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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4. 2023

겹벚꽃의 토실토실 앙증맞은 반란

-NOVARA,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의 어느 봄날


오시자 가시는 봄날..?!!



  포스트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뾰족한 타워는 이탈리아 북부 삐에몬떼 주에 위치한 노봐라(Novara)의 상징인 바실리까 디 산 가우덴찌오(Basilica di San Gaudenzio)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눈코 뜰세 없이 바쁘게 열심히 일할 때 잠시 쉬는 시간에 숙소 주변에서 만난 풍경이다.



당시 내가 일한 한 리스또란떼는 미슐랭 별을 단 유명한 곳이며, 프랑스와 스위스는 물론 독일과 오스뜨리아 등지의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스승의 가르침대로 이탈리아 요리를 깨닫게 되었으며 오직 한 곳만 바라보고 열심히 땀을 흘렸던 곳이다.  



휴식이 주어지는 날이면 리스또란떼서 제공한 아파트(숙소)에서 멀지 않은 나만의 공간을 찾아 카메라를 메고 싸돌아 다닌다. 딱 이맘때 봄이 오시는 노봐라.. 돌이켜 보니 까마득하다. 이탈리아 북부의 유서 깊은 도시 노봐라의 봄 풍경 속에서 고단했던 일상이 눈 녹듯 사그라든다.



봄이 오시자 마자 가시는 풍경들.. 어느덧 봄날은 가고있었다.



당시만 해도 하루라도 빨리 귀국하고 싶었다. 이렇게 좋은 날 하니와 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꼬물꼬물.. 볼수록 신기한 대자연의 섭리 앞에서 눈을 맞춘다.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삶 때문에 이웃을 돌아볼 수 없을 것. 암도 봐주지 않는 노봐라 수로 옆에서 꼬물꼬물 봄이 오시고 있다. 바쁘게 지내는 동안 잠시 잊고 살았던 어느 봄날..



봄날이 내 곁에까지 와 있었다.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는 리스또란떼서 제공한 것으로 대략 19평 정도 되는 크기였다. 그 넓은 아파트를 혼자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밤이 오시면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어느 날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서 동네 근처에서 토실토실한 겹벚꽃을 만나게 됐다.



겹벚꽃의 토실토실 앙증맞은 반란

-NOVARA,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의 어느 봄날



너무 맛있거나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말이 필요 없는 법이다.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면서 겹벚꽃 요정들의 앙증맞은 반란을 감상하시기 바란다.



그동안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Pieminte, 삐에몬떼라 읽는다) 노봐라를 잠시 돌아보기로 한다.



   노봐라의 인구는 10만 명이 조금 넘는 산업 도시이며 스위스와 토리노-밀라노-제노아의 산업 삼각지를 연결하는 도로 축 사이의 상업 교통의 중심지이다. 내가 일한 리스또란떼의 식도락가들이 알프스를 넘어 노봐라에 예약을 할 정도로 사통팔달 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노봐라 중심에는 노봐라 성 및 아름다운 건축물이 산재한 곳이다. 밀라노에서 50km 떨어진 이곳은 토리노에서 95km 떨어진 곳이며, 마찌오레 호수(Maggiore 호수에서 35km 위치해 있는 등 우리가 잘 모르는 유명한 도시이다.

Novara dista 45 km in linea d'aria o 50 km in automobile da Milano (15 km dal confine con la regione Lombardia, ove il fiume Ticino segna il confine tra le due Regioni), 85 km in linea d'aria o 95 km in automobile da Torino, 35 km dal Lago Maggiore, 45 km dal Lago d'Orta, 70 km dal Lago di Varese.(출처: Territoriodi Novara)



그렇지만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림의 떡..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아파트 근처의 수로에서부터 노봐라 평원까지 카메라를 메고 출사를 다니는 것이다. 그때 만난 토실토실 앙증맞은 겹벚꽃..



먼 나라에서 벚꽃을 만나면 우나나라가 단박에 떠오른다. 벚꽃에 대한 설왕설래.. 섬나라 원숭이들이 벚꽃을 사쿠라(さくら)로 부르며 원산지가 지들거라 박박 우긴다. 시샘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는 무리들.. 요즘 커뮤니티에서는 이 녀석들 보다 더한 녀석들이 쭝국 넘들이다. 우리의 고유문화를 놓고 무엇이든 지네들이 원조란다. 심지어 김치까지.. 정말 한심한 녀석들이 벚꽃에 묻어난다. 두 녀석 모두 짝퉁에 속하는 사쿠라들..(정말 웃겨요 욱껴!! ㅋ)



겹벚꽃이 어떤 경로로 이곳 노봐라까지 왔는지 알 수가 없다만 한 때 이탈리아와 한 통속이었던 원숭이들이 전파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녀석들 덕분에 먼 나라 유학 중에 잠시 조국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진 것이다. 


아마도 하니와 함께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면 그녀는 '봄날은 간다'를 흥얼거렸을 것이다.



봄날은 간다

-한영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서기 2023년 4월 13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에서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 노봐라의 봄 속에 내가 끼어들었다. 봄은 그러하더라.. 오시는 순간 이미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겨우내 꽃봉오리를 감추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봉우리를 내놓고 활짝 꽃을 피우는 순간부터 먼 곳으로 떠날 차비를 하는 것. 우리네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휴식이 주어지면 노봐라 평원까지 봄맞이를 떠났던 철로변에도 봄이 가시고 있다.



봄이 무작정 무르익을 때 농부의 분주한 손길이 또 하나의 봄을 잉태하고 있다. 심고 거두고 다시 심고 거두는 일조차 겹벚꽃의 운명을 닮었을까.. 참 아름다운 봄날에 내가 그곳에 있었네.



오시자 가시는 봄날.. 나의 흔적이 노봐라 평원에 남아 오후 햇살을 등에 업고 있다. 봄날은 간다.


UNA PRIMAVERA DEL PIEMONTE, ITALIA SETTENTRIONALE
Il 13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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