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lfi,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이탈리아 건축물들..?!!
서기 2023년 4월 8일 주말 오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1박 2일로 다녀온 지중해 최고의 해안선 아말피를 돌아보고 있다. 연재되는 관련 포스트를 통해 절벽애 매달리다시피 건축된 집들을 통해 이탈리아인들의 남다른 건축술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평지도 아닌 바닷가 절벽 위에 건축된 집들을 보는 순간부터 지중해와 잘 어우러진 풍경에 매료되는 것이랄까..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부터 이탈리아의 문화에 매료되었으며 나중에는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가 내린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이탈리아에 산적한 문화유산 때문이었으며 '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우리 속담처럼 이탈리아 문화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유네스코가 지정한 이탈리아의 세계문화유산은 단연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세계유산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유네스코 세계 유산은 2008년의 시점부터 전부 41건이나 있다. 덧붙여서 2위 스페인(40건), 3위 중국(35건), 4위 독일(32건), 5위 프랑스(31건)이다. 2007년 시점에서 세계 유산은 모두 851건이 등록되어 있고 그 내역은 문화유산 660건, 자연 유산 166건, 복합 유산 25건이다. 문화유산의 등록수가 많은 지역으로서는 유럽이 가장 많다.
우리가 살았던 피렌체의 역사지구(Centro storico di Firenze)는 지붕이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찾아들고 있는데.. 피렌체 전체가 예술작품으로 채워진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미켈란젤로만 해도 당신의 생몰연대를 참조하면 피렌체서만도 죽을 때까지 관련 학문에 매달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니까 이탈리아 전역에 산재한 뛰어난 건축물을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탈리아 건축물 이해하기(Capire l'architettura italiana) 자료를 찾아 나서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탈리아 건축물의 역사를 대략 개관해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다녀온 아말피 여행이 부채질했다. 이탈리아 건축은 크게 세 시기로 나눠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기원전 1세기로부터 4세기까지 약 400 년 동안에 걸친 로마제국 시기의 건축양식으로 주로 그리스의 고전 양식을 모방했다. 기원전 2세기 그리스를 속국으로 삼은 로마는 자연적으로 그리스 양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로마제국 시대에는 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게 되었으므로 양식의 문제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생겼으며 보다 큰 규모로 나타났다. 집들도 대규모로 지어야 했고, 시장도 커야 했으며, 대중이 모여서 즐기는 목욕탕이나 경기장의 규모도 매우 커야 했다. 건축술이 발달할 수 있는 배경이 이런 것일까..
둘째, 로마네스크 양식(Stile romanico)은 19세기에 생긴 말로 11~12세기의 건축물을 가리켜서 사용되었고, 이 말의 뜻은 ‘로마인 양식’이다. 로마제국이 붕괴된 후 소위 말하는 어두운 시기 중세가 오래 지속되었으며 이 시기에 건축에서는 조금밖에 진전이 없었다.
11세기의 건축가들은 건축의 이상을 고대 로마 건축물에서 찾았으며 여기에 새로운 양식을 보탰는데 그들은 기독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현존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요새화한 성(Castello)이 일부 있고 대부분은 교회(Chiesa)이다. 이 양식의 특징은 문, 창문, 아케이드, 둥근 천장에서 발견되는 둥근 아치(Arco a tutto sesto)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역사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양식이다.
셋째, 르네상스 양식(stile rinascimentale)은 15~16세기에 생겨난 양식으로 15세기 피렌체에서 시작되어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에까지도 알려졌다. 르네상스는 고전 특히 그리스에 관한 관심으로 촉발된 지성적 운동으로 그리스 문화에 관하여 알지 못하면 지성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전한다. 따라서 건축에 있어서의 르네상스 양식은 로마제국 시대의 건축 이론과 실상을 아는 데서 출발했다.
르네상스 건축은 고대 로마 건축을 모방한 것이 아니었다. 천 년 이상 오래된 건축 양식은 르네상스인들에게 적합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루비우스(Marco Vitruvio Pollione)가 언급한 세부 사항들이 참조되었으며, 그것들이 르네상스 시대에 맞게 조절되고 적용되었다. 가장 두드러지게 전수된 것이 로마 아치, 둥근 천장, 박공(gable), 그리고 다섯 종류의 기둥이었다. 중세의 성은 요새로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었지만, 르네상스 궁전은 이와는 달리 거주지이면서 놀이를 할 수 있게 건축되었다.
아말피를 다녀오면서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이 인상 깊어서 이곳저곳을 뒤적이며.. 이탈리아에 남아있는 오래된 건축물이 어떤 시기에 어떤 목적으로 지어졌을까 싶은 궁금증이 생긴 것이랄까.. 지금 보고 있는 자료사진은 벼랑 끄트머리에 지어진 집으로 우리가 말하는 '주거용'으로 적합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이 집으로 출입을 하려면 절벽 위에 만들어진 좁은 도로 곁에 마련된 작은 출입구를 통해야 하며, 통로는 하나밖에 없고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하다. 귀갓길에 주정차 공간이 생길 때마다 눈여겨본 아말피의 건축물 중에서 내가 본 최고의 보물이 등장하여 도대체 이 집에 누가 살았을까.. 혹은 누가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두루뭉술 이탈리아 건축사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천천히 감상하시기 바란다.
-Amalfi,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
바닷가에 건축된 이 집은 우리가 말하는 보통의 '살림집'이 아니라 요새이며 성이나 다름없다. 출입구는 두 군데.. 한 곳은 벼랑 끄트머리에 있는 좁은 도로와 또 한 곳은 보트를 타고 조그만 선착장을 통해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 누가 이곳에 이런 건축물을 지을까 생각했는지.. 기발하고 기막힌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출입구는 두 군데.. 비밀정원이나 다름없는 건축물의 크기는 커다란 빌딩만 하다. 좁은 산복도로에서 건물 전체를 담을 수 없어서 세 부분으로 나누어 촬영했다. 건물로 이어지는 주변 곳곳에 화분이 놓여있다. 집주인의 세심한 배려 때문에 한 여행지의 발길을 붙들어 놓는 것이다. 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풍경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니 건물 옥상에서 지중해 아말피 해안을 내려다보는 한 사람이 보인다. 얼핏 봐도 당신의 나이를 짐작 할만하다. 그리고 건축물의 구조와 옥상에 놓인 간이 의자와 전망대를 참조하면 이곳은 단순한 살림집이 아니라 아말피의 명소가 틀림없다. 이런 집에서 여행자를 초대해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요즘 나는 K-문화에 흠뻑 젖어산다. 우리 문화를 접하면서 아리랑을 듣고 있노라면 금세 눈시울이 촉촉해져 온다. 우리가 6.25 전쟁을 겪지 않았으면 이 보다 훌륭한 건축물이 수두룩 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수많은 보물들이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버른 시간에 경제대국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며, 두 번 다시 외세가 침탈하지 못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으며 K-문화가 세계 방방곡곡에 전파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만난 아말피 해안의 한 건축물이 자꾸만 우리 역사를 뒤돌아 보게 만드는 한편, 함부로 이웃과 소통하지 않는 이탈리아인들의 보수적 성향이 우리와 절묘하게 비교된다. 우리가 열린 공간을 사랑한다면 이들은 닫힌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랄까.. 이 건축물이 언제쯤 지어졌을지 자꾸만 궁금해진다.
La più grande architettura che ci sia mai capitata, ad Amalfitana
Il 08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