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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15. 2022

손바닥 그림에 비친 이탈리아 요리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그린 리오 삔투라스 암각화 


원시인들도 요리를 즐겼을까..?!!


   서기 2022년 9월 15일 오후, 추석 명절이 후다닥 지나갔어도 도서관은 여전히 붐빈다. 이탈리아서 귀국한 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와이파이는 도사관에서만 작동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면서 단기간에 사용할 와이파이의 시공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볼일이 없거나 도서관이 휴관하는 날이 아니면 꼭 찾게 된다.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한데 어울려 노트북이나 책 앞에 어룰을 파묻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얼마나 조용한지 천정에서 작동되는 에어컨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이다. 사부작사부작.. 나는 사진첩을 열어놓고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기 전에 하니와 함께 다녀왔던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장소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어느 곳 하나 가슴에 남아있지 않은 곳은 없지만 그나마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여행지가 있다. 그곳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1만 년 전 원시인이 살았던 리오 핀투라스 암각화(Cueva de las Manos, Río Pinturas)의 모습이다. 포스트에 등장한 자료사진이 그 모습이며 엊그제 그린 것 같이 생생하다. 독자님들 중에서 미리 맛(?)을 보신 분들이 있겠지만 잘 봐 두시기 바란다.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목적지를 머리에 담아두었지만, 가는 과정은 통과의례가 필요한 듯 꽤 복잡한 과정을 거차거나 알 수 없는 힘들이 작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원시인들이 이방인들을 함부로 들락거리지 못하도록 막아선 것이랄까..



우리는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지역서부터 천천히 남하하여, 꼬자이께(coyhaique)를 출발하여 다시 바다를 쏙 빼닮은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Il 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를 건넜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호수를 건너, 칠레에서 아르헨티나로 건너갈 칠레치코(Chile cico)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에서부터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 목적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룻밤을 칠레치코 민박집(HOSPEDAJE)에서 묵고 다음날 눈을 떠 보니 칠레 치코 포구 앞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은 칠레 지역.. 이곳에서 아르헨타나 국경에서 입국신고를 하고 목적지의 거점 도시인 뻬리또 모레노(Perito Moreno (Santa Cruz))로 이동할 것이다.



참고로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Cueva de las Manos)의 거점 도시인 뻬리또 모레노의 위치를 구글 지도를 통해서 알아보는 것도 괜찮은 일인 거 같다. 요즘은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지만 그래도 포스트를 열어보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는 이틀 전 칠레의 뿌에르또 인제니에로 이바녜스(Puerto Ingeniero Ibáñez) 선착장에서 칠레 치코로 건너왔다. 지도를 보니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호수 좌측이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로 칠레 영역이며 우측이 라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아르헨티나 영역이다. 가끔씩 지도를 볼 때마다 바다와 호수 위로 수역을 설정해 놓은 것을 보면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물고기들은 자국의 영역이 어디메뇨. 히히)



뻬리또 모레노는 아르헨티나의 산타크루즈 지방에 있는 도시로 라 꾸에바 대 라스 마노스(La Cueva de las Manos)는 이 도시로부터 남쪽으로 대략 100~165km 떨어진 곳에 으며,. 여러 고고학적 고생물학적으로 중요한 페리또 모레노 국립공원의 리오 삔뚜라스 강의 계곡에 위치해 있다.



La Cueva de las Manos

La Cueva de las Manos (che in spagnolo significa Caverna delle Mani) è una caverna situata nella provincia argentina di Santa Cruz, 163 chilometri a sud della città di Perito Moreno, all'interno dei confini del Parco Nazionale Perito Moreno che comprende altri siti di importanza archeologica e paleontologica.

La Caverna si trova nella valle del fiume Pinturas, in un luogo isolato della Patagonia a circa 100 chilometri dalla strada principale. Essa è famosa (e infatti a questo deve il suo nome) per le incisioni rupestri rappresentanti mani, che appartenevano al popolo indigeno di questa regione (probabilmente progenitori dei Tehuelche), vissuto fra i 9.300 e i 13.000 anni fa. Gli inchiostri sono di origine minerale, quindi l'età delle pitture rupestri è stata calcolata dai resti degli strumenti (ricavati da ossa) usati per spruzzare la vernice sulla roccia.



칠레-아르헨타나 국경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면서 둘러본 풍경은 낯설다. 이미 다 아시는 사실이지만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둘로 나뉜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칠레가 주로 산지와 강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아르헨타나는 허허벌판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팜파스(Pampas)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살았더 리오 삔투라스는 계곡을 이루고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장차 등장할 풍경 속에서 1만 년 전에 그곳에 원시인들이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남긴 암각화는 엊그제 그려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모습이었다.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작품은 주로 엄마와 아이들이 그린 작품이며 남자들은 사냥에 나섰을 때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저 유추해 낼 뿐이라고 했다. 



꽤 많은 자료사진 중에 한 장을 골라 담았다. 누군가 다시 가 봐도 이 모습 그대로이다. 이틀 전에 누군가 그린 듯한 손바닥 그림은 주로 왼손인데 '오른손잡이'가 그렸다. 광물을 이용해 스텐실(Stencil graffiti) 기법으로 손 모양을 찍어낸 그림이다. 



또 손 모양을 찍은 음각화는 BC 55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고, 양각은 BC 180년경, 그리고 사냥에 관련된 그림은 10,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추정치는 스탠실의 안료에 사용된 도구의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연대를 추출한 것이다.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동굴 입구 앞에서(하니는 좌측 우래..) 안내원이 설명을 하고 있다.


손바닥 그림은 사냥으로 잡아온 동물의 뼈(골수를 뺀)를 이용해 동물 기름과 주변에서 채취한 미네랄(흙)을 적당히 배합해 안료를 만들고 오른손으로 찍어 입으로 훅~불어서 손바닥 그림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주 동굴의 깊이는 24m이고, 입구는 15미터이며, 높이는 대략 10m에 이른다. 동굴은 안쪽으로 들어가며 차차 낮아지고 최종적으로 2m에 달한다.



입국 심사가 끝나고 뻬리또 모레노로 가는 길은 바람이 몸씨도 불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특유의 팜파스 지형이 길고 넓게 펼쳐지면서 장차 우리가 만난 손바닥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암각화가 그려진 목적지까지는 눈에 크게 띄는 비경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 주변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흙들이 계곡 곳곳에 산재해 있는 볼 수 있었다. 



당시 사냥에 나섰던 원시인들이 걷거니 뛰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므로, 1시간에 3km를 걷거나 뛰었다면 이들의 행동반경은 30km나 되었을까.. 어떤 때는 사냥을 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동굴로 돌아갔을 것이며, 또 어떤 때는 생각보다 많은 동물을 사냥했을 수도 있을 것. 아무튼 손바닥 그림을 보고 난 후 상상력은 점점 더 극대화되었다. 지웠다 또 상상..



그렇게 상상력을 극대화하다 보니 어느 날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을 했고, 손바닥 그림은 작품으로 거듭나기 직전까지 상상력을 괴롭히고 있었다. 안료가 있었으므로 불을 사용한 원시인 가족들..



춤추듯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축제 혹은 제례의 모습도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사냥에 나섰던 남자들이 어깨가 무겁도록 메고 온 동물들을 보며, 기뻐 날뛰는 듯한 풍경이 손바닥 그림에서 묻어나고 광신도들이 미쳐 날뛰는 듯한 축원의 모습을 그린 듯한 모습도 묻어난다.



그런가 하면 사냥해 온 동물들이나 먹거리의 수를 장부(동굴벽)에 기록해 놓은 듯한 느낌도 드는 것.



그런 저런 생각들 가운데 요리사의 창의력에 도움이 되는 소재를 넌지시 깨달았다고나 할까..



원시인 기족들이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동안 동굴벽화는 심심한 시각을 달랬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동물의 기르기가 좔좔 흐르는 모습을 이용해 '미네랄 크림'을 만들었다는 거.. 이를 테면 살사 디 미네랄(Salsa di mineral)이랄까..



 손바닥 그림에 대한 추론은 있지만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므로 결국 스스로 원시인이 되어 주변에 널린 먹거리를 조합해서 요리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암각화 중에는 손바닥 그림 이에도 사냥 장면과 라마 난쟁이 고양이는 물론 기하학적인 무늬도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 보면 엄청난 시간차를 느낄 수도 있지만, 극초 문명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고 한들 요리는 문외한이 아닌가.. 



어쩌면 라면 보다 당시의 차림표(?)가 더욱 풍성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는 것이다. 사냥을 하는 일 외 어떤 때는 방학(?)을 맞이하거나 충분한 후식을 할 테니 말이다. 상상은 자유..



칠레 치코에서 출입국관리소를 지나는 동안 시야에 들어온 풍경들은 여전히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들고 있다.



지금부터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그린 꾸에바스 데 라 마노스를 찾아 뻬리또 모레노로 입성하게 된다.



원시인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을 풍경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아르헨티나 평원..



그들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했으므로 불행했을 거라는 상상은 접어야 하지 않을까..



빠르게 디지털 세상에 살면 행복한 거 같아도 느리게 느리게 살아가는 아날로그 시대 이전의 삶을 상상해보자. 그 속에 이탈리아 요리가 찍~ 소리도 못하는 멋진 요리법이 등장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빼리또 모레노에 도착하자마자 바람이 억세게 물었다. 도무지 사람들이 살지 못할 것 같은 도시..



숙소를 잡아놓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이내 숙소로 돌아왔다. 마치 유령이 살고 있는 듯한 조용한 도시에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강한 바람..



그 먼길을 지구의 땅끝이라 불리는 우수아이아에서 여행을 나온 지프가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우수아이아(Ushuaia).. 남미 일주 여행에서 이 세상 끝까지 가 본다며 다녀온 그곳의 지인들이 하나둘씩 하늘나라로 사라졌다. 어언 20년이 다 되어가네..



여행지서 만나는 낯익은 이름들은 억세게 부는 바람도 잦아들게 만드는 것일까..



바람 속을 걸어가는 여행자 두 사람.. 하니와 나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 아 그게 언제 적인가..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한 법이다. 



Cueva de las Manos, Río Pinturas_Patagonia ARGENTINA

il 15 Sett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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