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추억이 화석으로 남은 오래된 기억들
여행 기록으로 남은 사진과 영상의 마법 같은 세상..?!!
서기 2023년 4월 12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아르헨티나의 명소 나우엘 우아피 호수와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의 가록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의 추억이 화석으로 남은 오래된 기억들인데 엊그저께 다녀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행 기록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두니 당시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지난 여정 <나우엘 우아피, 마음이 떠나야 과거> 편에 그 느낌을 이렇게 썼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다시 들렀던 이곳은 여행을 마무리하는 여정이자 두 번 다시 돌아갈 기회가 없는 곳이기도 했다. 세상은 넓고 여행할 곳은 천지빼까리.. 죽기 전에 세상에 널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다 볼 수 없으므로 짬만 생기면 새로운 꿈을 꾸고 실천에 옮기는 것.
그런데 여행기록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도무지 시간개념이 정리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공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랄까..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세상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기록수단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으며 이른바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시간여행이 있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 혹은 소설가들은 당신이 쓰고 싶은 주제를 기가 막히게 표현하며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는 기록을 주로 그렇게 남겼으며 개연성을 빌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곤 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나우엘 우아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예나 지금이나 시간차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열어본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속에 나의 마음이 오롯이 묻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싶어 생각해 보니.. 마음이 떠날 수 있는 공간이 없거나 지워졌을 때 시간이 과거라는 다소 까칠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모습이 해님과 달님처럼 무한 재현된다면 시간개념이 모호해지는 것이랄까..
우리네 삶도 결국은 해님과 달님처럼 운행을 반복할 뿐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나우엘 우이피 호수였으며 파타고니아 여행 기록이었다. 맨 처음 이곳을 다녀왔을 때 지참한 카메라(DSLR)는 생각만큼 좋은 화질을 보여주지 못해 다시 떠난 파타고니아 여행에서는 마음먹고 묵직한 카메라 장비를 챙겼다. 그 결과 마음이 갈 때마다 열어본 과거의 풍경들이 단박에 현재로 소환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지난 여정 <나우엘우아피, 날자 드높이 날자꾸나> 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과거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 상상 속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남긴 과거의 소설(기록)과 이미 과거가 된 파타고니아 여행 기록(사진)을 비교해 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개념이 어떤지 비교해 본다. 이 포스트는 이 호수를 떠나면서 남긴 기록이지만, 사진첩(외장하드)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다시 방문하게 될 것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나는 다시 시간여행을 통해 나우엘 우아피를 돌아보며 당시를 회상하는데.. 여전히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강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옛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들으면 한 손가락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빙글빙글 돌리며 씩 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튜브에서 시청하기: https://youtu.be/oSnk-ImERvg
불과 십 수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대명천지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를 돌러보면 찰나의 기록들이 무수하 쏟아지는 세상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마구 뒤엉켜있는 마법 같은 세상.. 첨부해 둔 영상은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의 숙소를 떠나 나우엘 우아피 호수(Lago Nahuel Huapi)를 왕복하는 짧은 영상이다. 하지만 영상을 통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며 과거를 현재에 소환한 마법 같은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다. 참 신묘막측한 세상이다.
-우리의 추억이 화석으로 남은 오래된 기억들
나우엘 우아피 호수를 떠나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기다랗게 이어지고 있는 안데스 산맥에 운무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참 까마득한 기억 속의 풍경들이 다시금 기억을 일깨우며 우리를 태운 버스 속에 하니와 함께 앉아있다.
숙소로 돌아오자 창밖으로 바릴로체 중심의 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니와 추억을 쌓아둔 곳..
창가에서 시선을 돌려보면 꿈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서서히 해가 저물고 있는 창가의 풍경들..
그녀는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저녁을 짓고 있었지..
짬짬이 바라본 바릴로체의 전경들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봤던 도시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녁답에 밀려드는 안갯속으로 저물어 가는 바릴로체의 중심가..
사람들은 이곳을 '남미의 스위스'라 부르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내 마음은 여전히 나우엘 우아피 호수 위를 맴돌고 있다. 한 번 가기도 힘든 여행지를 두 번씩이나 다녀왔으니 오죽할까..
해가 저물면서 바릴로체 중심(Centro Cívico Bariloche)에 하나둘씩 불이 불을 밝힌다.
짙은 안개가 안데스와 도시를 폭신폭신한 이불처럼 뒤덮으며 여행자를 토닥거리고 있다. 나는 여전히 하니와 함께 창가에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곧 어둠이 오실 테지.. 올 테면 오시라지..!
Credo di essere stato ieri_San Carlos de Bariloche ARGENTINA
Il 10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