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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8. 2023

돌로미티, 중독성 있는 트래킹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89


돌로미티에서 트래커들은 그 멀고 힘든 길을 왜 자꾸만 나서게 되는 걸까..?!!



지난 여정 <돌로미티가 우리를 부르신다> 편 끄트머리에 실었던 하니의 뒷모습이 보인다.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를 한 바퀴 도는 기나긴 여정 끝에 잠시 쉬었다가는 풍경이다. 이 포스트는 한국에서 올해 2월 8일에 기록했으며 오늘자 포스트는 그로부터 한 달 만에 다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하니는 거의 매일 산행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그녀의 좋은 습관 때문에 아직까지 체력이 탄탄하다. 꾸준한 운동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운동중독일까.. 아니다. 그래서 일반에 널리 알려진 운동 중독현상을 살펴보고 포스트를 이어간다.



운동중독 자가진단 항목 (6개 이상이면 중독 의심)


1) 다른 사람과 같이 운동하면 운동량이 줄어 화가 난다
2) 나쁜 감정을 잊기 위해 운동한다
3) 매일 일정량의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4) 컨디션이 엉망이어도 운동은 꼭 해야 한다
5) 지칠 때까지 운동한다
6)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한다
7) 섭취한 칼로리 소비를 위해 운동한다
8) 운동한 양이나 시간을 칼로리로 환산한다
9) 바빠서 하루라도 운동을 못 하면 죄책감이 든다
10) 운동하지 않은 날은 식사도 안 한다
11) 많이 먹으면 더 심하게 운동한다
12) 운동을 줄이거나 안 하는 것이 잘 안 된다
13) 운동 때문에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다
14) 운동량이 계속 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15)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심하게 운동한다


위에 나열된 15개의 항목이 비교적 낯설지만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당신의 운동습관이 중독성이 짙다고 보면 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저 멀리 언덕 중간쯤 분홍색 배낭을 네고 앞서 걷는 그녀가 나 보다 앞서 걷고 있다.



이날은 오후부터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가 짙은 안개에 기려져 있었으며 간간히 비를 뿌려 일회용 비옷을 입고 트래킹을 이어갔다. 트래킹 중에 치메 디 라바레도의 북벽을 바라보며 걷는 재미가 솔솔 하지만 더불어 다리가 점점 더 무거워지곤 했다.


볼수록 장엄하고 웅장한 새 봉우리를 옆에 까고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 봉우리 중 가장 낮은 서쪽 봉우리 아래로 오랜 시간 동안 흘러내린 돌조각들이 모래처럼 보이고 그 기슭으로 가나다란 줄이 그어져 있다. 등산로이며 인간의 크기가 돌조각만큼 작아 보인다. 포스트의 여행사진을 감상하는 동안 '숨은 그림 찾기'를 해 보사기 바란다.



조물주가 만든 인간의 형상이 먼지 티클을 쏙 빼닮았는데 천하를 모두 가질 듯 골칫덩어리 같은 사람이나 당신의 존재를 겸손히 바라보며 신의 그림자를 찾아 나서는 사람도 있다. 암튼 욕망의 전차라 불리는 인간의 모습이 대자연 속에 서면 한 없이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좀 더 오래 살아보고 싶어서 아니면 그 보나 더한 성취욕구를 위해서 운동중독에 빠지는 것일까..



하니와 나는 돌로미티 곳곳을 트래킹 하면서 묘한 쾌감에 젖곤 했다. 우리가 정해놓은 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기 때문에 다음날은 쉬고 싶어 진다. 그런데 묘한 현상이 일어나곤 했다. 파김치가 되어 곯아떨어진 다음날 아침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잠에서 일찍 깨어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돌로미티 산중의 공기와 물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을 끝마치는 동안 부지런히 광천수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올 때는 큰 물통에 산골짜기의 생수를 뒷트렁크 가득 싣고 왔다. 생수의 맛은 달짝지근했다. 암튼 돌로미티 여행 중에 피곤한 줄 몰랐다는 것. 위에서 잠시 살펴본 운동중독과 먼 인체의 반응이 생겨난 것이다. 우리가 돌로미티로 이사를 가고 싶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위 자료사진 좌측 아래로 깨알같이 박힌(?) 트래커기 보이시는가..



우리 인간의 존재감을 찾기에는 턱 없이 부족해 보이는 풍경들이 신의 그림자 속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다.



잠시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가 빚어놓은 호숫가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떠난다.



저기.. 산기슭에서 두 사람의 트래커가 보인다. 우리 인간의 왜소함이 점으로 나타났다.



돌로미티의 대표선수 격인 뜨레 치메 디 라마레도(Le Tre Cime di Lavaredo)..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짬만 생기면 찾아 나서는 명소에는 그만한 매력이 있게 마련이다.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해 낼 수 없는 행복감이 피곤을 덜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달 한국애 머물 때 '돌로미티가 우리를 부르신다'라는 제목에 이렇게 쌌다.



이틀 전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를 예매한 후부터 돌로미티가 유난히도 그리웠다. 하니도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다시 돌로미티에 발을 디디고 싶어 환장(?)하는 것이다. 돌로미티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기분을 잘 알지 못한다. 파타고니아의 명산과 또 다른 매력이 빼곡한 곳이다. <계속>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ledo
il 08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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