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떨어진 노약자분들께 권하는 최고의 보양식
나와 내 아내와 이웃을 위한 밥상..!!
아생연후(我生然後)라 했던가. 이 말은 '남의 처지를 생각하기 전에 당신을 먼저 돌아보라'는 명언이자 동물들의 본능이 아닌가. 나는 이틀 전 하루 종일 나를 위한 밥상에 매달렸다. 다름 아닌 사골육수 때문이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이 식품은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골육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현실
사골 국물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 커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사는 동안 학습된 내용을 이웃과 나누어 보면 이러하다. 사골육수는 양질의 단백질과 콜라겐이 풍부하며 마그네슘, 칼슘, 칼륨, 철분, 나트륨 등과 같은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고영양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귀한 영양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주 섭취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사골의 가격과 만드는 공정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한우 사골 가격은 대략 1킬로그램에 2만 원 내외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서민들의 입장에서 이 같은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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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의 시장에서는 한우를 중시하므로 수입종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한 편이다. 그런데 글쓴이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이 같은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 이른바 '신토불이'에 편승한 장삿술이 소비자를 속이거나 우롱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이틀 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 양질의 사골 1킬로그램을 우리 돈 2천 원 정도에 구입했다. 믿기시는가..
우리나라의 고정관념에 비추어 보면 맛도 없고 질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맛과 질에서 더 나았으면 나았지 떨어질 하등의 이유가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이탈리아에 둥지를 튼 이후 나의 건강을 위해 짬나는 대로 사골육수를 준비해 놓고 먹는다.
위 자료사진은 사골을 끓여 식힌 다음 1회용 용기에 담아(1인분 분량) 냉동실에 얼려두고 하나씩 꺼내먹곤 하는 것. 처음엔 사골육수를 끓일 때 물을 많이 사용해 탕처럼 만들어 먹었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탕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와 달리 이탈리아에서는 사골육수를 각종 요리에 응용한다.
위 자료사진은 글쓴이가 살고 있는 도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 풍경이다. 이곳에서 하루 두세 시간씩 걷기 운동을 한다. 좋은 음식과 적당한 운동은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필수 조건인 듯..
리스또란떼에서는 가정에서 만드는 사골육수와 다른 절차를 필요로 한다
또 리스또란떼에서는 사골을 보다 더 진하게 우려내 각종 요리의 양념 등으로 사용한다. 리스또란떼에서 사골을 대하는 자세는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는 조리법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양질의 사골이 입고되면 녀석들은 오븐에 들어가 그들이 지닌 기름기(지방) 대부분을 제거한 후에 큼지막한 들통에 투입된 후 육수 만들기에 돌입된다. 이때 들통 속에는 야채 삼 형제(양파, 당근 샐러리)와 부케가르니(Bouquet garni_향초 다발)라는 향신료가 투입된다. 사골의 잡내를 제거하고 육수를 보다 맛깔나게 만드는 절차인 것.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골을 끓이는 커다란 들통이 센 불에서 끓기 시작하는 찰나 불의 세기는 즉각 낮추어져 장고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들통 위로 떠오른 불순물(거품)은 모두 제거한다. 그리고 뽀글뽀글 몇 방울의 끓는 흔적만 남긴 채 대략 이틀간을 조리는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이런 공정을 거치기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이틀 전 나만의 공정을 통해 만든 사골육수 끓이기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하던 방법과 비슷했다. 사골을 깨끗이 헹군 다음 작은 들통(혹은 커다란 팬)에 넣고 한소끔 끓는 즉시 국물 전부를 버린다. 이 같은 절차를 두 번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사골에 달라붙어 있던 기름기 대부분이 제거된다. 그다음 들통 속을 들여다보면 말간 국물이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부터 들통 위로 떠오른 불순물을 걷어내고, 약불에서 천천히 매우 천천히 녀석들을 달여내는 것. 이 같은 작업 때문에 하루 종일 녀석의 곁에 머문 것이다. 이게 다 나를 위한 아생연후의 절차인 것. 젊을 때는 몰랐던 내 몸의 변질된 현상에 따라 처방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진한 사골육수로 만든 리소토 꼴라보
아내는 물론 우리 이웃을 둘러보면 의외로 적지 않은 분들이 면역력 결핍에 대한 호소를 하고 있었다. 당신이 잘 챙겨 먹지 못하거나 그럴 상황이 못 된 사람들인 것. 나는 이날 사골육수가 걸쭉하게 졸아든 후 우리 입맛에 맞추어 요리를 만들었다. 이른바 진한 사골육수로 만든 리소토(BRODO DI OSSA SCURO CON RISO COTTO)였다. 그러나 요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리소토와 조금은 거리가 멀다. 이날 나는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식은 밥을 사골육수와 함께 크림 상태로 (볶음밥처럼)걸쭉하게 데운 것이다. 이때 이탈리아인들이 애용하는 야채 치코리아 아스빠라고(Cicoria asparago)를 잘게 썰어 넣었다. 그리고 국간장 한 숟가락과 고춧가루 한 숟가락을 투입했다. 마지막으로 빠르마지아노 렛지아노 포르맛지오를 강판에 갈아 넣으면 끝!! 이탈리아 음식과 한국음식의 꼴라보가 형성된 것.
맛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진하게 고소한 사골육수가 약간은 매콤한 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식탁을 경험하게 될 것. 노약자나 연로하신 분들이 이 같은 식단을 마주하면 행복해할 게 틀림없다. 세상사는 동안 바쁘고 힘든 일이 부지기수이지만, 우선 나 스스로 건강하지 못하면 세상사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BRODO DI OSSA SCURO CON RISO COTTO
Cucina Italiana collaborazione in CORE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