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먹어보면 두 번 찾게 되는 닭요리
이탈리아에서 부활절에 먹는 음식은 어떤 게 있을까..?!!
서기 2023년 4월 9일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봄비가 주룩주룩 오신다. 이틀 전만 해도 부활절 행사로 사람들로 붐비던 시내 중심도로에는 자동차 한 두대가 다닐 뿐 인적이 뚝 끊겼다. 이탈리아인들은 부활절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하루종일 고기만 먹는다.
이날 먹는 음식은 부활의 상징인 계란은 물론 살라미와 쁘로슈또 그리고 여러 종류의 포르맛지오(치즈)를 넣어 만든 빵을 아침으로 먹는다. 그다음 각종 육류로 맛을 낸 파스타와 어린양으로 만든 구이 등으로 만찬을 즐기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뿔리아 주에서는 말고기로 만든 살라메와 구이 등으로 요리를 하며 하루종일 가족과 함께 조용히 지낸다.
가톨릭 국가 최대의 명절인 이날은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는다. 따라서 이틀 동안 먹을 '일용할 양식'은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이틀 전 가까운 슈퍼에서 닭다리 살만발라놓은 질 좋은 녀석들을 1kg(5유로) 구입했다. 그리고 그중 한 녀석을 데려와 요리를 시작했다. 닭다리를 양념하여 튀겨낸 맛있는 음식이다. 비 오시는 부활절 아침에 먹는 이탈리아 요리사의 음식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한 번 먹어보면 두 번 찾게 되는 닭요리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닭다리 살은 얇게 저며 펴놓고 적당히 칼집을 낸다. 그다음 소금과 후추를 흩뿌려 간을 한 다음 올리브유를 뿌려 적당히 마사지(?)한다. 이렇게 준비한 닭다리 살을 대략 30분 정도 숙성 시킨다.
그다음 미리 양념으로 사용될 다진 대파와 청양고추 및 다진 마늘을 준비한다. 요리에 필요한 양념은 큰 대파 하나와 청양고추 5개 그리고 다진 마늘 큰 한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강력분(FARINA 00)으로 만든 반죽(튀김가루가 없었다)을 되직하게 준비해 둔다. 아울러 해바라기유 한 컵 분량을 팬 위에 올려놓고 센 불에 데우기 시작했다. 기름의 온도를 알 수 없으므로 팬이 데워지기 시작하면 반죽 한 방울을 떨어뜨려 본다. 치익~하고 뽀글뽀글 익기 시작하면 튀김 준비 끝!
준비된 닭살을 걸쭉한 반죽 위에 놀려놓고 한쪽면에 튀김옷을 입힌다. 이때 준비된 마늘과 파와 청양고추를 골고루 올려준다. 그리고 잘 펴서 기름이 달구어진 팬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는다.(치익~~~) 이때 화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주방에서는 자나 깨나 화상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튀김옷을 입은 재료를 끄트머리에서부터 천천히 팬 속으로 놓게 된다.
자글자글.. 이런 팬 위에 올려둔 맛있는 닭다리살 튀김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풍경.. (자글자글 자글) 바닥이 적당히 익었을 즈음 뒤잡어 놓고 양념을 골고루 다시 흩뿌려 준다. 이렇게 두 번의 조리 과장을 통해 튀김의 앞 뒷면에 양념이 골고루 스며들며 천하일미의 맛을 준비하게 된다.
전체 튀김 요리시간은 10분이 조금 더 넘었다. 겉면이 노릇하게 잘 익으면 뒤집어 주는데 튀김의 상태(색깔)를 보며 앞 뒤 각각 두 번씩 뒤집어 주었다. 이렇게 완성된 튀김의 색깔은 이러하다.
노릇노릇 바싹바싹.. 맛있는 닭다리 튀김의 냄새가 진동을 하여 레인지 위의 팬을 강하게 가동했다. 고소고소.. 한 냄새가 식욕을 마구마구 당긴다. 부활절에 먹는 닭다리 요리.. 이타리아인들이 부활절에 잘 먹는 관습이 그냥 된 건 아니지.. (나도 잘 먹고 부활해야 한다. ^^)
요리가 끝난 녀석을 키친타월 위에 잠시 올려놓고 뒤따라온 해바라기유 몇 방울을 덜어낸다.
그리고 그 즉시 시식에 들어갈 준바를 한다. 식기 전에.. 그렇다면 닭다리 튀김의 맛은 어떨까..
맛을 물어보는 분들은 닭요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아닐까..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닭요리의 종류는 물론 우리 민족은 닭 요리에 관한 한 선수나 다름없다.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닭튀김을 먹을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닭 사랑이 유별난 민족이자 닭 맛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
탕으로 먹고 볶아 먹고 지져먹고 튀겨먹고 구워 먹는 등 닭요리 종류만도 숱하다. 닭갈비, 닭강정, 닭개장, 닭곰탕, 닭꼬치, 닭볶음탕, 닭똥집, 닭발..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닭발이다. 그리고 오늘부터 닭 요리 하나를 더 추가한다. 닭다리 양념 튀김이 그것이다. 아싹아싹 육즙이 살아있는 기막힌 맛이다.
닭다리 양념 튀김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이 시각 바를레타에는 꽤 많은 봄비가 주룩주룩 오신다. 이런 게 분위기 넘치는 날 집콕하며 가족들과 함께 아니면 혼밥을 하며.. 고소한 냄새를 풍기면 겨우내 부활을 꿈꾸던 사람들의 가슴에 실낱같은 희망이 샘솟지 않을까.. 다시 부활의 시간을 차지하려면 먹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닭다리 살 몇 개면 행복해진다. 정말 맛있다.
부활절 행사가 끝난 바를레타 중심가의 도로가 촉촉이 젖어있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날 혼자 먹는 닭다리 튀김은 이탈리아인들이 부활절에 먹는 그 어떤 음식 보다 더 맛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행복한 부활절 되시기 바란다. AUGURI..!
Un piatto di pollo che trovi una volta assaggiato e ne trovi altre due
Il 09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