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부재로 조금은 쓸쓸한 풍경
요즘 세상에도 요정(妖精)이 살고 있을까..?!!
5년 만에 한국에 귀국하여 동네 근처에 살고 있는 문중의 한 형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식물하고 대화를 나눈다고 하니 갸우뚱했다. 그때 하니가 곁에서 나의 브런치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을 했다. 하마터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되기 쉬운 한 장면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의 근저에는 오래전 나의 추억에 기인한다.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심취한 그리스 희랍 신화 속에 등장하는 요정들 혹은 신화 속 인물들이 어린 녀석의 호기심을 마구마구 끌어 올리거나 신화 속으로 파고들게 만드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 것이랄까.
식물과의 대화가 등장한 상황은 같은 혈통의 사람들이 가진 잠재력 혹은 취향을 말하다가 등장했다. 보통 사람들이 황당해하는 대화 속에서 초자연적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의 유년기적 경험 속에는 어느 날 만난 대자연이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포함됐다.
나는 그 경험을 철이 든 다음 남미 최초의 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의 <예술가의 십계명 속에서 발견했다. 예술가의 십계명에서 가장 중시한 장면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란 표현이다. 첫째 계명에서 당신께서는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노래했다.
우리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표현으로 신의 존재 혹은 요정의 존재를 잘 설명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틀 전 한국에 머물고 있는 하니와 바닷가에서 통화를 하면서 '당신의 부재가 가져다준 쓸쓸함이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곁에 있을 때는 존재감이 덜한 덧 같았지만 막상 멀어지고 보니 더욱더 소중해지는 당신이었다.
비교가 될는지 모르겠다만 대명천지 현대에 귀신 씻나락 까먹는 것 같은 한 요정이 풀꽃에 깃들었다면 잠시 멀어진 시공과 무엇이 다를까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산책 겸 하니와 함께 거닐던 길을 따라 바닷가로 나서면서 이맘때 만난 풀꽃들을 통해 대화를 나무며 하니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녀석들은 우리가 늘 거닐던 길가 혹은 바닷가 언덕 위에 그리고 바닷가 곁에서 환하게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오랜 시간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며 3월을 맞이한 것이다. 만약 이런 풍경을 그저 과학의 잣대나 인간의 알량한 지식으로 판단하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와글와글)와 아저찌다.ㅋ 아더찌 7개월 동안 뭘 하셨어요? 뚝모님은 왜 안오셨나요.ㅠ"
-그녀의 부재로 조금은 쓸쓸한 풍경
나를 기다려준 풀꽃 요정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면 맨 먼저 만나는 풍경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명물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 앞에 도달하게 된다. 참 이름다운 건축물로 성 곁에 다가서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성 맞은편에는 바를레타 두오모가 아름다운 풍모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바를레타 시민들이 매우 사랑하는 교회(Basilica Con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_Duomo di Barletta)이자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관련 포스트에서 소개해 드린 바 있다.
그다음 두오모 곁을 돌아 바닷가로 향하는 길 옆으로 유명한 미슐랭 리스또란떼 앞에 피어난 풀꽃들..
이탈리아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바쁘게 살아갈 필요를 못 느낀다. 발을 디디는 곳마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빼곡하더.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요정들이 마음대로 출몰한다.
하니와 함께 걷던 길을 따라 바닷가 언덕 위에 서면 낯익은 풍경들이 밀을 걸어온다. 오래된 바닷가 성곽에는 옛사람들의 흔적 위에 우리의 흔적이 덕지덕지 달라붙어있다.
바닷가 언덕 위에 샛노란 꽃을 내놓은 풀꽃요정들의 환호성이 자지러진다.
"와~아더찌다!! ㅋ"
희한하지.. 어쩜 이렇도 곱게 피었나 귀여운 요정들아..
샛노란 풀꽃 요정들이 상큼한 날씨와 볕 아래서 향연을 벌이도 있다.
"ㅋ 아더찌도 행복하세요?"
"그럼, 너희들이 반겨주니 기분이 째지는구나!"
바닷가에서 돌아서는 중에 풀꽃 요정들 곁에서 야생 마늘을 발견했다. 녀석들은 곧 나의 식탁에 오를 것이다. 풀꽃 요정들이 안내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녀석들이 큰 선물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머지않은 시간에 야생 마늘 인살라따를 먹을 수 있겠지. 고맙구나 귀여운 요정들아..! ^^
Le fate dell'erba di marzo che mi hanno aspettato
il 06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