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서 파타고니아에 숨겨둔 아름다운 도시 코자이케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서기 2022년 7월 18일 한밤중(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하니와 함께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그곳에는 촉수가 낮은 전등 불빛 아래의 노르스름한 풍경이 묻어난다. 두툼한 메모장과 볼펜 한 자루 그리고 안경의 실루엣이 노트에 남아있다. 그 뒤로 작은 약병 두 개가 보인다. 그리고 뒤편으로 하니가 매일 저녁 준비해 둔 마사지용 습포가 놓여있다. 침대 곁에 있는 작은 탁자 위의 풍경이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진 한 장이다.
나는 이곳에서 거의 한 달 동안 운신을 하지 못하다가 기적적으로 회생한 바 있다. 놀라운 하늘의 은총이 내게 임한 것이다. 그 장면을 이틀 전에 <그녀와 함께 꼭 가 보고 싶었던 곳> 편에 소개해 드렸다. 시쳇말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고나 할까.. 그럴 이유가 별로 없었지만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상에 눈을 뜨게 되고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날마다 이어지는 기적 같은 삶.. 그 장면을 이렇게 기록한 바 있다.
위 자료사진 한 장은 대략 한 달 동안 투병이 이어진 코지이께의 숙소 풍경.. 당시만 생각해도 큰 위안이 된다.
나는 그동안 당신이 우리에게 베푼 은혜를 생각하며 사진첩을 열었습니다. 그 속에 차마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기록되어 있었던 거지요. 당시를 회상하니 단박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옵니다. 당신이 베푼 친절 이상의 은혜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거지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건만, 어째.. 당신이 베푼 은혜는 한 올도 다치지 않고 사진첩 속에 오롯이 남아있는지..
당신의 아내 마리아와 아들내미 그리고 우리 내외 다섯 명이 나누어 탄 차 속에서 당신은 주로 나를 배려했지요. 먼 나라에서 여행 온 이방인에게 무시로 베풀어준 친절.. 꽤 긴 시간이었지만 전혀 불편한 내색은커녕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할까 봐 노심초사했던 일 모르는 바 아니오.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나와 아내는 당신을 보고 싶어 합니다. 또 그때마다 아내는 눈물을 흘렸지요. 아마도.. 그때 두 분이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았다면, 최소한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주검을 목전에 둔 상황과 다름없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 속에서 내게 큰 희망을 불어준 사건이 당신과 함께한 드라이브였습니다.
당신은 그저 작은 친절을 베푼 것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내겐 절박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내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세상의 풍경이 없었다면 절망 끝에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지요.
내 친구 뚤리오.. 당신과 탑승 동행자들은 그 같은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사진 한 장을 카메라에 담을 때마다 나는 고통의 몸부림을 쳐야만 했소. 조수석에 앉아 뷰파인더를 들여다볼 때마다 허리는 찢어오는 듯했고, 누군가 골수에 뾰족한 바늘을 쑤셔대는 아픔이 이어지고 있었지요. 그렇지만 당신과 마리아가 우리에게 베푼 은혜와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여행 때문에 견디고 또 견뎠지요.
내 친구 뚤리오.. 그런 당신이 하늘이 보내주신 천사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여러 차례 우리를 데리고 최고의 풍광을 선물해 주고 있는 동안 서서히 새로운 삶의 기운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두고 삶을 포기하다니요..!
나는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길 위에서 나 혼자 걷기 연습을 통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것이지요. 그때마다 몇 발자국도 걷지 못해 길 위에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울 힘도 없었지요. 소리를 지를 힘은 더더욱 없었으니 말이죠.
아내는 매일 저녁 습포 마사지를 했으며 병원에 들러 검사를 해 봐도 아무런 처방도 받지 못한 채 다시 숙소로 돌아오며 절망의 한숨만 쉬었답니다. 여행 중에 거의 한 달을 침대에 누워 지냈으니 아내는 또 얼마나 갑갑하고 답답했을까요..
내 친구 뚤리오.. 그때 당신은 우리에게 "잠시 바람이나 쇠자"라고 했지요. 지금 나는 당신이 우리에게 제안한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닿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대서양을 건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꼬자이께로 갈 수만 있다면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조수석에 앉히고 싶습니다. 우리가 봤던 천국 같은 풍경 속으로 내가 당신을 안내하고 싶은 거지요. 친구여.. 그때까지 부디 몸 건강하시고 가내 무탈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오랜 벗
Yookeun Chang으로부터
Una bella città nascosta da Dio in Patagonia_COYHAIQUE CILE
il 18 Luglio 2022, La Disfu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