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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8. 2019

손으로 먹어야 더 맛있어요

-상추와 개암 요구르트를 곁들인 치즈 소시지


음식을 손으로 먹으면 왜 더 맛있게 느껴질까..?



요즘 나의 중요한 일과


글쓴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천혜의 운동 장소가 몇 군데 있다. 피렌체서 살 때 전혀 느끼지 못했던 운동 장소는 바닷가 해변이다, 고운 모래밭이 대략 10km 이상 도시의 바닷가로 연결되어 있다. 그 모래밭은 작은 항구가 위치한 곳만 제외하면 여름 한 철 대부분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곳. 이탈리아 동부 해안 아드리아해 대부분이 경사가 완만한 해변으로 길게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중심으로부터 지근거리에 항만을 지켜주는 방파제가 아드리아해 쪽으로 대략 1km 정도 길게 뻗어있다. 


나는 이곳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해변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동네가 차츰 낯익어 가면서부터 산책 겸 운동 장소를 두 군데로 나눈 것. 에서 나설 때 날씨를 살피며 운동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다. 구름이 적당히 낀 날은 일몰이 장관을 이루는 터라 두 군데 장소를 저울질하는 것.


이틀 전(현지 시각), 나는 방파제로 나갔다.  바람이 잠잠한 날씨에 내항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방파제 너머 외항은 파도가 술렁일 뿐 세상은 평온하기 이를 데 없는 곳. 그곳에 발을 디디면 방파제 끄트머리쯤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어떤 사람은 물고기를 또 어떤 사람은 미끼를 매단 기다란 작대기를 이용해 문어를 낚기도 하는 곳. 나는 그곳에서 하루의 마감을 알리는 저녁노을 앞에서 가던 걸음을 수 없이 반복하며 멈추게 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일몰 때문이다. 





운동 후 구입한 혼밥용 식 재료들


내가 먹는 혼밥 요리를 끼적거리면서 운동 이야기를 끄집어낸 건 다름 아니다. 거의 매일 이어지는 운동 습관처럼 식습관도 덩달아 비슷해지는 것.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출출해진다. 그래서 머릿속은 온통 먹는 것들이 맴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냉장고를 점검하기 시작하는 것. 


그 가운데 사흘 전 바를레타 재래시장(Mercato di San Nicolo)에서 구입한 상추(Insalata Romana_La lattuga)가 생각났다. 그 상추는 두 단에 1유로에 구입했다. 바를레타는 채소와 과일 천국이다.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구입한 녀석은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채소로 우리나라의 상추 같은 중요한 식 재료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상추는 보다 더 얇고 싱거운 반면, 인살라따 로마나(현지인들은 이렇게 부른다)는 보다 더 두껍고 길쭉하며 입에 넣어 씹으면 아싹거린다. 이 같은 식감 때문에 녀석은 리스또란떼에서 전채 요리(Antipasto)에 많이 쓰인다. 또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햄버거에 넣어 팔고 있는 것이다.


운동을 끝마치고 내가 향한 곳은 귀갓길 가까이 위치한 대형 매장이다. 인살라따 로마나와 잘 어울리는 식 재료를 구입하기 위한 것. 이번에는 고급 살시차(Salsiccia)와 걸쭉한 개암 요구르트를 구입했다. 상추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들.. 




손으로 먹어야 더 맛있어요


리스또란떼에서 일할 때 초보 요리사들은 주로 안티파스토 혹은 돌치(Dolci) 파트를 맞게 된다. 이유가 뭘까.. 

이 파트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는 주로 식 재료의 원형을 사용하는 예가 많으므로 보다 세심하게 만들어지는 쁘리미와 세콘도 파트와 전혀 다른 것. 그렇다고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이탈리아 요리 중 돌치만 해도 대략 3천 여종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요리가 손님들에게 선보여지고 있다. 아무튼 이날 내가 머릿속에 그린 리체타는 우리나라의 상추쌈을 응용한 요리인 것.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상추를 다른 재료와 섞어 무쳐먹지만 우리는 주로 쌈을 싸 먹는 것. 우리나라 쌈은 손을 깨끗이 씻고 상추에 삼겹살이나 밥 등을 올려놓고 된장을 적당량 척 두르면 끝. 


그리고 입을 최대한 벌려서 손이 다 들어갈 정도로 맛있게 먹게 된다. 이때 입안에 동시에 따라 들어가는 게 손가락 혹은 손이다. 


내가 본 어떤 사람은 입이 얼마나 큰지 주먹 한 개가 들어갈 정도였다. 그뿐 아니다. 쌈이 입안에 들어간 즉시 손가락에 묻은 된장 혹은 쌈장을 야금야금 낱낱이 쪽쪽 빨거나 핥아먹는 것. 얼마나 맛있으면 그렇게 먹을까 싶은 것.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인이나 동양인들 중에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를 가진 나라가 적지 않다.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만든 다음부터 음식을 숟가락  혹은 젓가락 포크 및 나이프로 먹는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음식은 원시인들처럼 손으로 직접 먹어야(그랬을 것) 맛이 배가될 것인가. 


음식은 단지 우리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감을 통해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손을 잘 사용하면 감각적 기능을 높이는데 매우 유익하다. 젓가락 문화가 발달한 한국 사람들의 두뇌가 지구별 최고인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일까. 





손으로 음식을 먹기 되면 입으로 음식을 가져가기 전부터 시각적, 후각적인 맛을 먼저 경험하고 차갑고 뜨거운 정도를 사전에 판단할 수도 있다. 만약 젓가락으로 무심코 뜨거운 음식을 입에 넣었다면 입안이 다 익어(?) 버릴 것. 그리고 무엇보다 손으로 음식을 먹으면(손 깨끗이 씻으세요 ^^) 당신을 스스로 기분 좋게 애무하는 느낌을 받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손가락을 쪽쪽 빠는 버릇이 어디서부터 발현되었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잘 생각해 보면 과일과 빵 등을 먹을 때 굳이 수저가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는 포장지가 필요하던지 깨끗이 잘 씻어먹어야겠지.. 뻔한 이야기들이 너무 길어졌다. 


된장과 고추장이 필요해


아무튼 이날 나는 이탈리아에서 배운 음식문화를 이용해 간단한 요리를 끝냈다. 장에서 구입한 상추는 깨끗이 씻고 물기를 제거했다. 그리고 마트에서 구입한 살시차(Salsiccia con Formaggio)는 프라이팬에서 노릇노릇하게 잘 구웠다. 그리고 개암 요구르트를 두 수저 정도 끼얹어 접시를 완성했다. 


그다음 살시차는 포크 나이프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 요구르트에 찍어 먹고, 상추 또한 한 잎 한 잎 손으로 뜯어서 요구르트에 찍어먹는다. 보통은 리스또란데에서 인살라따용 살사를 따로 만들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이탈리아는 물론 요즘 지구별에는 잘 만든 유제품들이 철철 넘치는 세상이다. 혼밥을 즐기시는(?) 분들은 당장 따라 해 보시라.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상추에 찍어 바른 걸쭉한 요구르트는 입안에서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내며 아싹아싹 거리며 살시차와 함께 어우러져  얼씨구나 한바탕 춤을 춘다. 솔직히 이날 된장이나 고추장이 있었다면, 나는 결코.. 맹세코 인살라 따 로마나를 된장이나 쌈장에 싸 먹거나 찍어먹었을 것이다.ㅜ 그나저나 이넘의 나라 일몰은 웰케 장관인지 몰라!!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INSALATA ROMANA E YOGURT NOCCIOLA CON SALSICCIA
La Storia della Cucina Italiana_ALM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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