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4. 2019

내 삶에 서광이 비칠 때

-저녁노을이 곱고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겪은 작은 경험


내 삶에(혹은 당신 삶에) 언제쯤 서광이 비쳤던 것일까..?


서기 2019년 10월 16일 오후 4시경, 나는 저녁노을이 유난히 곱고 아름다운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그곳은 피렌체서 거처를 옮긴 후 거의 매일 걷기 운동을 하던 곳. 해변에 들어서기 전 먼발치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작은 배낭에 넣는다. 배낭 속에는 수건 한 장과 신발과 양말을 담은 비닐봉지와 물 한 병이 전부이다. 해변에 들어서기 전부터 마치 큰 의식을 치르는 듯한 차림으로 사뿐히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1


맨 먼저 바닷물에 발을 담가 바닷물 맛(?)을 본다. 이때만 해도 바닷물은 따뜻했다. 그리고 해변의 모래밭을 따라 천천히 혹은 바른 걸음으로 걷게 되는 것이다. 이때 발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모래들이 헤집고 들어오면서 간질간질 발을 맛사지한다. 또 어떤 때는 해변까지 진출한 물거품이 발목과 종아리를 감싸기도 한다. 마치 누군가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 주는 기분이 드는 것.  


#2


이런 과정을 대략 1시간 이상 걷게 되면 집으로 돌아갈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변에 비치한 수돗물에 발을 헹군 다음 수건으로 닦고 양말과 신발을 갈아 신는 것이다. 이런 절차가 반복되는 동안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는 내게 큰 선물을 해 주었다.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오기전부터 가끔씩 요통 증세가 있었는데 어느날부터 허리의 요통 증세가 사라진 것이다. 


#3


요통이란 허리 부위에서 다리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통증을 말하는데 어쩌면 이같은 증세가 오래 전부터 나를 괴롭히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특히 남미의 파타고니아 투어 당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 원인도 무관하지 않았다. 몸에 버거운 무거운 짐을 오랫동안 지고 다니면서 발생한 문제였다고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해변을 걷는동안 사라진 통증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검색을 통해 자세히 알아본 결과 나쁜자세가 주 원인이라고 말했다. 관련 자료에 나타난 요통은 이랬다.



#4


척추는 머리와 골반 사이에 위치하는 인체의 기둥입니다. 인체의 척추는 여러개의 작은 척추뼈가 모여서 기둥을 이루고 있습니다. 목 척추뼈 7개, 등 척추뼈 12개, 허리 척추뼈 5개, 삼각형 모양의 하나의 뼈로 합쳐진 골반 및 꼬리 척추뼈 등 기능적으로 총 25개의 척추뼈가 모여서 척추를 이루고 있습니다.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는 뼈끼리 부딪치는 것을 막아주는 추간판(디스크)이라는 쿠션(Cushion)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있습니다.
요통은 척추의 여러부위 가운데 허리 척추뼈와 골반 척추뼈에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특히 허리 척추뼈의 아랫쪽(4번, 5번, 허리척추뼈)과 골반척추뼈의 위쪽(1번 골반 척추뼈) 사이에서 요통이 주로 발생합니다.(하략) 출처: 일상의 소소한 정보 나눔터


위 요통 관련 자료와 함께 대한임상통증학회 임상 진료 지침(PDF)을 참고해 봤다. 그런데 두 자료를 비교해 봤을 때 보통 사람들이 더 잘 알 수 있는 자료가 전자의 경우였다. 우리가 의사가 아닌 바에야 구체적인 진료 지침 보다 일상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자료가 더 나아보였다.



#5


 바닷가 해변을 걷다가 요통 관련 자료를 뒤적거려 본 건 다름 아니다. 천천히 때로는 조금 빨리 맨발로 해변을 걸었을 뿐인데, 가끔씩 허리를 묵직하게 만들던 요통이 어느날 사라진 것이다. 그날이 대략 지난 10월 16일 전후였으며 운동을 시작한지 두 달만에 내 몸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해변을 맨발로 걸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가 의학적으로나 임상학적으로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 잘 알 수 없다. 그동안 내가 한 일이란 바닷가를 걸으며 운동량을 조금씩 늘려나간 것 뿐이다. 또 그 이전 보다 음식을 더 잘 챙겨먹은 것도 한 몫거들었을까.. 이날 나의 외장하드에는 다섯장의 서광이 비치는 사진이 기록되어 있었다. 내 삶에 서광이 비친 날이었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LA SPIAGGIA DEL TRAMONTO
16 Ottobre,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파도여 파도여 난 어쩌란 말이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