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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5. 2022

향수(鄕愁, Nostalgia)

-설악산, 생애 최고의 단풍 속으로Ⅰ 


세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관계..?!!




장차 전개될 포스트를 만나기 전에


   어느 날 하니와 함께 떠난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 여행은 추석 당일이었다. 서울 강남에서 설악동까지 열심히 달려 도착해 보니, 아직도 칠흑 같은 어둠이 계곡을 두르고 있었다. 자동차 전조등과 실내등을 켜 놓고 짐을 꾸리며 산행 준비를 마쳤다. 이번 산행은 다른 때와 다른 비장한 각오와 인내심은 물론 안전사고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우리가 미리 콕 찍어둔 여정은 설악동 소공원-비선대-금강굴-전망대-금강문-(공룡능선 시작)-마등령-나한봉(1275봉)-(공룡능선 끝)-무너미 고개-(천불동 계곡 시작)-천당 폭-양폭-귀면암-(천불동 계곡 끝)-비선대-설악동 소공원까지이다. 



설악산 공룡능선 천불동 계곡 코스 전체 길이는 대략 20km에 해당하고 예상 소요시간은 대략 12시간 정도로 지도에 표시되고 있지만, 대체로 1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난코스 중에 난코스로 알려졌다. 보통 사람들이 평지에서 3km를 걷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이며, 험준한 산악 코스의 경우 1km를 나아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설악동 소공원에서부터 비선대까지는 거의 평지와 다름없으므로 전자의 시간이 적용되지만, 비선대부터 금강굴 다시 마등령까지 이어지는 깎아지른 길 등 험준한 길을 걸으면 시간은 1시간 이하로 뚝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마등령부터 무너미 고개까지 이어지는 공룡능선 구간은 후자의 경우가 지속되며 매우 힘든 여정이 이어진다. 



그리고 무너미 고대로부터 천불동 계곡은 내리막길이지만, 하산길이기 때문에 체력이 모두 소진되어 무릎관절에 무리가 따를 수 있는 매우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고도가 점점 더 낮아지는 길이지만 깎아지른 깔딱 고개를 오르는 듯 죽을 맛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하니와 나의 경우이다. 건강한 보통 사람들이 산길을 1km/1시간 속도로 걸을 때 우리는 1시간 이하의 매우 더딘 속도로 설악산 천불동-공룡능선 코스를 완주한 것인데.. 무려 19시간이 소요됐다. 남들보다 산중에서 최소한 6시간을 더 뭉기적 거렸으므로 퍼뜩 이해가 안 가실 것이다. 



현재 포스트에 등장한 여행 사진은 설악동-비선대 코스에서 만난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들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을 때 설악동 소공원에서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비선대까지 오는 동안 서서히 날이 밝으면서 옥수가 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곳은 아직 평지나 다름없으므로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몸을 푸는 정도라고나 할까.. 비췻빛 옥수 곁으로 바위들이 괴물처럼 둘러싸고 있지만 옥수를 품은 세계 최고의 명산의 품격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탈리아서 지난 7월 22일 귀국한 이래로 나는 줄곧 '내 생애 최고의 단풍'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앞으로 전개될 장면들을 사진첩을 열어 보고 또 보고 자나 깨나 내 조국의 아름다운 산하를 기억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일인가"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걸 향수병(鄕愁病)이라나 뭐라나..



서두에 언급해 둔 설악산 공룡능선-천불동 계곡 혹은 천불동 계곡-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단풍이 물들 때 고도에 따라 색상이 단계적으로 그러데이션(Gradation)을 보인다. 단풍이 고도에 비례하여 색감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산행에 나선 사람들이 이런 걸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다면, 어느 날 향수병을 알아차린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신도 모르게 서서히 향수에 빠져들며 누이보다 더 곱고 여인보다 더 사랑스러우며, 거인 보다 더 힘이 세고 다윗과 솔로몬 보다 지혜롭고 용맹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어디서 비롯된 힘일까..




작가노트


세상에서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가 있다. 불가분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세계.. 사람들은 이런 관계를 일컬어 어머니와 조국이라고 말한다. 나를 낳아준 어머니와 조국.. 우리가 말하는 인연(因緣) 가운데 가닥이 유독 질기고 끊어지지 않는 인연이 이런 것일까..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탯줄을 끊고 탈출(?)을 했지만 여전히 어머니와 연결된 끈.. 어머니께서 하늘나라에 가 계신다 해도 여전히 연결된 인연 때문에 어머니는 그리움의 대상이자 사랑의 원천. 어머니의 젖내가 여전히 가시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내 조국.. 어머니와 선조님들을 잉태하고 기른 산과 강과 바다와 하늘.. 그 가운데 유독 가슴속에서 멀어지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림이 있는 아름다운 산.. 먼 나라에서 돌로미티를 그리워하며 산 것도 신께서 가엾이 여겨 내려주신 복제품이었을까.. 추석 명절을 코 앞에 두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듯 하니와 내가 만난 생애 최고의 설악산 단풍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겼다. 오늘은 첫 시간.. 본론에 해당하는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의 단풍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곳이 향수의 근원지이자 세상에서 가장 곱고 아름다운 단풍을 간직한 금수강산 조국의 한 모습이다.



미리 맛보는 한 장면(마등령에서)





Il Nostro viaggio con mia moglie_Monte Seorak, Corea del sud

il 05 Sett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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