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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1. 2023

아침햇살에 비친 목신의 뽀얀 속살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27


현대인들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신(神)들의 세계..?!!


   서기 2023년 3월 21일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봄비에 촉촉이 젖어있다. 간밤에 퍼붓던 비는 새벽녘에 조금 수그러 들었을 뿐 지금도 봄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계신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바라본 봄비 내리는 오래된 도시..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촉촉이 젖은 세상이 감동의 눈물을 훔치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 이런 풍경이 일상이 되면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만무하지만 때에 맞추어 세상을 촉촉하게 만들면 우리 몸속에서 잠자코 웅크리고 있던 신들을 깨울 것이며 곧 활력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안개나 구름은 물론 습기 하나 없이 메마른 땅에서는 갈증을 호소하며 애타게 기우제를 지낼 테지.. 



자연의 한 현상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1도 없다. 과학이 최첨단으로 달려가는 현대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건 그들만의 잔치에서 얻은 결과물일 뿐일까..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언너들 중에는 천지신명이나 일월성신 같은 귀한 단어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최소한 글쓴이가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동네 곳곳에서 하늘에 제사(祭祀 또는 제례(祭禮))를 지내는 모습이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목격되고 있었다. 



소위 6070 세대 때만 해도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들이 밥술이나 뜰 때쯤 하나 둘씩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서양귀신(?)이 자리 잡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 들은 우리가 가졌던 전통문화에 대해 흠집을 내며 미신 운운하였다. 그리고 날이 가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하여 종국에는 우리 선조님들이 그토록 애지중지 숭상해 왔던 천지신명을 더 찾아볼 수 없는 세상으로 변했다. 


그 빈자리에 등장한 건 출처불명의 하나님.. 차라리 예수와 마리아라면 모를까 우리가 알 수 없는 하느님 혹은 하나님은 천지신명이나 일월성신의 또 다른 표현일 뿐 더도 덜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은 사순절.. 사순절(四旬節)은 2월 22일부터(mercoledì 22 febbraio) 4월 6일까지(giovedì 6 aprile) 이어진다. 가독교에서 부활절을 앞두고 행해지는 이 절기는 몸과 마음을 정결하고 경건하게 하며 지내는 절기이다. 이 가간은 예수님이 수난을 당한 기간으로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이와 관련된 기록은 이러하다.



사순절의 의미


사순절 기간이 40일로 처음 결정된 것은 A.D,325년 니케아 회의(council of Nicea)에서였다. 따라서 교회 역사 가운데는 꼭 40일이 아닌 기간 동안 사순절의 의미를 갖는 절기가 지켜지는 경우도 많았다. 과거 동로마 교회에서는 부활절 준비 기간으로 7주를 지키되 토요일은 제외하고 일요일도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에 왕으로 입성하신 '성 주일'만을 포함해 36일을 이 기간으로 지켰었다. 서로마 교회도 6주간을 지키되 주일을 제외한 36일을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기간으로 정했다. 이러한 관습은 니케아 회의 후에도 계속되어 얼마 동안은 오늘날과 같은 40일간의 절기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 후 7세기 무렵 서로마 교회가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절의 첫 주일까지의 4일을 포함하면서부터 오늘날과 동일한 40일간의 사순절을 지키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을 지내놓고 보니 사람들은 당신들의 습관과 타성에 젖어살더라. 사회의 통념이나 관습에 지배를 받아 사는 동안 당신의 오감 대부분을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유 운운하며 살아가면 '갈매기의 꿈'에 등장하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처럼 힘든 과정을 겪게 되는 것. 



그냥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을 주워 먹으며 평범하게 살아가면 고생이라는 것을 모를 텐데.. 하지만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그런 일상이 싫어서 날고 또 날고 드높이 날아 자기에게 날개를 달아준 하늘의 뜻에 부합하며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게 그저 소설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갈매기를 모티브로 삼은 소설 속 주인공은 우리네 삶아 맞닿아 있는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포스트에 등장한 목신(木神)은 그냥 나무에 깃든 귀신이라는 뜻이 아니라 나무에 '자연의 정기'가 응집된 형태로 절대자를 뜻하는 신이 아닌 정령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 그래서 종교인들이 말하는 영적인 관점에서 목신이 존재한다는 말은 세상 만물이 인간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현장에서 목격한 바에 따르면, 재건축이 시작되기 전 모 건설사에서 최소한 50년도 더 된 메타쉐콰이어 고목을 단번에 싹둑 잘라버렸다. 단지 전체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조경수들이 모두 잘려나간 것이다. 정말 가슴 아팠다. 그들은 당신의 이익을 위해 재건축을 하고 새로 짓는 아파트 가격이 상승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건설사는 집을 허물로 새 아파트를 건설하며 이윤을 챙기는 과정에 목신들의 몸통을 모조리 잘라버린 것이다. 그런 결과 아파트 입주민들과 건설사는 이윤을 챙기고 보다 편리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 지은 아파트에 옮겨 심은 조경수들이 재건축 이전에 살던 사람들의 정서에 맞아떨어질까.. 우리는 대자연의 품에서 태어났고 다시 흙으로 돌아갈 존재일 뿐이다. 대자연의 순환에 기대어 잠시 잠깐 이 세상에서 살다가는 존재 외 더도 덜도 아니다. 


하니와 함께 이른 아침 해님이 돋기도 전에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역의 명소 엘 찰텐에서 명산 피츠로이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풍경들은 예사롭지 않았다. 바람의 땅에서 자란 고목들이 명을 다하며 길 옆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못해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목신들은 주어진 땅에서 살다가 다시 하늘로 떠난 자리에 나목을 드러내 놓고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 우리네 삶도 이처럼 자연스럽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 햇살에 비친 목신의 속살이 내게 말한다. 비에 젖고 바람이 불고 살을 에는 날씨와 달님과 해님이 오가시는 세상.. 마음껏 즐기다가 다시 우리와 함께 만나게 될 것인데 마음에 상처는 입지 마소서.



아침햇살에 비친 목신의 뽀얀 속살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27



곧 우기가 다가오는 엘 찰텐(El Chalten)의 명산 피츠로이(Fitz Roy)로 가는 길..



마무 숲은 지난 우끼 때 두른 이까들이 숲 속 가득하다.



그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며 남긴 기록들.. 



속살을 드러낸 목신들은 기억해 낼 것이다.



빛바랜 기록들이지만 오랫동안 발효를 거듭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그 속에 우리의 흔적이 묻어나 있고 진한 추억이 서린 건 여전히 목신과 유대감을 맺고 있는 게 아닐까..



저 멀리 눈 닫힌 피츠로이까지 가려면 꽤 많이 걸어야 한다. 



가다 쉬다를 반복했지만 쉬는 시간은 턱 없이 부족했다. 그때마다 우리 앞에 등장한 아침햇살에 비친 나목의 목신들.. 우리가 겂없이 등반에 나선 건 하니의 선택이었다. 숙소에서 마련한 두 개의 샌드위치와 생수가 전부였다. 그래서 저 멀리 산봉우리가 보이는 언덕까지 이동한 후 먹거리를 좀 더 챙기고자 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어 강행군..



위 자료사진 우측에 고불고불 만년설로 이어지고 있는 곳을 올라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이동했다.



숙소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강행군을 감행했을 때 우리를 지켜준 건 목신이 아닐까.. 그리고 피츠로이의 숨 막힐 정도로 힘을 솟게 만든 정기가 두 여행자의 발길을 인도했을 거라 확신한다.



우리는 남미일주 여행에서 만난 피츠로이에 반해 다시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도전을 감행했다.



보통은 여행지를 두 번 방문하면 호기심은 물론 감흥도 뚝 떨어지지만 피츠로이는 달랐다.



그녀는 지금도.. 짬짬이 피츠로이를 다시 가 보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을 심어준 건 다름 아닌 목신이 남긴 나목들이 아닐까 싶다. 봄비에 촉촉이 젖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다시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 그녀가 아른거린다.



La strada per FitzRoy, Patagonia El Chalten ARGENTINA
il 21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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