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3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곳.. 너무 아름다워도 눈물이 나는 법이지..?!!
평범한 풍경 속에 감추어진 비경들..
멀리 뾰족한 봉우리는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이 '담배 피우는 산'이라고 불렀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편에 이렇게 썼다. 파타고니아의 명소이자 여행자의 천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숙지하고 가야 할 고급 정보라고나 할까. 이랬지..
아침의 해돋이에 비친 엘 찰텐(El Chalten)의 명산 피츠로이(Il monte Fitz Roy)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피츠로이 산은 세로 찰텐(Cerro Chalté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찰텐(Chalten)이라는 이름은 파타고니아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의 언어 Aoniken(lingua aoniken)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이 말은 '흡연하는 산'을 의미하며, 동태평양에서 발원한 습기가 거의 매일 피츠로이 암봉 끄트머리에 인개과 구름이 형성하는데 그 모습이 '담배를 피우는 형상'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산을 원주민 마푸체 사람들은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 피츠로이가 위치한 곳은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의 국립공원으로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와 칠레 쪽에서는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국립공원(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의 일부를 형성한다. 피츠로이 산군의 최고봉은 해발 3,405미터에 이른다.
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 nella provincia di Santa Cruz, e dalla parte cilena, forma parte de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 Raggiunge un'altezza di 3.405 metri sul livello del mare. 자료출처: https://it.wikipedia.org/wiki/Monte_Fitz_Roy
쎄로 찰텐(El Chalten)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portfolio.photoseek.com/ Argentina & Chile Patagonia map: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P, El Chalten, Monte Fitz Roy, Torres del Paine NP.
Argentina & Chile Patagonia trip map: three Dempseys travelled from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ational Park, El Chalten, Monte Fitz Roy, Lago del Desierto, & Torres del Paine NP
하니와 함께 여행한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은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님미일주 여행에서 만난 후 감동에 젖어 다시 파타고니아 여행 때 다녀온 것이다. 보통의 경우 한 번 다녀오면 호기심이 사라지고 시큰둥해지는데 피츠로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씩 다시 파타고니아를 다녀오고 싶어 한다. 우라에게 피츠로이는 그런 산이자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중에 하나였다.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3
서기 2023년 4월 13일(현지시각)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한 밤중이다. 도사는 진공상태로 변한 지 오래이다. 아주 가끔씩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소리만 들릴 뿐 노트북에서 키보드 소리만 들릴 뿐이다. 노트북 화면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하니의 모습(좌측 하단)이 눈에 띈다. 그녀는 나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줌으로 당겨보니 그녀가 손을 흔들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떨어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녀는 그녀대로 나는 나대로 절경에 취해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함께 길을 걸을 때까지 당신만의 관점에 따라 처음 만나는 미지의 세계를 천천히 맛보고 있는 것이다. 나의 뷰파인더는 생전 밥 한 끼 못 얻어먹어 걸신이 들린 듯하다.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곳..
너무 아름다워도 눈물이 나는 법이지..!!
서두에 언급한 '담배 피우는 산'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인디오)이 붙인 이름이다.
그런 어느 날부터 이 산의 이름을 피츠로이(Fitz Roy)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피츠로이(Robert FitzRoy, (Ampton Hall, 5 luglio 1805 – Londra, 30 aprile 1865))는 영국의 항해자이며 탐험가이자 기상학자였다. 그는 어느 날 종의 기원으로 우리에게 잘 알여진 찰스 다윈(Charles Darwin)과 함께 파티고니아를 탐험하며 마젤란 해협(Stretto di Magellano)을 건넜다.
피츠로이는 이 여행을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때부터 담배 피우는 산이 '피츠로이'로 바뀌는 운명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담배 피우는 산(Cerro Caltén)이 피츠로이(Fitz Roy) 혹은 피츠로이 산(Monte Fitz Roy) 등으로 혼재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늘 패자의 몫인지.. 피츠로이 선장의 기록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당신이 탐험한 파타고니아의 명산 엘 찰텐의 절경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는 어느 날 엘 찰텐에 자신의 이름을 피츠로이를 새겨(?) 넣는다. 담배 피우는 산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하니와 내가 깊은 산중에서 잠시 떨어진 이유는 다름 아니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빼곡히 널려있는 게 아닌가..
가슴을 열고 지천에 널린 신의 그림자를 바라다보고 있으면 하늘나라에 가 있는 듯 착각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숲 사이로 날아다니는 바람 한 점.. 풀 한 포기.. 작은 돌멩이 하나조차 귀하게 보인다.
눈앞에 펼쳐 치는 색다른 풍경들은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만들며 자꾸만 발길을 붙드는 것이다.
제 아무리 메말라 붙은 감성의 소유자라고 한들.. 이때부터 가슴이 촉촉해지는 것이랄까..
담배 피우는 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동안 전혀 엉뚱한 놀음에 빠져드는 것.
이른 새벽 먼 동이 트기도 전에 숙소를 출발하여 엘 찰텐이 빤히 보이는 언덕 위에서 하나둘씩 챙긴 풍경들..
이곳은 태곳적 바다 속이었다. 어느 날 지축이 융기하여 만들어진 담배 피우는 산..
그곳에 나목들이 뒹굴며 당신의 삶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넌지시 묻는다. 희로애락 생로병사..
피츠로이는 죽기 전에 당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담배 피우는 산(El Chalten) 대신 몬떼 피츠로이(Monte Fitz Roy).. 그는 기상예측의 선구자로 알려졌다. 그런 당신이 바라본 담배 피우는 산은 얼토당토 하지 않을 것이다. 덴장.. 산이 무슨 담배를 피운다는 말인가.. 무식한 것들이라며 비아냥댔을지도 모를 일이다. 꼴통 속에 지식만 가득 채운 감성이 바닥난 한 인간..
그런 그가 일기장에 담배 피우는 산이라는 감성을 담았다면 엘 찰텐을 피츠로이로 부르지 않았을 게 아닌가.. 세상을 이해하며 대자연 속에서 가슴을 촉촉이 적실 수 있는 당신은 실로 '행복한 사람'으로 부르고 싶다.
Cerro Caltén, le montagne fumano_Monte Fitz Roy PATAGONIA
Il 13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