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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1. 2023

나우엘 우아피, 마음이 떠나야 과거

-우리의 추억이 화석으로 남은 오래된 기억들


우리에게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적 개념이 있긴 있는 것일까..?!!


   서기 2023년 4월 10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아르헨티나의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에 위치한 이름도 예쁜 나우엘 우아피 호수(Lago Nahuel Huapi)를 바라보고 있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다시 들렀던 이곳은 여행을 마무리 하는 여정이자 두 번 다시 돌아갈 기회가 없는 곳이기도 했다. 세상은 넓고 여행할 곳은 천지빼까리.. 죽기 전에 세상에 널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다 볼 수 없으므로 짬만 생기면 새로운 꿈을 꾸고 실천에 옮기는 것. 



그런데 여행기록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도무지 시간개념이 정리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공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랄까..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세상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기록수단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으며 이른바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시간여행이 있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 혹은 소설가들은 당신이 쓰고 싶은 주제를 기가 막히게 표현하며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는 기록을 주로 그렇게 남겼으며 개연성을 빌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곤 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나우엘 우아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예나 지금이나 시간차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열어본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속에 나의 마음이 오롯이 묻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싶어 생각해 보니.. 마음이 떠날 수 있는 공간이 없거나 지워졌을 때 시간이 과거라는 다소 까칠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모습이 해님과 달님처럼 무한 재현된다면 시간개념이 모호해지는 것이랄까.. 



우리네 삶도 결국은 해님과 달님처럼 운행을 반복할 뿐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나우엘 우이피 호수였으며 파타고니아 여행 기록이었다. 맨 처음 이곳을 다녀왔을 때 지참한 카메라(DSLR)은 생각만큼 좋은 화질을 보여주지 못해 다시 떠난 파타고니아 여행에서는 마음먹고 묵직한 카메라 장비를 챙겼다. 그 결과 마음이 갈 때마다 열어본 과거의 풍경들이 단박에 현재로 소환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지난 여정 <나우엘우아피, 날자 드높이 날자꾸나> 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과거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 상상 속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남긴 과거의 소설(기록)과 이미 과거가 된 파타고니아 여행 기록(사진)을 비교해 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개념이 어떤지 비교해 본다. 이 포스트는 이 호수를 떠나면서 남긴 기록이지만, 사진첩(외장하드)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다시 방문하게 될 것이다. 




나우엘 우아피, 마음이 떠나야 과거

-우리의 추억이 화석으로 남은 오래된 기억



이상 

-날개


작가 : 이상(李箱, 1910 - 1937)


본명 김해경(金海卿), 서울에서 출생. 보성고보를 거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졸업. 구인회(九人會)에 가입. 1934년 <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발표하여 당시 문단에 놀라움을 줌. 일본에 건너가 28세의 나이로 작고. 그의 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난해시로서 항상 상식적인 이해를 거부한다. 띄어쓰기의 무시나 문법의 파괴는 기존 질서에 대한 부정인데, 새로운 것의 창조를 위한 과거의 부정이라는 면에서 한국 문학의 연속성을 획득한다. 그의 소설은 심리주의 계열의 소설이다. 그는 인간의 내부 세계, 곧 의식 심층부의 체계를 추구한다. 대표작에는 시 「이상한 가역 반응」(1931), 「꽃나무」(1933), 「거울」(1933), 「오감도」(1934)와 소설 「지주회시」(19360, 「봉별기」(19360, 「종생기」(1937)이 있다.



등장인물


나 : 일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자아 속에 사는 폐쇄적 인물

아내 : 매춘부. ‘나’와 부부 관계이나 파행적인 관계.



줄거리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배 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어 있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구조가 흡사 유곽과 같은 집--그런 집들 속에 여러 가족이 살고 있는데, 내 방은 아내의 방을 거쳐 미닫이를 열어야 들어설 수 있다. 내 방은 항상 음침하다. 나는 밤낮 잠을 잔다. 아내에게는 매일같이 손이 온다. 아내가 외출을 하면 나는 그 틈을 타서 아내 방을 구경할 뿐이다.



내가 잠을 자고 있으면 아내는 손이 두고 간 돈 중에서 은화 한 푼을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어느 날 나는 아내가 사다 준 벙어리에 모아 둔 돈을 몽땅 변소에 던져 버렸다. 벙어리에 돈을 넣는 것이 권태로웠기 때문이다.


하루는 나는 거리로 나갔다. 번화한 거리를 걸으니 곧 피곤했으므로 생각하는 일조차 힘겨워 곧 되돌아왔다. 아내의 방문을 열어 보니 손이 와 있었다. 죄의식이 휘몰아쳤다. 밤이 깊어서 그 손은 떠났다. 나는 아내 방에 들어가서 낮에 얻은 은화와 바꾼 지폐를 도로 쥐어 주고 아내 방에서 처음으로 잠을 잤다. 며칠 뒤에도 그렇게 했다.


삼일 후엔 아내가 미닫이를 열고 먼저 나를 이끌었다. 조촐한 음식까지 차려 두었었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다음날부터 나는 아내의 방이 몹시 아쉬웠다. 그러나, 내게는 돈이 없었으므로 울고 있었더니 아내는 돈을 주며 자정이 넘거든 돌아오라 했다.



그날 밤 나는 비를 함빡 맞아 기어코 감기로 앓아눕고 말았다. 나는 그 후 얼마 동안 아내가 주는 약을 먹고는 잠들곤 했다. 며칠 후 나는 아내의 경대 위에서 최면 약을 발견했다. 감기약이라면서 주던 약에 틀림없었다. 나는 몹시 서운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산으로 갔다. 나는 그 약을 먹고는 잠들고 말았다.



이튿날 집에 돌아와 아내의 방을 지나 려다 기어코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내는 내 멱살을 쥐고 나를 덮치고 물어뜯었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스꼬시(和信百貨店)로 갔다. 나는 거기서 스물여섯 해를 회고했다. 피로와 공포 때문에 오탁의 거리를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때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굽어보니 현란한 현실 속에 사람들이 수선을 떨고 있다. 현란을 극한 정도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한 번만 더 날자꾸나. 나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작품 해설


심리주의 소설에 속하며 작가의 독특한 자의식의 세계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이상 문학의 대표작. 매춘부인 아내에게 기생해 사는 어느 무기력한 지식인의 암울한 내면이 묘사된다. 즉 ‘나’라는 비일상적인 인물의 삶을 통해 삶의 무의미성을 보여준다. 주인공 ‘나’는 일상적인 상식의 세계를 떠나 그날그날 그저 까닭 없이, 의욕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이나 공간의 필연적인 전환이 무시되고, 사건의 인과적 줄거리가 설정되지 않은 채 주인공의 자의식을 좇는 소위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정당한 인간관계를 상실한 현대인의 자폐스런 심리 상태를 그리면서 ‘날개’라는 상징어로써 욕망의 탄생과 억압된 세계 안에서의 비극적 초월을 구현한다. 


참고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인간의 잠재의식의 흐름을 충실히 표현하려는 문학상의 기법. 이런 기법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외부에서보다는 정신과 정서의 끝없는 과정에서 더 잘 발견된다고 하는 믿음에서 출발함. 자연주의나 사실주의에 반대한 심리주의의 기법으로 외면 세계의 묘사보다는 내면세계를 추구하여 심층심리 탐구에 주력함. 시에서의 무의식의 세계를 쓰는 초현실주의의 한 기법인 ‘자동기술법(自動記述法)’과 연관성이 많다. 



작품 해설 2 


날개는 1936년 9월 조광 11호에 발표한 이상의 대표작이자 한국 문학사에 있어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기생 금홍과의 2년여에 걸친 무궤도한 생활이 빚은 이상 자신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날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심리주의 경향의 작품이기도 하다.


흔히 초현실주의 혹은 신심리주의 소설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날개는 인물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언어 구조의 상징성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특히 이상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를 예술가의 초상으로 신격화하거나 신비화하는 경향마저 있었다. 그의 소설이 한국 근대 문학에 모더니즘이라는 한 획을 그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대의식을 작품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작가에 대한 신비화와 작품의 난해성에 맞물려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작품 날개에서 주인공‘나’와 ‘아내’는 각각 다른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주인공‘나’의 분열된 자아는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아 상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이상은 전통적 요소와 가족 관계로부터 단절된 자아의 모습을 작품화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아 상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지 못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연유하는데, 과거의 자아와 현실의 자아가 동일성을 상실한 시대-식민지 조선의 모습은 바로 과거와 현재의 동일성을 상실한 비역사적 공간이다. 이 작품에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나’는 상식의 세계를 떠나 그저 놀거나 밤낮없이 잠을 자면서 아무런 의욕도 없이 방 속에서 뒹굴며 아내의 ‘사육’을 받는다. 시행착오로 아내를 차지해 본 후로는 한 번도 아내의 남편 노릇을 한 적이 없다. 그러한 ‘나’는 아내가 쓰는 방에 들어가 화장품 냄새도 맡아보고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워 보기도 하면서 아내의 체취를 느껴본다. 이렇게 해서야 ‘나’는 아내와의 만남을 누릴 수 있고 육체적인 쾌락까지도 맛보게 된다.



아내는 밤낮으로 외출을 하고 밤에는 손님을 데려 오기도 한다. 그리고 아내는 내 방에 들러 은화 한 잎씩을 벙어리 저금통에 넣어 주는 것이다. ‘나’는 아내의 직업에 대해서, 돈의 출처에 대해서 생각해 보다가 벙어리 저금통을 변소에 던져 버린다. ‘나’는 외출했다가 지폐로 바꾼 5원을 한 푼도 쓰지 못하고 돌아와 아내의 손에 쥐어 주던 날 아내의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하루는 외출했다가 비를 맞고 돌아온 ‘나’는 노크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만 아내의 매음 행위를 보고야 말았다. 이때부터 아내는 자신의 직업에 거추장스러운 ‘나’를 외출하지 못하게 한다. 아스피린인 줄 알고 먹고 지내던 어느 날 ‘나’는 수면제 '아달린' 껍질을 발견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을 잘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깨닫고 ‘나’는 조용한 산속에서 ‘아내에 관하여’, ‘아달린에 대해서’ 연구한다.



‘나’는 아달린 여섯 알을 한꺼번에 먹고 일 주야를 자고 깨어나서 아내에 대한 의혹을 미안해하며 사죄하려고 아내에게 갔다가 매음 현장을 목격하였다. 정신없이 뛰쳐나온 ‘나’는 여기저기를 쏘다니다가 어느 건물 옥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때 정오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나’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외친다. 여기서 날개는 곧 욕망의 탄생을 의미하며 현실 세계에 다시 섞여 걸어가는 새로운 탄생의 순간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기 소모적이고 해체적인 삶을 통해 사회 현실의 문제를 심리적 의식 즉 내면으로 투영시킨 문학 작품으로서 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출처: 수능국어연구소)




상상 속의 세상과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현실과 이상이 뒤죽박죽 된 세상.. 만약 당신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면 살아있는 것일까. 움직이지 않고 박제된 세상이 사진으로 남아있지만 기록을 들여다 보는 순간 마음은 시간 저편으로 순식간에 이동하게 된다.



사람들은 "몸이 멀아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고 말한다.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유소년 기를 거칠 때 안방의 액자 속에는 할머니와 엄마 아부지 그리고 유년기 때 우리 형제자매들이 빼곡하게 진열됐다. 부모님은 물론 아이들은 그 사진들을 보며 시간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당신의 마음이 맞닿은 곳..



그런 어느 날 하늘나라로 떠나면 마음도 함께 떠나시겠지..



마음이 머무는 곳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곧 현재이다. 마음이 떠나야 과거가 된다.



나는 지금.. 나우엘 우아피 호수 위를 유영하던 모데스타 빅토리아(Modesta Victoria) 유람선에 승선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니가 곁에서 설렘 가득한 모습으로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Quel lago, Un viaggio che non dimenticherò mai_Lago Nahuel Huapi
Il 10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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