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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04. 2022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풍경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87


죽음을 두렵지 않게 만드는 지극한 사랑..!!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알삐(ALPI, 알프스) 끄트머리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 메라노(Merano)의 사과밭이 펼쳐지고 있다. 돌로미티 여행 중에 만난 초행길의 메라노는 상상밖으로 아름다운 도시였으며 호기심은 물론 상상력을 극대화시켜준 도시였다. 그래서 그 즉시 '천국의 한 조각'이 감추어진 곳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런 풍경들..



사람들마다 생각은 천 차 별 만차 별.. 어떤 사람들은 천국을 여행하고 있어도 긴가민가.. 그럴 리가 없지만 지옥에 떨어져 있어도 저승사자를 놀릴 정도로 감각이 무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늬우스 혹은 가십으로 보이는 몇몇 나부랭이들이 그런 축에 속한다고나 할까.. 



우연한 기회에 마음이 동하여.. 아니면 누군가의 인도하심에 이끌려 찾아간 메라노.. 나는 그곳에서 천국의 한 조각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유소년기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풍경을 만나게 되었다. 사흘간의 기록.. 만만치 않다. 사진첩 속에 꼭꼭 꼬불쳐 놓았다가 꺼낸 메라노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메라노, 천국의 한 조각


Merano


Merano in tedesco, (Maran [maˈraŋ] in ladino) è un comune italiano di 41 115 abitanti, capoluogo della comunità comprensoriale del Burgraviato, nella provincia autonoma di Bolzano, in Trentino-Alto Adige.

독일어로 된 메라노.. 4천1백 여명으로 이루어진 이탈리아의 공동체로, 뜨렌띠노 알또 아디제의 볼싸노 자치주에 있는 부르그라비아토(Burgraviato) 지역의 수도이다.



메라노 시내 중심에 들어서자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이탈리아의 건축물과 다른 풍경이 눈에 띄었다. 지리적으로는 이탈리아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다수는 독일어를 사용한다. 그러니까 행정을 위한 언어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하지만 시민 다수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아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곳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이탈리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메라노 주변은 1500–3330m에 이르는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부르그라비아토(Burgraviato( 지역의 수도이며, 발베노스타, 발파시리아, 발다지(la Val Venosta, la Val Passiria, la Val d'Adige e la Val d'Ultimo. ) 등 4개의 중요한 계곡의 시작 부분에 위치해 있다. 부르그라비아토는*독일어로 Burgrafenamt, Ladin의 Burgraviat)는 Merano(South Tyrol) 주변 지역이며 Merano의 수도이다. (통과~~~~! ^^)



아무튼 메라노는 아디제 강과 합류하는 패스리오 강을 건너 그루뽀 떼싸(Gruppo Tessa)의 경사면에 위치해 있다. 그루뽀 떼싸는 해발 높이 3 480m에 달하며, 오스트리아 국경 및 살토 고원(해발 2,800m)에 인접해있다. 남부 메라노는 볼싸노 지방의 수도에서 30km 떨어져 있으며, 메보(MeBo)라고 알려진 4차선 고속도로와 철도 노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서쪽은 봘 베노스타(Val Venosta), 남서쪽은 봘 둘티모(Val d'Ultimo), 북동쪽은 봘 빠끼리아(Val Passiria)이다.메라노 외곽에는 티롤(Tirol) 지역의 역사적인 이름을 딴 티롤 성(castello di Tirolo (Dorf Tirol, Schloss Tirol))이 있다. 우리는 메라노 시내를 천천히 돌아본 후 어느 산기슭으로 이동했다. 시내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것은 대자연의 모습이다. 특히 메라노에 입성할 당시 눈여겨 본 사과나무는 매력 만점이었다.



이곳의 사과 과수원은 우리나라에서 봐 왔던 과수원과 사뭇 달랐다. 재배방식이 월등하여 단 한 톨(?)의 사과조차 버리지 않을 정도로 매우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시설되어 있었다. 산간지방의 우박 피해는 물론 뭇새들로부터 보호되고 있는 사과 과수원.. 메라노 전체가 사과 과수원이나 다름없었다. 이때부터 천국의 맛을 조금씩 느끼게 된 것이랄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풍경


서기 2022년 10월 4일 오후 간밤에 뿌린 비는 서서히 걷히면서 먼 산에 안개를 드리우고 있다. 도서관에서 돌아보고 있는 지난 여정 <메라노, 천국의 한 조각> 편에 써 놓은 포스트를 돌아보니 새롭다. 마치 현장에 가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사람들이 생애를 마치고 하늘나라로 떠나도 세상은 여전히 당신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의 육신은 사라졌으되 영혼은 남아 당신을 낳아준 부모는 물론 형제자매들과 함께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들.. 하니와 함께 떠난 돌로미티 19박 20일의 기록은 겨우 맛보기 정도로 기록이 듬성듬성..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죽기 전에 모두 다 털어버리고 하늘나라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는 메라노의 한 사과농장 곁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가까운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산기슭의 비스듬한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니 집과 집 사이로 수로가 만들어져 있고, 그 틈새로 맑은 물이 쉼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군가 이 폭포에 몸을 담그면 순식간에 하류로 휩쓸려 갈 것 같은 기세이다.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만난 오래된 목조건축물에서 나무향기는 물론 사람들의 흔적이 오롯이 묻어난다.



이 마을 사람들은 겨울이 오시면 주로 목재 난로를 사용하는지 창고 가득 땔감이 쌓였다,



메라노에 정착(?) 직후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해가 뉘엇린다. 순간 포착..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번 더..



이때 정겨운 풍경이 포착됐다. 햇사과를 봉지에 담아두고 팔고 있는 무인 상점..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 봉다리(이런 표현이 좋다. ^^)에 2유로였다. 이탈리아의 과일과 채소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거의 공짜 수준이다. 5년 만에 한국에서 추석을 쇠면서 만난 재래시장 등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난전이나 재래시장에서 사과 한 개에 천 원 이상이었다. 그건 약과.. 그걸 상자에 담아 선물용으로 포장하면 가격은 서너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눈에 띈 건 졸졸졸 흐르는 샘물..



여러분들이 돌로미티를 여행할 때 눈여겨봐야 할 귀한 풍경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맛이 달짝지근 기가 막힌다. 마을마다 곳곳에 설치해 둔 샘물은 이곳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말갛게 정화시킨다고나 할까..



가톨릭교도들이 90%나 된다는 이탈리아 북부의 이 마을에서는 매우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 곳곳에 샘터가 있는가 하면 이들 곁에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생을 마감하면 대체로 앞산이나 뒷산에 주검을 매장하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노랫말도 구슬프게 이어지고 있었다. 양희은 님의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이란 노랫말의 가사는 엄마의 속을 마구 뜯어놓는다.



엄마 엄마 나 죽거든 뒷산에다 묻지 마 

앞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바른 곳으로 

비가 오면 덮어주고 눈이 오면 쓸어 주

그리운 님 오시거든 사랑했다 전해주



노랫말의 배경이나 출처를 별로 알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노랫말의 분위기를 보면 어느 집안의 딸내미가 엄마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면서 유언처럼 남긴 말 같다. 아마도 당신의 어머니가 이런 호소를 들었을 때는 가슴이 찢어질 듯싶다. 앞산도 아니고 뒷산은 더더욱 아닌 양지바른 곳에 묻어달란다. 먼저 죽는 것도 서럽고 가족과 멀리 떨어진다는 건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랄까..



생사의 결말을 알 수는 없지만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의 죽음에 대한 단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마을의 번화가 곁에 위치한 공동묘지는 내가 만난 공동묘지 중에 가장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동네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발길을 붙든 건 다름 아니다.



작은 공동묘지에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으며 망자의 기족이나 친지들이 끊임없이 당신의 가족들을 돌보고 있었다. 앞산도 아니고 뒷산도 아닌 양지바른 언덕 산기슭에 가족들을 안치해 놓고 시도 때도 없이 돌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풍경..



그 풍경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천국이 먼데 있는 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람들은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고 말한다.



천국을 이승에 구현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묘지 곁에서 알밤이 익어가는 때..



해가 뉘엿거리는데 만난 풍경들이 마음을 무겁게 해야 할 텐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라는 어록이 귓전을 스치면서 행복의 또 다른 모습을 본다. <계속>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Bolzano Trentino-Alto Adige
il 04 Dic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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