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긴 딸기에서 새싹이 돋아났어요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면 식물도 반응을 하는 것일까..?!!
잘 익은 ㄸㄹ기가 수북이 쌓인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의 풍경이다. 이곳에 출하되는 딸기는 크게 두 가지이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상품'이라 부르는 큼직한 것이며 보다 작은 것에 비하여 킬로그램당 가격이 0.5유로(50 centesimi di euro) 더 비싸다. 전자의 경우 당도가 조금 더 높고 씬맛이 덜하다. 그러나 내가 선호하는 딸기는 후자의 경우이며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딸기가 처음 출하될 때는 전자를 선택하지만 딸기가 끝물로 치달을 때는 후자를 선책 하는 것이다.
요즘이 그런 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딸기의 가성비.. 1킬로그램에 1.5유로라니.. 믿기실까. 그래서 딸기가 무더기로 쏟아지는 제철에는 밥대신(?) 딸기 삼매경에 빠져든다. 노트북이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시도 때도 없이 한 알씩 먹어주는 것이다. 딸기의 효능 등에 대해서는 관련 포스트에 언급해 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전 듣보잡의 풍경이 내 앞에 등장했다. 1킬로그램씩 딸 담은 딸기 봉지에 불량품이 하나씩 끼어드는 것이다. 녀석은 빨갛게 익지않고 파랗게 섞여 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먹지도 못할 녀석을 '그냥 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귀한 생명이 어느 봄날 인연이 닿아 내 곁에 왔으므로 나름 자비심을 베풀었다. 녀석을 유리컵에 담아 생수 몇 방울을 흘려주었다. 그리고 대략 1주일의 시간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새파란 녀석의 몸이 점점 빨갛게 변했다. 몸통 전부가 잘려나간 상태에서 녀석은 익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 다시 딸기를 구매할 때마다 한 두 개씩 등장하는 녀석들을 한 군데 모이 다시 일주일을 보냈더니 놀라운 일이 생겼다. 최초 새파란 녀석들이 빨갛게 변했는가 하면 딸기의 몸통에 달라붙어 있는 씨앗들이 발아를 하면서 새싹을 내놓는 것이다. (MAMMAMIA..!) 생전 이런 딸기를 목격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카메라에 기록을 남겼다.
-딸기에서 새싹이 돋아났어요
한눈에 봐도 보통의 딸기와 다른 비주얼.. 못 생긴 정도가 아니라 우리가 알던 딸기와 전혀 다른 행색이다.
그래서 유리컵에서 끄집어내고 한 컷씩 촬영에 들어갔다.
딸기의 이런 모습을 모신 적 있으신가..
우리가 구입한 딸기를 깨끗한 물에 잘 헹구어 입안에 넣으면 말캉함과 함께 조금은 딱딱한 느낌의 씨앗이 식감을 더해줄 것이다. 그런데 그 씨앗들이 컵 속에서 발아를 하여 새싹을 내놓는 것이다. 신기했다.
그때 든 생각은 녀석들이 내 생각을 읽고 있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덜 익은 새 파란 딸기를 즉시 버릴 때 대한민국에서 온 한 이탈리아 요리사는 생명을 귀히 여겨 천명을 다해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 것이랄까..
기록에 보면 논밭에 사는 식물(벼)들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산다'라고 말한다. 우리 인간의 지식이나 감성으로는 알 수 없는 분야 혹은 생명들의 소통법이 특정 분야에 기록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식물의 이런 특성을 실험을 해 봤다. 실험은 저주하는 생각과 사랑하는 마음 두 가지를 대상에 옮겨본 것이다.
그랬더니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식물은 시들시들 죽어가는 반면에 후자의 경우는 파릇파릇 생기를 더해가며 무럭무럭 잘 자라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나의 작은 보살핌이 녀석들에게 전해지면서 흔히 볼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녀석들은 테이블 위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파릇파릇 빨갛게 잘 자라고 있다. 그 사이 새싹들이 더 컸다. 참 재밌는 세상이다. 이곳은 집 앞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주 바를레타 성(Castello Svevo di Barletta) 앞 3월 말 풍경이다. 잠깐 흐리고 바람부는 날 바를레타(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는 표정을 달리했다.
Dal seme di fragole è germogliato un germoglio_BARLETTA
il 23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