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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6. 2019

이름도 예쁜 나우엘 우아피의 추억

#17 아내와 함께한 여행 사진첩


우리는 언제쯤 지나온 날들을 뒤돌아 볼 수 있을까..?



참 자주 열어본 사진첩 속에 우리의 추억이 오롯이 묻어나 있다. 한두 번 열어본 것도 아닌데 열어볼 때마다 감흥이 새로운 것이다. 사진첩을 열면 당시의 감정 그대로 풍경 속으로 몰입된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에 하나 사진첩이 없었더라면 기억 속 저편에서 가물가물 거리고 말았을 추억들이다. 두 차례에 걸친 남미 여행 중에 같은 장소를 두 번 방문한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로 이어지는 까르레떼르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이 시작되는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가 그랬다. 또 뿌에르또 몬뜨에서 멀지 않은 곳 안데스 자락에 위치한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 및 피츠로이 산군이 위치한 엘 찰텐(El Chalten)과 산티아고 델 칠레(Santiago del Cile)가 그랬다. 그중 뿌에르또 몬뜨는 파타고니아(PATAGONIA)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이유로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면서, 그 유명한 루타 꾸아란따(Ruta 40)를 따라 북상한 후 칠레로 넘어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 반면에 엘 찰텐의 경우 우리는 주변의 경관이 뛰어난 장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날을 할애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열면 눈에 띄는 표지 사진은 어느덧 15년의 시간도 더 된 것으로, 사진첩을 열 때마다 아스라한 추억을 선물하는 명소 나우엘 우아피 호수(Lago Nahuel huapi)의 아름다운 전경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남미의 스위스'라고 부르는데 매우 잘못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Argentina)에 위치한 이곳은 알프스에서 느낄 수 없는 천혜의 호수로 병풍처럼 두른 안데스가 가슴 깊이 껴안고 있는 곳이다. 




마치 바다같이 넓은 호숫물은 하늘빛보다 더 푸르고 수정처럼 맑으며 살을 에는 듯 차디찼고, 어디 막힌 곳 없이 사방이 시원스럽게 조망되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퇴역을 앞둔 유람선 모데스타 빅토리아(MODESTA VICTORIA)호에 승선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대략 15년 전.. 그땐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F0to da Bariloche 2000


Modesta Victoria, 75 años de historia

La embarcación Modesta Victoria, cumplió 75 años de navegación en el lago Nahuel Huapi. El 10 de noviembre del año 1938 se largó a la aventura y con el tiempo se convirtió en leyenda para los amantes de la náutica.

La Motonave Modesta Victoria fue construida en el año 1937 en los astilleros Verchure de Amsterdam (Holanda) por encargo especial de la Dirección de Parques Nacionales, durante la presidencia de Don Exequiel Bustillo.

Fue transportada totalmente desarmada, por barco hasta Buenos Aires y  de allí en tren hasta Bariloche, donde  fue rearmada y botada en un acto que conto con la participación de todo el pueblo, el 10 de Noviembre del año 1938..


모데스타 빅토리아(위 자료사진 및 관련 자료 참조) 유람선 위에 오르면 디젤엔진의 밸브 소리가 객실까지 찰그락 찰그락 거리며 들렸다. 또 객실과 갑판의 인테리어는 목재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한 게 나우엘 우아피 호수와 너무도 잘 어울렸던 것이다. 그런 유람선이 1937년에 건조된 후 취항 75년 만에 퇴역을 한 것이다. 





선령이 75년에 이르는 동안 빅토리아호는 이곳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속에 아내와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사진첩을 열 때마다 감흥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의 수명은 대략 지천명의 나이를 정점으로 차차 황혼기에 접어든다고 가정할 때 빅토리아호는 퇴역을 할 때까지 쉼 없이 추억을 선물한 것이다. 




우리 인간이 만든 건조물이지만 그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아라야네스(Arrayanes) 숲 공원까지 오가며 봉사를 이어온 것이다. 그뿐 아니라 사진첩을 열어볼 때마다 당신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는 언제쯤 지나온 날을 뒤돌아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 




세상에 부대끼며 사는 동안 제 몸 하나 추스리기 힘든 가운데, 어느 땐가 황혼기에 접어들면 삶이 덧없게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 같다. 이런 경험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누구든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때 당신의 지친 삶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추억거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렵고 힘들게 다녀온 여행 중에 기록해 둔 사진들이 볼 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우리는 여전히 보다 더 젊었던 날을 그리워하기 때문은 아닐까..





가끔씩 사진첩을 열 때마다 빅토리아호 갑판에서 나우엘 우아피 호수 전경을 바라볼 때를 떠올리곤 한다. 때 하나 묻지 않은 바람. 누군가 채에 걸러 쏟아붓는 듯한 볕 하며, 하늘과 호수가 뒤바뀐 것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푸른 호수는 이름처럼 얼마나 아름답고 예뻤는지 모른다. 그리고 하늘은 우리 몰래 놀라운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15년 전에 방문한 나우엘 우아피 호수 선착장에 모데스타 빅토리아호가 여전히 정박해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 사람들은 지난 세월만큼 늙어갔건만, 그는 여전히 선착장에서 당신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는 게 아닌가.



대략 15년 전에 촬영된 사진첩 속에서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계속>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LA NOSTRA VIAGGIO SUD AMERICA
Lago Nahuel Huapi_ARGENTIN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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