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사가 만드는 오이김치의 품격
오이를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이슬비가 보슬보슬 흩날리는 바닷가.. 하니가 빨간 비옷을 입고 바닷가를 거니는 이곳은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북부 파타고니아에 위치한 오르노삐렌이라는 곳이다. 우리 독자님이나 이웃분들에게 낯익은 곳. 꿈에도 못 잊을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머물며 하늘이 선물한 대자연의 현상을 만끽하고 있었다. 숙소에서 머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눈만 뜨면 바닷가 혹은 오르노삐렌 삼각주로 싸돌아 다녔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그랬을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파타고니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부족한 게 딱 하나 있었다. 우리 행성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이곳의 먹거리가 받쳐주지 않는 것이다. 도시에 공급되는 각종 식재료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지만 가격이 턱 없이 비쌀뿐만 아니라 가성비를 찾기 힘든 곳이었다. 그래서 몇몇 식재료를 구입하여 요리에 사용하는 것 외 식단에는 주로 고기가 올랐다. 질 좋은 쇠고기나 양고기 등이 요리되어 여행의 원동력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사가 만드는 오이김치의 품격
서기 2023년 4월 6일 이른 새벽. 내 앞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재래시장서 구입한 오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먹던 오이와 크기와 생김새는 물론 맛도 너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이가 거의 똑같은 모양이자 맛도 비슷하지만 이탈리아 오이는 맛과 향이 월등히 뛰어난다. 그래서 참고로 이탈리아 오이의 종류를 검색해 봤다. 관심이 계신 분들은 링크를 꼭 열어보시기 바란다.
이틀 전에 구입한 오이는 참외처럼 생긴 녀석으로 이곳 바를레타 시장에서도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보통의 야채와 과일들이 1kg당 1.5유로 내외인데 녀석의 몸값은 1kg당 3~4유로에 해당한다. 이날 내가 구입한 오이는 1.5kg에 3유로를 지불한 가격이다. 녀석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즉시 식감을 위해 겉껍질을 적당히 벗겨내고 오이김치 겉절이에 들어갔다.
겉껍질 다수가 분리된 오이에서 상큼한 오이 향기가 난리법석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듯이 오이는 놀라운 효능을 지니고 있는 식재료이다. 여성들 혹은 남성들까지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칼로리는 적고 영양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항산화제가 풍부하여 암발병을 일으키는 유해산소 조절에 효능을 발휘하고 소화기관은 물론 간에도 유용한 역할을 하며 해독을 돕는다. 생김새로 보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자만 심장에도 좋고 두통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므로 제철 식재료인 오이를 눈여겨보시고 자주 섭취하는 게 '천년을 살고 싶은' 우리에게 여간 유용한 식재료가 아닐까.. ^^
오이 겉절이 요리는 이렇게 시작했다. 오이를 한 입 크기로 쏭쏭 잘 썬 다음, 큼직한 백 자기 볼에 담아 시칠리아산 천일염(Sale grosso)을 한 줌 집어 흩뿌렸다.
소금을 흩뿌린 즉시 숟가락으로 뒤적뒤적 잘 섞어서 대략 10분 정도 절여준 후 찬물에 헹군다..(절대 오래 절이지 마세요!)
그동안 준비해 둔 큼직한 대파를 볼에 담고 그 위에 양념을 해 준다.
맨 먼저 잘 빻아서 냉장고에 넣어둔 마늘을 큰 두 숟가락 정도 올렸다. 대파와 마늘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다음 고춧가루 두 큰 술(아껴먹어야 한다.ㅜ)과 새우젓과 오징어속젓을 각각 큰 한 숟가락씩 올렸다. (아껴먹어야 한다.ㅜ) 새우젓과 갈치 속젓은 한국에서 하니가 케리어에 챙겨준 것으로 페트병에 1kg씩 담아 냉장고에 보관 중이다.
그다음 양념 위에 뿔리아 산 최고급 올리브유 큰 세 숟가락을 올렸다.
그다음 숟가락으로 뒤적뒤적.. 손맛에 버금가는 주물럭 방법으로 잘 섞어주었다. 오이와 양념이 함께 어우러지며 오이 겉절이 향기가 진동을 한다. 여기에 설탕 원당 큰 한 숟가락을 투입하여 짠맛을 중화시키고 풍미를 더했다.
이런 절차를 거치자마자 전혀 품격이 다른 이탈리아 오이로 만든 겉절이가 뷰파인더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이제 시식을 할 차례.. 맛은 어떨까..?!!
잘 버무린 오이김치 겉절이를 접시에 올려놓고 보니 갑자기 식욕이 발동한다.
그래서 미리 지어둔 쌀밥과 함께 오이김치 겉절이를 곱창김에 싸 먹었다. 세상에나..!!
내가 만들어 놓고 내가 감탄을 하며 자화자찬..!!!!! 기가 막힌다.
그다음 녀석들을 냉장고에 보관하기 전 깨소금을 듬뿍 뿌렸다. 일콩달콩.. 깨가 쏟아지는 오이김치 겉절이..
한국에 있었으면 하니의 손맛이 등장했겠지만 혼밥을 즐기는 요즘의 상황은 그러하지 못하다. 희한한 일이다. 포스트를 준비하는 이른 새벽에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곳 바를레타에 함께 지내고 있었으면 자랑하고 싶은 오이김치 겉절이..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단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오이김치는 이틀 만에 바닥을 보일게 틀림없다. 따라 하기 쉽고 요리시간은 초간단이다. 혼밥을 즐기시는(?) 여러분들께 강추해 드린다. (아싹아싹 향긋하고 감치는 맛이 일품이라니까요. ^^)
Ghimci di cetriolo non è di classe-UNA CUCINA ITALIANA
Il 06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