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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9. 2019

진한 닭 육수로 쪄낸 맛깔난 수제비

-혼밥자가 도전해 볼만한 고급 영양식 


닭고기 좋아하세요..?


우리가 놓치기 쉬운 단백질 결핍 현상


세월 참 빠르다. 어느덧 주말이라니.. 한 주 동안 열심히 일한 분들은 주말만 되면 야외로 떠날 준비가 바쁠 것이다. 아니 어제저녁(금요일)부터 서둘러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것. 그런 반면 매사가 귀차니즘에 쩐 분들 혹은 방콕 하시는 분들이 눈여겨봐야 할 리체타 하나를 소개해 드린다.


그렇잖아도 귀찮은데 웬 리체타(Ricetta)..라고 하시면 머지않은 장래에 단백질 부족이 부른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은 우리가 말하는 '성인병' 이상으로 우리 곁에 바짝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특히 노년층에서 이 같은 현상은 도드라져 면역력이 심각할 정도로 저하되며 각종 질병을 호소하는 것.                                                                                                                                                         

단백질은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담당한다는 건 익히 잘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당신의 몸에 이상이 발견되면 까마득히 잊고 살게 된다. 단백질은 면역기능을 돕고 호르몬을 조절하며 질병과 감염병을 예방하며 물리치는 백혈구 세포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것.                                                                                                                     




만약 당신 혹은 가족이나 이웃 중에 몸이 자주 아픈 사람이 있다면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이상 신호일 수도 있으므로 그런 분들은 글쓴이의 브런치를 눈여겨봐 두시기 바란다. 사정상 한국으로 일시 귀국한 아내가 기피(?)한 단백질 섭취 때문에 요즘 글쓴이로부터 가끔씩 핀잔을 듣는다. 몸이 아프면 주로 약에 의존하는 습성이 만성이 된 것이랄까.                                                                                                                                                                    

그래서 요즘은 몸에 좋다는 동식물성 단백질을 골고루 끼니마다 찾아먹는다. 아내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주로 혼밥에 의존하는 나 역시 단백질과 비타민, 탄수화물, 지방과 미네랄 등 이른바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 먹는 것.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이 같은 식습관 때문인지 현재까지 별 탈 없이 지낸다. 또 요즘은 매일 걷기 운동으로 체력을 다진 덕분인지 몸이 많이 탄탄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운동 후 귀가하면 그 즉시 샤워를 마치고 혼밥 준비에 들어가는 것. 그 가운데 닭을 이용한 요리가 지금 선보이고 있는 진한 닭 육수로 쪄낸 맛깔난 수제비(BRODO DI GALLINA CON GNOCCHI)'이다. 야채나 향신료 등을 넣고 닭을 그냥 물에 푹 끓여낸 닭곰탕(?)이 아니라, 닭이 가진 성분을 푹 우려내 농축액으로 만든 것. 닭고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인들도 좋아하는 식 재료인데 조금 더 다른 면이 있다면 사육환경이 조금 더 낫다고나 할까.  


접시 위에 흩뿌린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 포르맛지오는 생선 요리 외 그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립니다.



맹물을 사용하지 않은 진한 닭 육수


이탈리아 요리 유학 당시 만난 닭 사육은 매우 청결했고 친환경 상태에서 자라고 있었다.(위 자료사진 참조) 이런 환경 때문에 시장에 나온 닭들은 종류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값이 두 배 이상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컨대 우리가 자주 먹는 닭(Gallina)이 1킬로그램에 5천 원이라면 특별한 종의 파라오나(Gallina Faraona)는 세배에 해당하는 가격표가 붙는다. 아무튼 단백질은 인체에 유익한 이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므로 자주 먹는 게 무엇보다 바람직하다.                                                                                                                                      

우리가 자주 먹는 닭고기는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하고 백숙으로 삶아 먹기도 하고 찜을 해 먹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리체타의 특징은 맹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닭 육수를 만들며 거기에 수제비(뇨끼를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까지 쪄낼까.. 

주말 컴 앞에 앉아 브런치 이웃을 위한 리체타 소개에 들어간다. 잘 봐 두셨다가 기름에 쩐 닭 요리에 질린 분들과 공유하시기 바란다. 특히 혼밥자들이 자칫 결핍되기 쉬운 단백질 보충에 요긴할 것 같으므로 눈여겨봐 두시기 바란다.





보통의 닭 육수는 이렇게 우려낸다


위에 있는 자료사진 네 장을 잘 보시기 바란다. 자료사진 속에는 매운 홍초와 껍질채 익힌 통마늘과 양파가 보일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닭 육수를 우려낼 때는 닭 한 마리당(1 kg) 대략 1.5~2리터에 해당하는 물과 샐러리, 당근, 쁘레째몰로, 통양파, 월계수 잎, 마늘 등이 사용된다.(아래 예시)


Acqua 2 l,  Sedano 80 g,  Carote 120 g, Aglio 2 spicchi,   Prezzemolo 1 ciuffo, Cipolle dorate 120 g,   Alloro 2 foglie , ,  Pepe misto in grani q.b.  Sale fino q.b.


이렇게 준비된 재료를 잘 다듬어 큰 냄비에 넣고 1시간가량 뭉근하게 끌인 후에, 건더기는 건져내고 국물을 채에 밭쳐 말간 육수를 받아낸다. 그리고 그 육수를 그냥 후루룩 들이키는 게 아니라 각종 요리에 사용하는 것. 그렇다면 내가 만든 육수는 어떻단 말인가.. 확인 들어간다.



접시의 장식은 용설란 꽃을 사용했습니다. 용설란은 귀한 약재로도 사용되지요. 요즘 이곳에 한창입니다.



진한 닭 육수로 쪄낸 맛깔난 수제비


 앞에서 잠시 언급한 나의 리체타 중에 빠진 게 있다. 중요하다. 나는 맹물 대신 비노 비앙꼬(Vino Bianco)와 양파를 사용했다. 우선 잘 손질된 닭을 4등분 이상으로 자른다. 바닥이 조금 깊은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준비한다. 닭을 익힐 팬이나 냄비 바닥에 올리브유를 큰 한숟가락 정도 흩뿌린다.(좀 더 많아도 상관없다)      

                             

 그다음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군 직후 준비한 닭 전부를 넣고 뚜껑을 덮고 익힌다. 센 불에서 잠시 지글거리며 익을 때 뚜껑을 잠시 열어 닭을 뒤집어 겉 부분을 골고루 익히게 한다. 그리고 그 즉시 비노 비앙꼬 한 컵 분량을 첨가한 후 뚜껑을 덮는다. 팬 속에서 난리법석을 떠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런 다음 대략 3분 후 불을 (약불로 최대한 낮추어) 조절한다.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아마도 초보자는 물이 너무 없어서 팬이 타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 두시라.


그다음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약불로 낮춘 후 대략 10분이 경과하면 닭의 겉 표면이 익은 게 확인된다. 이때 간장 두 큰 술을 흩뿌려 넣고, 겉면을 잘 씻은 통마늘 세 통 정도를 매운 홍초와 함께 넣는다.(홍초의 량은 입맛에 따라 조절하시라. 나는 세 개를 넣었다.)     


   

 주요 조리 과정은 이랬다


이 과정에서 향신료가 생략된 것은 간장 때문이다. 간장은 올리브와 포도와 함께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비노 비앙꼬와 함께 잡내를 싹 거두어 가는 것. 그리고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닭에 있던 기름기가 사우나를 한 듯 쏙 빠지며 팬 속에서 함께 끓는 게 확인될 것이다.    


이때 잠시 불을 끄거나 팬의 위치를 옮겨 기름기를 싹 걷어낸다. 그리고 다시 불을 약불로 조정한 다음 준비한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 팬 속의 빈틈에 채워 넣는다. 이 과정이 대략 30분 이상 1시간이 소요되는 것.  팬 속에는 닭에서 우러난 고소한 육즙과 양파에서 배어난 달짝지근한 육수가 홍초와 마늘향과 어우러져 기막힌 맛을 낸다.  


 마지막으로 팬 속의 닭과 양파 등을 모두 끄집어낸 후 채에 받쳐 육수를 걸러낸다. 대략 한 컵 분량의 진한 육수가 나왔다. 비노 비앙꼬와 양파즙이 닭 육즙과 함께 진한 육수를 만들어낸 것이다. 필요에 따라 양파를 더 첨가하던지 끓는 물을 반 컵이나 한 컵 정도( 그 이상을 첨가해도 무방하다. 농도 문제이다. 이렇게 만든 육수는 식히면 젤리 형태로 변하게 되는데 그중 일부(세 숟가락 분량의 끓인 물 +육수=1:1)를 팬에 두르고 약불에서 5분만 익히면 끝!! 과정이 조금은 까다롭긴 하지만 한 번 시도해 보면 너무 쉽다.


그리고 접시 위에 올려놓고 포크나 젓가락을 사용해 뇨끼를 찍어먹는 것. 이때 먼저 걷어낸 닭의 다리나 몸통은 흐느적거릴 정도로 백숙을 닮았으므로 함께 먹으면 술을 당기게 하며 천국을 경험하게 된다. 또 따뜻한 밥과 비벼 먹어도 환상적인 맛을 낸다. 내가 맛본 맛 때문에 글을 끼적거리는 동안 침샘이 놀라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천하 보다 더 귀한 당신의 몸을 위해 잘 챙겨 드시라.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BRODO DI GALLINA CON GNOCCHI
il 09 Novembre 2019,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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