶을 나름 깨우친다 해도 죽는 순간까지는 당신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이라 할까. 이틀 전 브런치에 발행한 글 쑥부쟁이가 점령한 땅을 통해서 여행을 통한 나의 삶을 잠시 뒤돌아 봤다. 


그곳에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지천에 널렸었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그것을 놓칠세라 셔터음을 작렬시켰는데 당시 나의 오감은 당장 세상이 무너져도 뷰파인더 속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된다. 시간이 적당히 흐른 다음 내 속에서 발효를 거듭할수록 포르맛지오의 향기처럼 내 가슴속에 깊숙이 다가오는 것. 왔었다. 






거의 본능적으로 누른 셔터의 배경 속에는 우리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우리가 희희낙락하고 있는 동안에도 자아는 제한된 삶을 계수하고 있었던 것이랄까. 빛이 존재를 발하는 것은 어둠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우리는 늘 한쪽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난들 별 수 있겠는가..




우리가 너무도 좋아했던 남미 파타고니아의 뿌에르또 나탈레스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만난, 쑥부쟁이와 풀꽃들과 바람과 볕이 기막히게 어우러져 만든 풍경이 그랬다. 우리가 희희낙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숨을 죽이고 있던 지독한 고독과 쓸쓸함과 외로움이 출구를 찾은 것. 그 속에 아내가 꽃길을 걷고 있었고, 나는 그 장면을 짧은 영상으로 기록해 두었다. 





포스트를 작성하기 직전 아내는 나와 전화 통화를 했다. 아내는 우리가 이탈리아에 둥지를 틀기 위한 보다 더 확실한 방편과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등의 중대한 일을 앞두고 한국으로 일시 귀국해 있었다. 따라서 현재 글쓴이는 홀아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걸 너무도 잘 아는 아내가 통화가 끝날 무렵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 없으니까 편하지..?!!



아내가 말한 말속에서 그리움이 진하게 풍겼다. 설령 바가지를 버억벅 긁었던 당신이라 할지라도(흠.. 실제로 그랬찌!! ㅋ) 실상은 '곁에 있으면 더 좋겠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없으니까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어..!"




(나는 그 말이 진심인지 지금도 헷갈리지만..ㅋ)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함께 다녔던 여행지 속에 담긴 당신의 모습을 통해, 내가 진심으로 그리워한 한 사람이라는 걸 단박에 안다. 그리고 세월이 마구마구 저만치 흘러가도 또 저 멀리 떠나가도 영상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음을 너무도 감사한다. 부부란, 그 어떤 환경에 처할지라도 좋은 것만 취하지 않고 희로애락을 같이해야 진정한 삶의 동행자가 아닌가 싶으다아~ ^^


LA NOSTRA VIAGGIO SUD AMERICA
Puerto Natales Patagonia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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