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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5. 2023

이탈리아, 맨 처음 반겨준 극락조화

-우리 동네 바를레타 공원의 봄맞이 풍경

극락(極樂)에 가 보고 싶으세요..?!!


   극락이란, 아미타불이 상주한다는 이상세계를 말한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극락에 대해 ‘안양(安養) · 무량수불토(無量壽佛土). 무량광불토(無量光佛土). 무량청정토(無量淸淨土)’라고도 한다. 극락은 즐거움만이 있는 곳(樂有)이며, 이 즐거움은 '아미타불의 본원(本願)에 의해서 성취된 깨달음의 즐거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불자들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내용들이지만(짬 나시면 링크를 열어보시기 바란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극락세계는 천국과 다름없는 곳이다. 종교적으로 크게 기독교와 불교, 가톨릭으로 나누어 볼 때 표현은 다르지만 극락이나 천국이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오늘 포스트는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공원에 피고 지는 극락조화를 보여 드리기 앞서 극락에 대해 잠시 개관해 보고 있다. 우리 행성의 사물에 대한 이름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이블에서는 아담이 조물주가 지어놓은 사물들에 대해 '그가 부르는 대로 이름 지어졌다'라고 말한다. 신께서 감흥을 할 때 이름이 태어나는 것일까.. 




사물들 중에 매우 특별한 외관을 가진 꽃이 극락조화(極樂鳥花, Strelitzia reginae)이다. 자료를 살펴보니 남아프리카기 원산지이며 다년생이다. 잎은 푸른 녹색이며 꽃의 색깔은 파란색과 주황색이며 비옥한 토지를 선호하는 식물이다. 출생지가 아프리카인만큼 이 식물이 잘 자라는 온도는 섭씨 12도라고 한디. 



지금 우리 집 지근거리에 피고 지고 있는 이 꽃의 생육 상태를 참고해 보면, 지금이 꽃을 피우는 적기이며 집 앞에서 관찰한 결과 곧 먼 나라 극락으로 여행을 떠날 듯싶다. 이곳 이탈리아 남부의 3월은 춥지도 덮지도 않은 마침맞은 온도로 3월이 새로운 부활을 잉태한 풍요로운 풍경이다.



이탈리아, 맨 처음 반겨준 극락조화

-우리 동네 바를레타 공원의 봄맞이 풍경



이틀 전, 한국의 날씨를 열어보니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하니와 통화를 하니 '갑자기 추워졌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꽃샘추위는 겨울로부터 봄으로 이어지는 시절에 등장하는 것으로, 이곳 바를레타의 봄은 일찌감치 찾아왔다. 곧 꽃양귀비가 지천에서 부활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다. 



지금 극락화가 피어있는 장소는 빠르꼬 지오끼 프라뗄리 체르비(Parco giochi Fratelli Cervi) 공원으로,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 곁에 바를레타 두오모(Basilica Con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7월 22일 하니와 함께 5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을 할 때.. 그녀는 평생소원이었던 그림 그리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날 때 혹은 무시로 이 공원을 산책하거나 장의자 위에 앉아 멍 때리곤 했다. 한국에서 만 7개월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나 홀로 바를레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왠지 썰렁한 기운이 감돌곤 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나는 다시 이탈리아서 따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즉시 여장을 풀고 우리가 거닐었던 장소를 찾아가 봤다. 그때 나를 맨 먼저 반겨준 꽃이 극락조화였다. 세상은 참으로 신묘막측한 조화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를 기억하고 있을 극락조화를 만나는 순간 우울했던 마음이 사라지며, 어느덧 내가 좋아하는 신의 그림자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극락도 마음가짐 때문일까..



어떤 녀석이 작은 풀꽃 옆에 옷을 벗어놓았다. 하늘이 연출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주지하다시피 극락조(極樂鳥, birds-of-paradise)는 외모가 매우 독특한 녀석으로 다큐에서 만난 후부터 잊을 수가 없었다. 극락조는 화려한 몸단장으로 암컷을 유혹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링크된 너튜브(?)를 열어보면 과연 참새목의 조류인가 싶을 정도로 인간의 행위를 많이도 닮았다. 사람들이 녀석에게 극락조라는 이름을 붙인 게 그저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세상의 조류가 아니라 먼 나라 극락에서 온 것 같은 야릇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극락조화도 별로 다르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꽃들과 너무 다른 생김새이자 극락조를 연상할 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꽃의 생김새가 극락조를 닮았지만 극락조화야 말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빼곡하지 않은가..



공원을 서성거리며 하니의 그림자를 찾아내고 있는 동인 어느덧 극락조화 속으로 빠져든다.



행복했던 시간들.. 루이지의 화실에서 열심히 드로잉을 하던 그녀가 다시 극락조화 속으로 스며든다.



그 누구든 극락으로 천국으로 가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는 횟수가 길어지면 질수록 개똥밭(?)이 더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죽어서 천국이든 극락으로 가본들 뭐 하나 싶은 생각은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세상의 아름다움을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랄까..



우리 동네 바를레타 공원의 작은 원형극장 주변으로 빙 둘러 피어있는 극락조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흔치 않다. 그들은 늘 봐왔던 풍경으로 3월이 오시면 꽃을 내놓는.. 그저 그런 식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겐 남다르다. 하니의 그림자가 꽃 속에 녹아들었고, 나는 다시 7개월 만에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언제쯤 이탈리아로 돌아갈까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다가 지난 2월 마침내 내 앞에 놓인 숙재를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장도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집 앞 공원을 다시 찾았을 때 극락 혹은 천국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면 믿기실까..



조용한 공원에 충만한 봄빛이 뷰파인더를 자극하며 차분한 마음을 가져다주는 곳.



세상에 극락이나 천국이 따로 있을까..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극락이며 천국이다. 사순절이 지나 부활주간이 다가오시면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던 '7개월의 시간'을 여러분들 앞에 드러내 놓을 것이다. 우리에겐 매우 특별한 부활절을 코 앞에 두고 있다. 그 일을 극락조화가 깨우고 있다.


L'armonia del paradiso e il primo incontro che ho con me
il 14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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