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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1. 2022

나우엘우아피, 날자 드높이 날자꾸나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11


드높이 날고 싶은 사람들이 간과한 단편소설 한 편..!



   어느 날,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루따 꾸아란따(Ruta 40, viaggio in moto sulla più lunga strada Argentina)를 따라서 파타고니아 남부에서부터 북부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까지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바릴로체에서 가장 큰 고층 아파트에서 동화 속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내려다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자 우리가 떠난 곳은 바릴로체를 유명하게 만든 이름도 예쁜 나우엘 우아피 호수(Lago Nahuel Huapi)로 떠난 것이다.


우리는 꽤 오래전에 만났던 이곳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작하고 있다. 그때 늦둥이를 가졌다면, 녀석은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까마득히 오래전 우리가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감흥은 뭐라 형용할 수가 없다. 그때 느낀 행복한 추억들 때문에 다시 찾게 된 바릴로체와 나우엘 우아피..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다시 열어본 사진첩 속에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가 드리워져 있다. 이하 수능국어연구소가 정리한 전문을 그대로 옮겼다.



나우엘우아피, 날자 드높이 날자꾸나




이상 

-날개


작가 이상(李箱, 1910 - 1937)


본명 김해경(金海卿), 서울에서 출생. 보성고보를 거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졸업. 구인회(九人會)에 가입. 1934년 <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발표하여 당시 문단에 놀라움을 줌. 일본에 건너가 28세의 나이로 작고. 그의 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난해시로서 항상 상식적인 이해를 거부한다. 띄어쓰기의 무시나 문법의 파괴는 기존 질서에 대한 부정인데, 새로운 것의 창조를 위한 과거의 부정이라는 면에서 한국 문학의 연속성을 획득한다. 그의 소설은 심리주의 계열의 소설이다. 그는 인간의 내부 세계, 곧 의식 심층부의 체계를 추구한다. 대표작에는 시 「이상한 가역 반응」(1931), 「꽃나무」(1933), 「거울」(1933), 「오감도」(1934)와 소설 「지주회시」(19360, 「봉별기」(19360, 「종생기」(1937)이 있다.


등장인물


나 : 일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자아 속에 사는 폐쇄적 인물

아내 : 매춘부. ‘나’와 부부 관계이나 파행적인 관계.



줄거리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배 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히 백지가 준비되어 있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구조가 흡사 유곽과 같은 집--그런 집들 속에 여러 가족이 살고 있는데, 내 방은 아내의 방을 거쳐 미닫이를 열어야 들어설 수 있다. 내 방은 항상 음침하다. 나는 밤낮 잠을 잔다. 아내에게는 매일같이 손이 온다. 아내가 외출을 하면 나는 그 틈을 타서 아내 방을 구경할 뿐이다.


내가 잠을 자고 있으면 아내는 손이 두고 간 돈 중에서 은화 한 푼을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어느 날 나는 아내가 사다 준 벙어리에 모아 둔 돈을 몽땅 변소에 던져 버렸다. 벙어리에 돈을 넣는 것이 권태로웠기 때문이다.

하루는 나는 거리로 나갔다. 번화한 거리를 걸으니 곧 피곤했으므로 생각하는 일조차 힘겨워 곧 되돌아왔다. 아내의 방문을 열어 보니 손이 와 있었다. 죄의식이 휘몰아쳤다. 밤이 깊어서 그 손은 떠났다. 나는 아내 방에 들어가서 낮에 얻은 은화와 바꾼 지폐를 도로 쥐어 주고 아내 방에서 처음으로 잠을 잤다. 며칠 뒤에도 그렇게 했다.



삼 일 후엔 아내가 미닫이를 열고 먼저 나를 이끌었다. 조촐한 음식까지 차려 두었었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다음날부터 나는 아내의 방이 몹시 아쉬웠다. 그러나, 내게는 돈이 없었으므로 울고 있었더니 아내는 돈을 주며 자정이 넘거든 돌아오라 했다.


그날 밤 나는 비를 함빡 맞아 기어코 감기로 앓아눕고 말았다. 나는 그 후 얼마 동안 아내가 주는 약을 먹고는 잠들곤 했다. 며칠 후 나는 아내의 경대 위에서 최면 약을 발견했다. 감기약이라면서 주던 약에 틀림없었다. 나는 몹시 서운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산으로 갔다. 나는 그 약을 먹고는 잠들고 말았다. 



이튿날 집에 돌아와 아내의 방을 지나 려다 기어코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내는 내 멱살을 쥐고 나를 덮치고 물어뜯었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스꼬시(和信百貨店)로 갔다. 나는 거기서 스물여섯 해를 회고했다. 피로와 공포 때문에 오탁의 거리를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때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굽어보니 현란한 현실 속에 사람들이 수선을 떨고 있다. 현란을 극한 정도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한 번만 더 날자꾸나. 나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해설


심리주의 소설에 속하며 작가의 독특한 자의식의 세계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이상 문학의 대표작. 매춘부인 아내에게 기생해 사는 어느 무기력한 지식인의 암울한 내면이 묘사된다. 즉 ‘나’라는 비일상적인 인물의 삶을 통해 삶의 무의미성을 보여준다. 주인공 ‘나’는 일상적인 상식의 세계를 떠나 그날그날 그저 까닭 없이, 의욕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이나 공간의 필연적인 전환이 무시되고, 사건의 인과적 줄거리가 설정되지 않은 채 주인공의 자의식을 좇는 소위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정당한 인간관계를 상실한 현대인의 자폐스런 심리 상태를 그리면서 ‘날개’라는 상징어로써 욕망의 탄생과 억압된 세계 안에서의 비극적 초월을 구현한다. 


참고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인간의 잠재의식의 흐름을 충실히 표현하려는 문학상의 기법. 이런 기법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외부에서보다는 정신과 정서의 끝없는 과정에서 더 잘 발견된다고 하는 믿음에서 출발함. 자연주의나 사실주의에 반대한 심리주의의 기법으로 외면 세계의 묘사보다는 내면세계를 추구하여 심층심리 탐구에 주력함. 시에서의 무의식의 세계를 쓰는 초현실주의의 한 기법인 ‘자동기술법(自動記述法)’과 연관성이 많다. 



해설 2 


날개는 1936년 9월 조광 11호에 발표한 이상의 대표작이자 한국 문학사에 있어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기생 금홍과의 2년여에 걸친 무궤도한 생활이 빚은 이상 자신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날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심리주의 경향의 작품이기도 하다.


흔히 초현실주의 혹은 신심리주의 소설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날개는 인물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언어 구조의 상징성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특히 이상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를 예술가의 초상으로 신격화하거나 신비화하는 경향마저 있었다. 그의 소설이 한국 근대 문학에 모더니즘이라는 한 획을 그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대의식을 작품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작가에 대한 신비화와 작품의 난해성에 맞물려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작품 날개에서 주인공‘나’와 ‘아내’는 각각 다른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주인공‘나’의 분열된 자아는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아 상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이상은 전통적 요소와 가족 관계로부터 단절된 자아의 모습을 작품화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아 상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지 못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연유하는데, 과거의 자아와 현실의 자아가 동일성을 상실한 시대-식민지 조선의 모습은 바로 과거와 현재의 동일성을 상실한 비역사적 공간이다. 이 작품에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나’는 상식의 세계를 떠나 그저 놀거나 밤낮없이 잠을 자면서 아무런 의욕도 없이 방 속에서 뒹굴며 아내의 ‘사육’을 받는다. 시행착오로 아내를 차지해 본 후로는 한 번도 아내의 남편 노릇을 한 적이 없다. 그러한 ‘나’는 아내가 쓰는 방에 들어가 화장품 냄새도 맡아보고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워 보기도 하면서 아내의 체취를 느껴본다. 이렇게 해서야 ‘나’는 아내와의 만남을 누릴 수 있고 육체적인 쾌락까지도 맛보게 된다.



아내는 밤낮으로 외출을 하고 밤에는 손님을 데려 오기도 한다. 그리고 아내는 내 방에 들러 은화 한 잎씩을 벙어리 저금통에 넣어 주는 것이다. ‘나’는 아내의 직업에 대해서, 돈의 출처에 대해서 생각해 보다가 벙어리 저금통을 변소에 던져 버린다. ‘나’는 외출했다가 지폐로 바꾼 5원을 한 푼도 쓰지 못하고 돌아와 아내의 손에 쥐어 주던 날 아내의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하루는 외출했다가 비를 맞고 돌아온 ‘나’는 노크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만 아내의 매음 행위를 보고야 말았다. 이때부터 아내는 자신의 직업에 거추장스러운 ‘나’를 외출하지 못하게 한다. 아스피린인 줄 알고 먹고 지내던 어느 날 ‘나’는 수면제 '아달린' 껍질을 발견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을 잘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깨닫고 ‘나’는 조용한 산속에서 ‘아내에 관하여’, ‘아달린에 대해서’ 연구한다.



‘나’는 아달린 여섯 알을 한꺼번에 먹고 일 주야를 자고 깨어나서 아내에 대한 의혹을 미안해하며 사죄하려고 아내에게 갔다가 매음 현장을 목격하였다. 정신없이 뛰쳐나온 ‘나’는 여기저기를 쏘다니다가 어느 건물 옥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때 정오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나’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외친다. 여기서 날개는 곧 욕망의 탄생을 의미하며 현실 세계에 다시 섞여 걸어가는 새로운 탄생의 순간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기 소모적이고 해체적인 삶을 통해 사회 현실의 문제를 심리적 의식 즉 내면으로 투영시킨 문학 작품으로서 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계속>


Il Paesaggio della Patagonia affascina a prima vista_Lago Nahuel Huapi
il 20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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