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18. 2022

외설악, 천상의 나라로 가는 길

-설악산, 생애 최고의 단풍 속으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깃든 외설악의 오솔길에서..!!




   서기 2022년 10월 17일 오후, 가을 햇살이 유난히도 맑고 밝고 곱다. 그런가 하면 아파트 주변의 조경수들이 볕을 받아 갈 바람에 날린다. 참 좋은 계절이다. 이런 날 집콕을 하는 건 얼마나 따분한 일인가.. 마는 요즘은 사정상 집콕 아니면 도서관콕 그리고 가까운 산으로 산책을 하거나 짬짬이 볼일을 보는 게 전부이다. 매우 평범한 일상..



불과 5년 전만 해도 하니와 나는 집콕을 할 여유가 없었다. 둘 다 싸돌아 다니는 게 너무 잘 맞아 단풍이 알록달록 물드는 때면 어디론가 떠나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하지 않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박히는 것이랄까.. 이런 때는 어김없이 우리가 함께 동고동락했던 설악산 공룡능선이 아른거린다.



초주검으로 완등 했던 공룡능선은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설악동-비선대-금강굴-전망대(금강문)-마등령 삼거리-공룡능선-무너미 고개-(희운각 대피소)-천불동 계곡-비선대(3km)-설악동 소공원(3km)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그 가운데 오늘 포스트에서 만나는 외설악 비경은 금강굴에서 전망대로 이어지는 오솔길의 기막힌 단풍이다.



적지 않은 분들이 공룡능선을 다녀왔지만 외설악 최고의 풍경이 조망되는 이곳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충만한 곳이랄까.. 먼 나라 이탈리아서 시월이 오실 때마다 열어본 사진첩을 앞에 놓고 여전한 감동에 젖어드는 것이다.



이 포스트의 부재는 <설악산, 생애 최고의 단풍 속으로>이다. 평생을 통해 수많은 단풍을 가슴에 쓸어 담았지만, 이 보다 더한 단풍을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아니 없었다. 



청춘도 아닌 안청춘이 하니와 함께 그 힘든 코스를 소화해낸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었다. 재차 삼차 누차 강조하지만 공룡능선을 7차례 다녀오면서 처음 만난 생애 최고의 단풍..



신께서 최고의 풍광에 목말라하는 우리를 가엾이 여기지 않았다면 결코 이렇게 큰 선물을 받을 수 없었을 거라 확신한다.



지금 다시 누군가 떠밀어도 체력이 감당할 수 없도록 당시를 회상하면 어딘가에 홀리거나 미쳐야 가능한 산행이었는데.. 하니는 지금도 설악산 타령을 한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그냥 천불동 계곡이라도 다녀올까" 하고 미련을 가지게 만든 10월의 어느 날..



이날, 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오래된 습관에 따라 늘 대동하는 카메라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다 아는 사실.. 산행에서는 당신이 가진 짐을 타인 혹은 옆사람에게 나눌 수 없다. 남녀노소 모두 똑같은 형편.. 특히 자신이 마실 물을 곁의 일행에게 나누지 못할 정도로 악산은 인내를 요구한다.



그렇지만 그게 삶의 무게만 할까.. 하니가 저만치 앞서 머리를 땅에 박고(?) 걸어가는 모습은 볼수록 신기하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나는지.. 그때마다 대단하다고 말하면 "뒤를 돌아다볼 힘조차 없다"라고 한다.



그렇게.. 소공원을 출발해 공룡능선을 거쳐 천불동으로 비선대로 원점으로 도착했을 때는 캄캄한 밤이었다. 어둠이 깃든 이른 새벽에 출발해 19시간 만에 주차장에 들러 짐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녀의 표정을 보면 '해냈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피곤이 온몸 구석구석 어디 고만고만한 데가 없어 보인다. 누군가 놀려주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처럼.. 하지만 울 수 있는 힘조차 모두 소진해 버렸다.



그렇게 가슴에 담아온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오솔길에 널부러져 천상으로 가는 길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는 동안.. 살아가는 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천상의 나라 천국을 말한다.



그러나 그곳이 어디메뇨..



잠시 짐을 내려놓고 하니와 함께 기념촬영..


외설악, 천상의 나라로 가는 길




천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떠난다.



눈으로 보면서 미음으로 읽는 천상으로 가는 길..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빼곡하다. 알록달록한 단풍 숲 속으로 사라지는 하니의 뒷모습이 아름답고 애잔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니 말이다.



Monte seorak di fuori del mio paese che davanti sulla sendero caminando mia moglie..

진공상태로 변한 천상으로 가는 오솔길.. 하니가 저만치 앞서간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도 있었나..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시월의 어느 날..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하시라도 돌아가고 싶은 천상으로 가는 길..



신께서 허락해야만 가 볼 수 있거나 걸을 수 있는 길..



그때 우리는 선택받았다는 걸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지..



시간을 돌려 놀고 보니 좁은 문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그리고 외설악 최고의 선경이 다시 그리고 서서히 뷰파인더 앞으로 등장한다. 곧 최고의 비경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서기 2022년 이탈리아서 5년 만에 귀국한 후 맨 먼저 열어본 외설악 사진첩.. 



올해는 태풍 때문인지 커뮤니티에 올라온 단풍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도 아마도.. 어쩌면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우리가 만난 생애 최고의 단풍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신께서 "천국의 길은 좁은 길이자 고난의 길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계획한 산행이지만, 신께서 동행하고 간섭하지 못하면 어떻게 천국 혹은 그곳으로 가는 길을 만날 수 있었을까.. 



내 조국 금수강산 대한민국이 가슴 깊이 품고 있는 천상의 나라..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뷰파인더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오르가슴에 빠져든다. <계속>



Il Nostro viaggio del mio paese con mia moglie_Monte Seorak, Corea del sud

il 17 Otto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