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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2. 2019

이탈리아 볼락 찜, 맛은 어떨까

-생선의 표정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우리는 최후의 순간에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서기 2019년 11월 11일(현지 시각) 오후,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에서 볼락을 쏙 빼닮은 이탈리아의 생선(Scorfano) 2킬로그램을 8유로에 구입했다. 묵직했다. 브런치에 글을 끼적거리는 오늘자 유로화 환율을 원화에 대비해 보니 (1281.61원 x 8유로=10,248원), 대략 만원이 조금 더 넘었다. 거기에 계산을 하면서 몇 마리 더 덤으로 얻었으므로 매우 싼 가격에 구입한 것이다.                                                                        

내가 녀석들을 찜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일단 싱싱해 보였고 내게 낯익은 생선 볼락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볼락은 오래전 아동기 때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바닷물고기였다. 부산의 감만동이나 용당동 혹은 이기대로 낚시를 떠나면, 남태평양의 바다와 다름없는 맑은 물속에서 녀석들이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깨끗이 손질한 녀석들을 접시에 올려놓고 보니 표정들이 심상치 않다..ㅜ


어쩌다 매가리를 낚다가 낚시에 걸려든 녀석은 송곳 같은 지느러미를 바짝 세우고 일전을 준비하는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바위틈새에서 살아가고 있던 녀석이 어느 날 어린 낚시꾼에게 걸려든 것이다. 당시 내가 낚았던 볼락은 어른이 된 다음에도 우럭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생선이었다.                                                                                      

하얀 속살이 너무도 담백했고 매운탕이나 지리로 끓이면 바다향까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우럭 지리탕은 뽀얀 국물이 미역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내기도 했다. 그래서 서울을 떠나 통영이나 속초 및 안면도 등지로 주말여행을 떠나면 녀석들은 단골 메뉴였다. 생선을 좋아하는 나의 입맛을 지배한 몇 안 되는 녀석 중 하나였다. 



이틀 전 나의 오래된 추억 속에 묻혀 지내던 녀석이 나를 화들짝 깨운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재래시장에서 녀석을 만나게 된 것이다. 처음 만난 건 아니지만 이 날따라 유난히 눈길을 끌어 장바구니에 담은 것. 녀석은 내게 팔려온 직후 먼저 냉동실에서 더워진(?) 몸을 식히며 나의 식탁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안 이날 함께 구입한 뿔고동을 잽싸게 삶아 비노 비앙꼬를 곁들여 아점으로 먹었다. 그리고 뿔고동 삶은 물을 채에 걸러 팬 위에 두르고 올리브 오일 몇 방울과 고춧가루를 흩뿌린 후 찜 만들기에 돌입했다. 양념은 이게 전부였다. 뿔고동 삶은 물에서 간간함이 배어 나온 것. 녀석에게 갖은양념을 두르면 식 재료 본연의 맛이 많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생선 손질은 비늘만 제거하고 내장은 그대로 두었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녀석들은 고소한 내장 맛이 일품이다.




이탈리아 뿔리아 주에서 스코르파노는 꼬째나 스깜삐 등 여러 해산물들과 함께 주로 쥬빠(Zuppa)의 재료로 사용된다. 야채를 넣고 뭉근히 끓여 얻어낸 육수는 그대로 먹어도 좋고 해물 파스타를 만들 때 사용하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좋은 식재료인 것. 그런데 이날 조리 직전에 녀석들을 손질하다 말고 녀석들 앞에 잠시 멈추어 섰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녀석들의 표정들을 보니 제각각이었다. 어떤 녀석은 입을 커다랗게 떡 벌리고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녀석은 입을 꾹 다물거나 삐친 표정 등을 짓고 있는 것. 녀석들은 아드리아해 깊숙한 곳에 잘 살아왔었는데 어느 날 사람들의 그물에 걸려든 것이다. 이들이 사람들에게 잡혀온 죄목은 딱 하나..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게 하는 타고난 품성 때문이었다. 녀석들은 최후의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며 우리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웃들에게 어떤 죄목을 가지고 있을까..) 요리사는 식 재료 앞에서 늘 겸손하고 고마운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문득 떠오른 날이다.

                                                           

그렇다면 찜 맛은 어땠을까.. 장미를 취하려면 가시에 찔릴 각오를 해야 하듯, 녀석은 잔뼈가 많아 입안에서 오물오물 뼈를 발라먹어야 하는 고소하고 까다로운 절차가 따른다. 그렇지만 희한하게도 볼락과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은 맛도 비슷하여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는 거..!!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GLI SCORFANI:
Gli scorfani sono presenti in quasi tutti i mari del mondo, in particolare nelle acque tropicali e subtropicali, con una netta preferenza per la regione Indo-Pacifica piuttosto che quella Atlantica. Nelle acque temperate, come il nostro Mediterraneo, sono presenti poche specie. Nella zona atlantica si contano 26 specie pericolose, 16 delle quali vivono a profondità notevoli, per cui gli incidenti sono rari. Nel Mediterraneo, l'ordine Scorpaeniformes comprende tre famiglie (Sebastidae, Scorpaenidae e Dactylopteridae) e 11 specie, escluso l'unico rappresentante del genere Pterois (pesci leone) perchè sara discusso, come detto, in altra sede. Infine, la zona Indopacifica, che va dalle coste orientali dell'Africa a quelle della Nuova Zelanda, conta oltre 100 specie, molte delle quali pericolose.


I PESCI_SCORFANO ROSSO AL VAPORE
Mercato di San Nicolo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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