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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4. 2022

찔레꽃, 엄마 아부지 기일에 부침

-아름다운 내 조국 금수강산의 5월


내 생전에 울어야 할 눈물을 모두 쏟아붓던 날..


   서기 2022년 5월 23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라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이맘때 기록해 둔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이슬비에 젖은 찔레꽃이 소담스럽게 피어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찔레꽃.. 촌스럽기도 하지만 작은 꽃잎에서 발산되는 짙은 향기는 엄마와 누이가 면경 앞에 다정스럽게 앉아 분을 토닥거릴 때 나는 아스라한 향기였다.



사진첩(외장하드)은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잠시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이탈리아로 챙겨 온 소중한 기록이 담겨있었다. 그곳에는 서울에 살 때 강남의 대모산을 오르내리면서 대모산 기슭에서 만난 오래된 풍경들.. 오늘 오후 기록을 살피다가 등장한 찔레꽃 무리들.. 작은 찔레꽃 한 닢 한 닢에 어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맘때 엄마 아부지를 어느 묘지에 모시고 돌아서던 날.. 나의 울음은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산중에서 목놓아 꺼이꺼이 울고불고 또 울고 돌아서던 날.. 산골짜기 개울가에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던 하얀 찔레꽃..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하니와 함께 마지막으로 등을 보인 그 동산에.. 지금도 하얀 찔레꽃이 만발했겠지..



하늘나라에서 어머니가 나를 찾고 계셨는지.. 사진첩을 열어보다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엄마 아부지 생각.. 먼 나라 먼길 떠날 때 숙모님과 함께 나를 배웅하시던 어머니.. 아부지는 생전 처음으로 큼직한 노잣돈을 챙겨주시면서 "여행 잘 다녀오너라"라고 말씀하셨다. 아부지께선 삶을 여행애 비교하시곤 했다. 그러니까 두 분 엄마 아부지는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셨겠지.. 오늘따라 유난히도 두 분이 보고 싶다.



찔레꽃

-이연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려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엄마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쪽에 묻어주



비 오면 덮어주고 눈 오면 쓸어 주

맺힌 고가 젖어도 엄마 엄마 울지 마.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아갑니다.



가을밤 외로운 밤벌레 우는 밤

시골집 뒷산 길이 어두워질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희한한 일이다. 노랫말에 실린 풍경은 다를지라도 엄마 생각이 찔레꽃 향기에 가득 묻어난다.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 생전에 어리광을 좀 더 피워볼 걸 그랬나.. 싶은 생각들..



내 고향 부산에서는 엄마를 '어무이'라고 불렀다.



새까맣게 어린 녀석이 '어무이'는 너무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었다.



어느 날 학교를 다녀온 직후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르시고, 까만 치마 하얀 저고리를 입고 정지(부엌)에 계신 엄마께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 저 학교 다녀왔습니다."



늘 입에 붙어 다니던 엄마 어무이를 어머니라고 처음 불렀다. 어색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어머니께 깍듯이 인사를 드렸다.



그때 어머니 표정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놀라움과 함께 얼굴이 환해지셨다.



"어이구.. 내 새끼.. 이쁘기도 하지(쓰담쓰담)..^^ "



내 생전에 처음으로 엄마를 어머니로 부른 날.. 어머니는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열 손가락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



올망졸망 우리 칠 남매.. 는 열 손가락.. 그러시면서 어머니께선 "그중에 안 아픈 손가락도 있지.."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부터 좋아라.. 학교를 다녀와서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 싸돌아 다니다가 집에 오면 그때마다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건네며 '어머니'를 불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밤이 깊어간다. 그리고 엄마 아부지 생각..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노트북 화면 가득 찔레꽃이 가득하다. 어머니의 향기 하얀 찔레꽃..



어머니 생전에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면 어머니께선 얼마나 좋아하샸을까.. 엄마 아부지.. 두 분을 그 산중에 모시고 돌아오던 날 산골짜기 도랑가에 핀 하얀 찔레꽃.. 어머니가 곁에 계시면 하루에 골백번은 더 인사를 드리며 부르고 싶다. 어머니께 못다 한 효도가 눈시울을 뜨겁게 적신다. 어머니께서 곁에 와 계시는 듯하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Bel maggio del monte Geumsugangsan, la mia patria COREA
il 23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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