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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3. 2022

그곳에 가면 전설(傳說)이 된다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어떻게 하면 전설의 주인공이 될 수가 있을까..?!!


    서기 2022년 5월 22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둘러보고 있다. 꽤 오래된 습관.. 대략 20년이 조금 더 넘은 웹서핑은 취미 이상으로 일상이 됐다. 잠시 인터넷으로부터 멀어져 있으면 안달을 부린 적도 있으니 현대인에게 인터넷이란 물과 공기 같은 존재랄까.. 유튜브에 올라온 소식 중에 모처럼 기쁜 소식이 도배를 하고 있다. 영국 EPL에서 뛰고 있는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가 득점왕에 올랐다는 것.



간추린 득점 장면을 보니 팬들이 거의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미쳤다. 이곳에서 손흥민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때마다 언제인가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전설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희소식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기록이 없어서 말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정도로 여겼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호모 사피엔스 후손들은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전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나 또한 그중 한 사람이며 인터넷 유저들 대다수는 전설에 걸맞은 사람들이랄까..



이곳 바를레타서 산책 겸 아침운동에서 만나는 해돋이를 볼 때마다 전설의 한 조건을 생각하곤 한다. 어느 날 단 한 차례의 흔적만으로 전설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침에 만난 해돋이는 우리 행성은 물론 태양계가 생겨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운행을 멈춘 적이 없다. 살아있는 전설.. 오늘 아침 오전 04시를 지나자 마자 하니와 함께 살아있는 전설 속으로 들어가 봤다. 당신을 만날 때마다 전설이 되는 것이며, 언제인가 우리네 삶은 이곳 바를레타에 전설로 남지 않을까..



그곳에 가면 전설(傳說)이 된다




우리는 조금 전 아드리아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바닷가 산책로로 이동했다. 산책로에는 그녀와 나.. 단 둘 뿐이었으며 언제부터인가 산책로를 걸으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종려나무 가로수길이 끝나는 지점(2.5km)에서 500m 정도 더 걸으면 등장하는 윈드서핑족들의 터전에 해돋이가 거울처럼 비치기 시작했다. 오늘(22일) 아침 해돋이 시간은 오전 05시 30분..



해돋이를 만나려면 바를레타 평원의 사구 곁 산책로를 대략 1시간은 더 걸어야 한다.



요즘은 바를레타 평원에 건기가 찾아들면서 유채꽃이 더 필 수 없을 정도로 만발해 있고 씨앗이 기득 맺혔다.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서면 반쪽으로 변한 달님이 서쪽하늘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딜과 우리..



우리가 자주 들렀던 해돋이 명소 곁에서 새벽잠을 설친 낚시꾼이 미끼를 던지고 있다. 낚시에 미치면 손흥민 선수에 미친 팬들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설의 남자가 된다. 살아있는 과부.. 는 그렇게 한 남자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이다. 이 분은 자동차를 몰고 나왔으므로 바를레타에 살고 있었다면 최소한 새벽 3시에는 일어났을 것이다. 어둠을 깨운 낚시꾼 한 사람..



이날 아침, 아드리아해는 잠잠했으며 앙탈도 부리지 않았다. 그 대신 삐친 것처럼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해돋이가 시작되면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는 꽃단장을 옷매무새를 고치기 시작한다. 화려한 외출..



해돋이는 해돋이가 시작되기 직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외출 준비를 하시는 하니와 닮았다. ^^



목적지를 저만치 앞두고 잠시 뒤돌아본 바를레타 평원 위로 달님이 여전히 따라나서고 있다. 잠에서 깬 풀꽃들.. 곧 잎을 떨구고 먼 여행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는 기운데 잠시 후 해돋이가 시작될 것이다.



끝물의 꽃양귀비가 풀꽃들과 함께 몸을 맞대고 어굴을 비비고 있다. 부비부비.. 참 아름다운 조합이자 조화로운 모습이 산책로 곁에서 얼굴을 마주치는 것이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조물주께서는 늘 아름다움과 함께 동행하신다. 그 모습을 발견하는 사람들은 복 받은 자들..



다시 아드리아해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그곳에 이른 새벽을 깨운 한 사람이 발그레한 해돋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해돋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이 분은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말을 걸었다.


"무엇을 잡으시나요. 날도 썰렁한데.. 고기..?"

"네, 물고기 몇 마리 잡았으면 합니다. 히히 ^^"

"그렇군요. 행운을 빕니다. 씩~"

"네,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목적지에 다가서자 마른 풀꽃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건기가 길게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목적지에 다다라 해돋이 시간을 보니 잠시 후 해돋이가 시작될 시간.. 수평선 위로 해돋이의 화려한 광채가 묻어나면서 동쪽 하늘이 발그레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동안 이곳에서 만난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풍경은 지금이 가장 아름다우며 구름이라도 조금 끼어있으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그리고 해님이 얼굴을 살짝 내비치기 시작하면 1분 이내에 세상의 어둠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해돋이 직전에 만난 신비스럽기 그지없는 전설의 풍경..



영상, BARLEETT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그곳에 가면 전설(傳說)이 된다





아드리아해 너머에서 해님이 얼굴을 살짝 내밀며 바닷가에 누가 있나 엿보고 있다.



(저요 저요.. 해님, 안녕하세요..^^)



이때부터 해님과 나누는 짧은 대화는 길어봤자 1분에서 3분 내외..



그때 담은 사진과 영상이 전설로 남게 되는 것이랄까..



행복한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짧지만 긴 여운..



태초로부터 영원까지 이어지는 해돋이와 해넘이..



그때 만난 태양과 사람들.. 그리고 대자연 속의 동식물들..



해님이 얼굴을 내밀기 전까지 잠에서 덜 깬 풀꽃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바를레타 평원을 적시는 광천수는 우기가 오실 때까지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세상이 전설 속에서 다시 깨어난다. 농부들이 깨운 대지의 아침..



하니는 저만치 먼저 앞서가고 나는 엊그제 만난 달팽이 무리들과 인사를 나누며 바를레타 평원의 일원이 됐다. 우리도 언제인가 흙으로 돌아가겠지..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머무를까..



인간이 계획하고 하늘이 결정하는 운명.. 우리가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서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지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든다. 그동안 우리는 이곳에 살면서 전설의 일부가 되었을까.. 동양인이라곤 몇 안 되는 도시.. 그곳에 꼬레아노는 딱 두 사람.. 하니와 내가 전부이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먼 나라에서 해돋이에 존재감을 덜어보는 것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리워지는 시간..



오늘 아침 목적지까지 돌아온 거리는 왕복 10km..  적당한 피로감이 쌓일 때쯤 어둠을 가르고 나섰던 습지의 풀숲이 아침햇살에 곱다. 종려나무 가로수 너머로 파랗게 드러난 아드리아해.. 언제인가 이런 풍경들은 우리네 삶에 전설로 남게 될 것이다.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 곁에서..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Un'alba con Lei
il 22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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