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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1. 2023

돌로미티, 내게 너무 소중한 기록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90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다. 내게 너무 소중한 당신..!!



   동고동락은 반드시 한 지붕 아래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 돌로미티 야행은 물론 남미일주와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동고동락 이상의 목숨을 서로 나누게 됐다. 미지의 세계를 함께 여행하며 동질감을 보다 더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그녀는 "우리 둘이 가장 잘 맞는 게 싸돌아 다니는 거지..!"라고 말할 때도 있다. 두 사람이 한 곳만 바라보고 모든 것을 던지는 행위.. 



사노라면.. 인생은 두 번 주어지는 게 아니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물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신의 삶은 무조건 당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당신과 동행하는 사람은 물론 당신의 삶이 기록되는 건 행복한 추억을을 나누는 한편 동질감을 느낀게 만든다고나 할까.. 



돌로미티의 대표선수 격인 뜨레 치메 라바레도의 기록이 시작된 이래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고 연재 수는 90회에 달했다. 돌로미티 지도 한 장을 들고 무작정 떠났던 여행지에서 이곳 뜨레 치메 라마레도에서 누른 셔터 수만도 엄청나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뷰파인더를 자극하며 남긴 기록들.. 



내겐 최고의 (무형)자산이며 가능하다면 하늘나라로 떠날 때까지 동행했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중한 것들을 가슴에 안고 산다. 그게 사회적 지위일 수도 있고 자산일 수도 있으며 자식일 수도 있고 명예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체로 그런 거 같다. 그런데 안 청춘이 되어 세상을 돌아보니 그게 다 부질없는 것들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죽기 살기로 지지고 볶고 싸우며 밥그릇 쟁탈이나 알량한 명예나 권력을 추구하는 동안 정작 당신을 돌아보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가끔씩 관련 포스트에 올린 글 속에는 내가 본 타인의 삶도 들어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평생 일만 하다가 생을 마치는 일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그분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삶이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서 삶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나름 열심히 끼적거리는 포스트 또한 누군가의 눈에는 하찮아 보일 수도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이 열심히 인터넷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당신의 존재감을 여러분들로부터 확인해 보고 싶은 심정들이 빼곡히 묻어있는 모습들.. 20년이 넘게 인터넷 세상을 돌아보니 이제 겨우 내 모습이 보인다고나 할까..



내 생각이다. 현대는 소설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작가들 또한 열심히 글을 썼지만 어딘가 허전한 구석이 발견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허무함에 대해 "소설 쓰고 자빠졌네"라며 비아냥 거리는 것일까.. 나는 일상에서 만난 풍경들 중에 흥미로운 풍경에 대해서 늘 기록을 하는 습관이 있다. 


하니가 분홍색 배낭을 메고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이미 파김치가 된 상태인데 아무런 표현도 없다. 그저 앞만 바라보고 걷는다. 저 멀리 언덕만 넘으면 결승점(?)에 도착할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위키피디아에 기록돤 뜨레 치메 디 라비레도의 파노라마 전경이다. 포스트에 등재된 여행기록 사진은 맨 우측 중간의 언덕을 지나고 있다.



LE TRE CIME DI LAVAREDO, 돌로미티 뜨레 치메 디 라바래도 북벽 영상


Le Tre Cime di Lavaredo sono le cime più famose delle Dolomiti, al confine tra il territorio del Comune di Auronzo di Cadore e quello delle Dolomiti di Sesto nel comune di Dobbiaco, considerate tra le meraviglie naturali più note nel mondo dell'alpinismo, con la Cima Grande che rappresenta una delle classiche pareti nord delle Alpi, e permettono la vista panoramica delle cime circostanti e del parco Naturale Tre Cime.



그러니까 나의 분신으로 일컬어야 할 카메라가 늘 나와 함께 동행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죽을 때까지 계속돌 것이며 키보드를 두드릴 힘이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소설 보나 다큐를 중시하는 나의 취향을 잘 모를 때가 있었다. 그런 어느 날 나를 깨우쳐 준 <예술가의 십계명> 속에서 나의 행위를 발견하게 된 것이랄까. 나의 뷰파인더가 따라다니는 곳에는 아름다움이라 불리는 신의 그림자가 늘 동행했다. 사는 동안 신의 그림자와 함께 동행하는 일.. 내겐 너무도 소중한 기록들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인 셈이다.



돌로미티, 내게 너무 소중한 기록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90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주변을 한 바퀴 도는 트래킹을 하는 동안 눈에 띄는 풍광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이곳으로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만난 돌로미티는 죽을 때까지 다 돌아볼 수 없는 장엄하고 아기자기하며 아름다움이 지천에 널린 곳이다.



하니가 여행자들 앞에서 걷고 있다. 이제 고개만 돌아가면 우리가 맨 처음 출발했던 곳이다. 이제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기록은 여기서 접는다. 지난 여정  그곳에 가면 작아지는 사람들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암봉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세월이 얼마만큼 되는지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관련 연재 글에 돌로미티 산군이 형성된 시기는 대략 7천만 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인간이 계수할 수 없는 까마득히 먼 시간부터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 암봉 아래서 감동에 빠져들거나 작아지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조석으로 변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달리 변함없이 우뚝 솟아있는 당당함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보듬고 있는 것이다. 비교우위에 빠져들며 불행과 절망을 말하기 전에 당신의 현주소를 돌아보면 조물주의 놀라운 계획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드넓은 가슴을 지닌 것이다. 가슴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면 그곳에서 천국이 발견된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니 까마득하다.



우리네 삶에도 이정표가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세상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다시 열어본 기록들 속에서 파김치가 된 하니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죽을 때까지 사랑해도 시원찮을 귀한 사람이 동고동락을 하며 결승선에 다가서는 것이다. 참 힘든 여정이었지만 힘이 들면 들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 건 또 무슨 일인가.



우리네 삶을 기록해 두면 아무 때나 열어보며 추억을 곰 되씹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 후반전에 다다르면 "추억을 먹고 산다"라고 한다.



그녀와 함께 결승점에 도달해 벌렁 드러누워 바라본 돌로미티의 풍경들..


하니가 골인 지점에 도착하고 있다. 참 고생 많으셨다.



이곳에도 돌탑이 쌓아졌다. 사람들이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 여기까지 동행한 신께 감사를 드리는 게 아닐까.. 우리나라 설악산의 봉정암에 드리운 전설이 있다. 봉정암을 세 번만 다녀오면 소원을 이룬다는 것이다. 오래전에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 번 이상 봉정암을 다녀오면서 비로소 그 뜻을 깨닫게 됐다. 봉정암을 세 번 다녀오면 당신이 들고 간 소원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된다. 그 대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당신이 무사하게 도착한 것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쌓은 돌탑에도 그런 사연이 깃든 게 아닐까..



하니와 나는 트래킹을 하는 동안 대화를 거의 나누지 못했다. 그저 앞만 보고 걸어도 힘든 길..



하지만 세상을 사는 동안 누군가와 함께 동행하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 가..



결승점에 도달해 벌렁 드러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하니가 인증숏을 남겼다. 그동안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포스트에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드린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ledo
il 10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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