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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7. 2019

간편하고 맛있게 쪄내는 파스타

-뿔리아 주의 명물 카치오리코타와 함께 먹는 파스타 파르팔레 

파스타를 압력밥솥에 쪄낸다..?


오늘 저녁(현지시각), 내가 먹은 저녁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파스타 요리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나비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인 파스타 파르팔레(Farfalle)이다. 파르팔레는 수 백종 이상의 파스타 종류 중에서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파스타 중 하나이다. 파르팔레를 즐기는 이탈리아인들의 리체타를 살펴보면 매우 손쉽고 간편한 리체타 때문일 것이다. 파스타의 성분은 동일하지만 살사 준비만 하면 그냥 쓱싹 비벼먹으면 그만인 것. 마치 우리네 비빔밥과 닮았다고나 할까.  


그 어떤 식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파르팔라의 리체타는 그야말로 오만가지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가정의 식습관 등에 따라 무한 확장할 수 있는 것. 또 현대의 유명 요리사들은 각자 자기만의 노하우를 이용해 일반인들이 선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요리법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저녁 내가 혼밥용으로 만들어 먹은 파스타 파르팔레가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요리를 하다 보면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요리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주방의 적지 않은 조리 도구가 동원되고 또 음식을 다 먹고 난 후 정리하는 과정 등이 뒤엉켜 세련미 넘치는 요리를 해 먹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요즘 나의 경우가 그러하다. 아내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주로 '나만의 혼밥'을 만들어 먹어야 하므로, 리체타의 절차 따위는 중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환경 때문에 새로운 리체타가 생겨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요리를 만들려면 먼저 식 재료가 가진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파르팔라 파스타는 물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건면 파스타는 매우 딱딱하여 우리가 애용하는 쌀 보다 강도가 더 높다. 얼마나 딱딱한지 이빨로 자르지 못할 정도이다. 따라서 각종 파스타는 크기별 생김새 별로 삶는 시간을 정해놓는다. 


이탈리아인들은 이 같은 절차를 리체타에 응용하며 '알덴떼(Al dente)'로 확실한 조리를 통해 식탁에 올리는 것. 리스또란데는 물론 이곳 지인들의 식탁에 초대되어 먹어본 파스타가 주로 그랬다. 파스타를 포크에 돌돌 말아 입에 넣어 씹었을 때 씹히는 맛이 마치 고슬고슬하게 잘 지는 밥이 약간은 덜 익은 상태의 맛과 비슷한 것. 이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주 파스타를 요리해먹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십중팔구 우리의 국수 면발처럼 조리해 낼 것이다. 




따라서 오늘 저녁 내가 만든 요리를 이 같은 귀차니즘 혹은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간편하고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파스타 리체타를 염두에 두고 압력밥솥에 쪄낸 리체타를 따라 해 보시기 바란다. 특히 혼밥자분들께서 잘 봐 두셨다가 야참으로 먹는 출처불명의 라면 대신 이용해 보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압력밥솥에 쪄내는 파스타는 주로 기다란 파스타 대신 짧은 파르팔라, 푸질리, 뻰네 등을 이용하며 생면 파스타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 내가 사용한 리체타의 재료는 매우 간단하다. 파스타 파르팔라 80그램(취향에 맞게 가감하시라), 잘 고운 사골 육수 한 컵 분량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특산품인 까치오리꼬따(Cacioricotta_Cacio란 포르맛지오의 또다른 이름이다) 몇 조각을 사용했다. 




파르팔라를 압력밥솥에 넣은 다음 사골육수를 넣는다. 이때 반 컵 분량의 맹물을 함께 넣는다. 이렇게 투입된 사골육수와 맹물의 수위는 파르팔라를 겨우 잠기게 할 정도의 분량이다. 우리가 밥을 지을 때 물을 맞추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가는소금 두 꼬집 정도를 투입하고 잘 저은 다음 밥솥의 뚜껑을 덮는다. 그다음 밥솥의 압력이 최대한으로 올라가면 불을 끄고 압력이 제로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이게 전부이다. 


그리고 밥솥 뚜껑을 열어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져있다. 작은 국자 또는 숟가락으로 살며시 저어 보면 걸쭉한 크림이 파르팔라를 반짝 거리게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접시 혹은 그릇에 옮겨 담고 까치오리코타 혹은 일반의 리코타 포르맛지오를 함께 먹으면 천국이 어디에 있는지 단박에 알 것이다. 


사골육수의 고소함과 염소와 양의 젓으로부터 만들어진 까치오리코타의 향긋한 맛이 쪼올깃한 파르팔라를 씹는 동안 입안에서 맴돈다. 까치오리꼬따는 이곳 뿔리아 주에서는 주로 강판에 갈아 파스타 위에 올려먹지만, 나는 듬성 듬성하게 썰어 조금씩 잘라먹었다. 파르팔라를 투입할 때 소금을 적게 넣은 이유이다. 여기에 뿔리아 주 특산품인 산지오베제 비노 비앙꼬를 곁들이면, 걷잡을 수 없이 황홀해진다. 끝!!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FARFALLE CON BRODO OSSA E CACIORICOTTA
Cacioricotta Pugliese_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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